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 의 한중일 횡단토크쇼!
장예모 감독의 첫 작품, 처녀작인 <붉은 수수밭>입니다. <붉은 수수밭>은 장예모로도 유명하지만, 유명세를 타게 된 데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두 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중국의 국민여배우 공리. 다른 하나는 이 영화의 소설원작을 창작한 모옌(막언)입니다.
여기서 잠깐. 공리는 알겠는데 모옌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드리겠습니다. 모옌은2012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의 아주 유명한 작가입니다. 아무리 중국이 14억 인구대국이라지만 노벨문학상은 지금까지 모옌 한 사람 밖에 없답니다.(2000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고우싱젠 작가는 1988년에 이미 프랑스로 망명하여 중국인이라 보기 어렵죠.) 참고로 모옌은 작가의 필명인데 없을 막자에 말씀 언자로, 말을 삼가라는 뜻입니다. 젊었을 때 말이 그렇게 많았다고 합니다.
혹 붉은 수수밭이 중국어로 무엇인지 아십니까? 홍고량입니다. 고량하면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저희가 평소에 고량주, 연태 고량주 할 때 고량이 바로 이 고량입니다. 다시 말해 고량주란 수수로 빚은 술을 말합니다. 모르고 마신 분들도 많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중국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술인데 이왕 얘기 나온 김에 좀 소개할까 합니다.
중국의 술은 종류별로 크게 세 가지, 흰 술, 노란 술, 빨간 술로 나뉠 수 있습니다. 흰 술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빼갈, 바이주입니다. 고량주도 여기에 포함되겠죠. 다음 노란 술은 황주인데요. 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황주는 주로 중국 절강성의 소흥이라는 동네에서 많이 생산되어 소흥주라고도 불립니다. 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빨간 술은 홍주, 포도주입니다. 자~ 영화 이야기를 해야겠는데 자꾸 이상한 데로 새네요. 저녁에 중국집에서 고량주 한잔 하는 걸로 이만 정리할게요!
장예모 감독은 서양인들에게 중국의 5세대 감독의 대표주자라 불리는데요. 천카이거, 황젠신, 톈좡좡 같은 감독들도 모두 이 5세대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이 감독들을 5세대로 분류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여기서 또 중국의 역사를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이 건국되고 80년대 개혁개방이 이루어지기까지 중국이란 나라는 죽의 장막으로 철저히 가려져 있었어요. 중국에 영화 같은 게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개혁개방과 함께 천카이거의 <황토지>란 영화가 서양에 소개되는데 이때 난리가 났습니다. 중국에도 이런 영화, 이런 감독이 있을 줄이야. 또 천카이거 한 사람이 아닙니다. 황젠신도 있고, 톈좡좡도 있고, 장예모도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 감독들을 한 그룹으로 묶어준다는 게 5세대로 됐습니다. 5세대라 불린 것은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두 북경전영학원 1982년(5회) 졸업생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거장들이 동기로 만났던 것은 우연이었을까요? 사실 이것도 역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에서는 지난 세기 66년부터 76년까지 10년 동안 문화대혁명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때 있었던 피해 중 하나가 모든 대학교들은 폐교당하고, 대학생들은 소위 하향이란 걸 겪게 되죠. 그러다가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1978년부터 대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고, 대학입시제도가 부활하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몰렸겠어요. 장예모 감독도 그렇고 모두 이때에 입학하게 되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란 그림과 소리와 이야기의 결합입니다. 그리고 장예모는 특별히 이미지와 소리를 잘 활용하는 감독이라 할 수 있지요. <붉은 수수밭> 영화 속에서도 그림과 소리가 아주 강렬하게 작동하는데 여기서는 스포 얘기 듣지 않게 딱 한 장면만 말씀드릴게요. 영화 초반부에 여주인공 공리가 가마를 타고 시집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탄 가마나 여주인공이 입은 옷, 머리에 덮은 면사포는 모두 붉은색입니다. 대조적으로 건장한 남성 가마꾼들은 모두 웃통을 벗고 있는데 구리빛인 거죠. 게다가 가마가 지나는 곳이 황토고원 같은 곳인데 온통 황토색입니다. 붉은색 가마가 화면의 왼쪽 모서리에서 점 하나로 나타났다가 점점 화면을 가득 채우고, 다시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붉은색과 황토색의 결합, 여성과 남성의 결합을 자연스레 연상하도록 합니다. 정말 놀라운 장면이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라면 영화가 성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다는 걸 초반부터 암시하는 대목이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팟캐스트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걸로!
방금 소개드린 장면에서는 여주인공의 작은 발도 굉장히 인상 깊게 남을 것입니다. 가마꾼이 조심스레 잡았던 그 발로 분명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을 테니까요. 작은 발 하면 또 중국의 전족을 얘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 당나라 때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전족은 여자애의 발을 천으로 꽁꽁 묶어 자라지 못하게 하는 일종 풍습이었습니다. 15센치 이상으로 커지지 않는 게 목표니까 지금 생각하면 참 끔찍한 노릇이죠. 그리고 이런 여성의 작은 발은 남성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성적 쾌감까지 느끼게 해줬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전족이 표현된 중국 옛 그림들을 보면 대개 침대 위에서 전족을 푸는 그림들입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사실 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은 결국 욕망의 수수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서사가 수수밭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수수밭이 또 다양한 욕망들을 이루어주는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시작은 지극히 평범한 개인의 욕망으로 시작되지만 영화 중간에 일본 침략자들이 등장하면서 이 개인적 욕망은 사회적, 국가적 욕망으로 승화하게 되지요.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어떻게 이런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영화에 잘 드러나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중국 영화를 만나는 색다른 시선, 영화 속에 숨겨진 중국의 매력과 마력에 빠지는 시간. 지금까지 <차이나는 무비>였습니다.
ㅣ팟캐스트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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