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 의 한중일 횡단토크쇼!
장예모 감독의 불후의 명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에 개봉한 영화, <홍등>을 소개합니다.
한국어 제목은 <홍등>이지만 중국 상영 시는 <대홍등롱고고괘>라는 조금 다른 이름입니다. 높을 고자에 걸 괘자로 홍등을 높이높이 건다는 뜻도 담겨져 있습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옛날에 중국영화라면 몽땅 사자성어로 번역하는 불문율이 있었어요. 예컨대 <영웅본색>, <지존무상>, <화양연화>, <첩혈쌍웅>, <중경삼림> 등등. 정말 무슨 뜻인지도 모르게 말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홍등괘괘>라 안하고 <홍등>으로 번역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발전이지요~ ㅎㅎ
지난 시간에 영화란 결국 그림과 소리와 이야기의 결합이라고 말씀드렸죠. 장 감독에게 있어서 이미지나 소리 구현은 최강인데 서사가 약하다는 건 아무래도 옥티입니다. 그래서 장 감독은 비장의 무기(비장의 무기라 쓰고 편법이라 읽는다)를 사용합니다. 바로 문학작품을 영화로 만든다는 것. <홍등>도 중국 현대작가 쑤퉁의 <처첩성군>이란 소설이 원작이었다는 것. 처첩성군이란 처와 첩들이 무리를 이룬다는 말입니다. 얼마나 많았으면!
영화 속의 처와 첩들은 영감과 함께 큰 고택에서 생활하는데요. 고택이 영화의 유일한 배경이고, 시종일관 여기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보신 분은 알겠지만 일개의 민가인데 마치 궁궐처럼 으리으리한 건물. 영화 세트장이 아닌 중국 산서성에 실제로 있는 고건축-교가대원이에요. 지금은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로 되어 있고요. 물론 장 감독의 영화 때문에 뜬 거죠.
이제 교가대원과 거기에 얽힌 스토리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교가대원은 1756년, 청나라 건륭제 때에 지어진 부잣집 교씨네의 집이었어요. 산서성 진중시 기현에 위치한 대원은 6개 큰 뜨락에 20개의 작은 뜨락, 그리고 313개 방으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요. 그래서 민간에는 ‘황실에는 고궁이 있고, 민간에는 교가대원이 있네.’란 옛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여행을 위한 깨알 정보를 드리자면요. 진중으로 가는 직항이 없기에 산서성의 성회도시인 태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입장료가 비싼 편인데요. 138위안, 우리 돈으로 2만원이 넘습니다. 권장하는 관람 시기는 3월에서 11월. 사실 영화에서처럼 눈이 소복이 쌓이는 겨울도 나쁘지 않습니다.
교가대원이 교씨네의 개인주택이라 그랬잖아요. 그런데 어쩌다가 국가 소유의 관광지로 됐을까? 여기에도 참 안타까운 사연이 있어요. 교씨 집안의 몰락은 지난 세기 20년대부터 시작됩니다. 당시의 중국은 청나라가 망하고, 서방열강과 군번들이 혼전하는 때였어요. 그중 북양군벌 펑위샹이 있었는데 전세에 밀려 산서성을 지나 서북쪽으로 퇴각하게 됩니다. 이때 교가네 은화를 200만 가까이 갈취했다 합니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30년대에는 일본군한테 운영하던 은행들을 전부 약탈당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자본가들의 자산은 모두 몰수당하지요. 참, 역사가 낳은 비극이네요.
<홍등>에서는 신기하게도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영감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장예모의 영화적인 장치라 판단됩니다. 가부장적인 권위자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신비주의를 통해 권위와 권력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게 아닐까요.
봉건 사회의 폐습 속에서 미칠 대로 미친 공리(송련 역)는 마지막 장면에서 네모난 마당을 서성입니다. 쉴 새 없이 돌고 돌지요. 그것은 마치 한자 하나를 연상하게끔 합니다. 가둘 수(囚)예요. 네모 안에 사람 인(人)이 갇혀 빠져나올 수 없는 건 어쩜 송련의 처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 부인을 맞이하는 영감. 비극의 수레바퀴는 다시 돌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장예모 감독의 <홍등>도 오늘 살펴봤습니다. 아무쪼록 꼭 한번 보셨으면 합니다. 영화 속 높이 걸린, 단홍빛 홍등만큼이나 빛나는 장예모를 만나실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금까지 <차이나는 무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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