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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Jun 03. 2018

<붉은수수밭>은 욕망의 수수밭인가!

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 의 한중일 횡단토크쇼!


붉은수수밭? 욕망의 수수밭!


장예모 감독의 첫 작품처녀작인 <붉은 수수밭>입니다. <붉은 수수밭>은 장예모로도 유명하지만유명세를 타게 된 데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두 가지 더 있습니다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중국의 국민여배우 공리다른 하나는 이 영화의 소설원작을 창작한 모옌(막언)입니다.

여기서 잠깐공리는 알겠는데 모옌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드리겠습니다모옌은2012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의 아주 유명한 작가입니다아무리 중국이 14억 인구대국이라지만 노벨문학상은 지금까지 모옌 한 사람 밖에 없답니다.(2000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고우싱젠 작가는 1988년에 이미 프랑스로 망명하여 중국인이라 보기 어렵죠.참고로 모옌은 작가의 필명인데 없을 막자에 말씀 언자로말을 삼가라는 뜻입니다젊었을 때 말이 그렇게 많았다고 합니다.



혹 붉은 수수밭이 중국어로 무엇인지 아십니까? 홍고량입니다고량하면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저희가 평소에 고량주연태 고량주 할 때 고량이 바로 이 고량입니다다시 말해 고량주란 수수로 빚은 술을 말합니다모르고 마신 분들도 많았을 거라 생각됩니다중국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술인데 이왕 얘기 나온 김에 좀 소개할까 합니다.

중국의 술은 종류별로 크게 세 가지흰 술노란 술빨간 술로 나뉠 수 있습니다흰 술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빼갈바이주입니다고량주도 여기에 포함되겠죠다음 노란 술은 황주인데요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황주는 주로 중국 절강성의 소흥이라는 동네에서 많이 생산되어 소흥주라고도 불립니다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그리고 마지막으로 빨간 술은 홍주포도주입니다영화 이야기를 해야겠는데 자꾸 이상한 데로 새네요저녁에 중국집에서 고량주 한잔 하는 걸로 이만 정리할게요!



장예모 감독은 서양인들에게 중국의 5세대 감독의 대표주자라 불리는데요천카이거황젠신톈좡좡 같은 감독들도 모두 이 5세대에 포함됩니다그런데 이 감독들을 5세대로 분류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여기서 또 중국의 역사를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이 건국되고 80년대 개혁개방이 이루어지기까지 중국이란 나라는 죽의 장막으로 철저히 가려져 있었어요중국에 영화 같은 게 있는지도 모릅니다그러다가 개혁개방과 함께 천카이거의 <황토지>란 영화가 서양에 소개되는데 이때 난리가 났습니다중국에도 이런 영화이런 감독이 있을 줄이야또 천카이거 한 사람이 아닙니다황젠신도 있고톈좡좡도 있고장예모도 있었던 거죠그래서 이 감독들을 한 그룹으로 묶어준다는 게 5세대로 됐습니다. 5세대라 불린 것은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두 북경전영학원 1982(5졸업생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거장들이 동기로 만났던 것은 우연이었을까요사실 이것도 역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아시다시피 중국에서는 지난 세기 66년부터 76년까지 10년 동안 문화대혁명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합니다이때 있었던 피해 중 하나가 모든 대학교들은 폐교당하고대학생들은 소위 하향이란 걸 겪게 되죠그러다가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1978년부터 대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고대학입시제도가 부활하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몰렸겠어요장예모 감독도 그렇고 모두 이때에 입학하게 되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란 그림과 소리와 이야기의 결합입니다그리고 장예모는 특별히 이미지와 소리를 잘 활용하는 감독이라 할 수 있지요. <붉은 수수밭영화 속에서도 그림과 소리가 아주 강렬하게 작동하는데 여기서는 스포 얘기 듣지 않게 딱 한 장면만 말씀드릴게요영화 초반부에 여주인공 공리가 가마를 타고 시집가는 장면이 나옵니다탄 가마나 여주인공이 입은 옷머리에 덮은 면사포는 모두 붉은색입니다대조적으로 건장한 남성 가마꾼들은 모두 웃통을 벗고 있는데 구리빛인 거죠게다가 가마가 지나는 곳이 황토고원 같은 곳인데 온통 황토색입니다붉은색 가마가 화면의 왼쪽 모서리에서 점 하나로 나타났다가 점점 화면을 가득 채우고다시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붉은색과 황토색의 결합여성과 남성의 결합을 자연스레 연상하도록 합니다정말 놀라운 장면이지요그리고 또 한 가지라면 영화가 성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다는 걸 초반부터 암시하는 대목이 있다고 합니다이 부분은 팟캐스트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걸로!



방금 소개드린 장면에서는 여주인공의 작은 발도 굉장히 인상 깊게 남을 것입니다가마꾼이 조심스레 잡았던 그 발로 분명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을 테니까요작은 발 하면 또 중국의 전족을 얘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당나라 때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전족은 여자애의 발을 천으로 꽁꽁 묶어 자라지 못하게 하는 일종 풍습이었습니다. 15센치 이상으로 커지지 않는 게 목표니까 지금 생각하면 참 끔찍한 노릇이죠그리고 이런 여성의 작은 발은 남성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성적 쾌감까지 느끼게 해줬다고 합니다그래서인지 전족이 표현된 중국 옛 그림들을 보면 대개 침대 위에서 전족을 푸는 그림들입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사실 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은 결국 욕망의 수수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서사가 수수밭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수수밭이 또 다양한 욕망들을 이루어주는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시작은 지극히 평범한 개인의 욕망으로 시작되지만 영화 중간에 일본 침략자들이 등장하면서 이 개인적 욕망은 사회적, 국가적 욕망으로 승화하게 되지요.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어떻게 이런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영화에 잘 드러나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중국 영화를 만나는 색다른 시선, 영화 속에 숨겨진 중국의 매력과 마력에 빠지는 시간. 지금까지 <차이나는 무비>였습니다.


ㅣ팟캐스트ㅣ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시려면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podbbang.com/ch/13254        


'소중한라디오'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모바일 전용)

https://www.soradio.co.kr/pod7_player.php?chid=zurGiUQJ23                                         


또 있습니다.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podty.me/cast/18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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