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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Jul 01. 2019

장률 감독의 <망종> 보셨나요?

차이나는 무비 차이나는 문화  


안녕하세요! 

 중국영화와 더불어 중국의 숨겨진 매력을 전해드리는 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입니다. 오늘은 장률 감독의 <망종>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2006년에 3월에 국내에서 개봉한 <망종>은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ACID상, 페사로영화제 뉴시네마상,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상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은 작품입니다.



먼저 장률 감독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장률 감독은 1962년 중국 연길에서 태어났습니다. 연길은 잘 아시다시피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주도이죠. 원래 본적은 경북 의성인데 일제강점기에 독립군이었던 할아버지가 만주로 이주하셨다고 합니다. 장률 감독은 재중동포 3세인거죠. 그런데 나고 자란 동네에 조선족이 거의 없어서 어릴 때는 한국말을 전혀 못했다고 합니다. 대학에서는 중국문학을 전공하고 소설가로 데뷔도 하고 대학으로 돌아와 교편을 잡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천안문 사태를 직접 목격한 뒤 체제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소설가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학교에서 나와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재중동포 3세 장률 감독 


그러던 어느날 영화를 하는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말싸움을 하게 됩니다. 친구의 영화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그렇게 만들면 나도 영화감독 하겠다”라는 말을 던지기까지 하죠. 이후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영화 감독이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 제목 풀이부터 시작해보곘습니다. ‘망종(芒種)’이라는 단어는 벼·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입니다. 농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죠. 


영화는 중국 변방에서 망종 시기에 최순희라는 조선족 여자가 아들 창호와 함께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단한 인생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김치를 팔면서 생계를 잇는데, 노점상을 하다 보니 단속반에 걸리기도 하고,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치사한 일도 겪게 되죠. 게다가 영화 전반에 걸쳐 사실은 성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차이나는 한 장면

그런데 장률 감독의 영화를 보면 아무래도 스스로가 중국 동포 출신이어서인지

 주인공들이나 영화의 배경이 대부분 경계나 소수민족과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또 독특한 중국 문화나 조선족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면들도 있죠. ‘차이나는 무비’ 팟캐스트 멤버 ‘자영업’과 ‘꿈꾸미’가 뽑은 차이나는 한 장면도 중국 문화와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바로 아들 창호가 옆집에 사는 매춘부에게 "누나 사람들이 왜 누나를 보고 닭이라고 그래?"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중국어로  닭은  jī 입니다. 그리고 발음으로는 는 '여자 희'가 있습니다.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매춘하는 여자를 은어로 닭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매춘부들이 함께 모여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도 아이들이 떠드는 장면에서도 독특한 중국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바로 시입니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사실 아이들이 중국 당나라 시대에 쓰여진 시, 당시(唐詩)를 읊는 장면입니다. 

두 시가 나오는데, 하나는 맹교(孟郊)가 쓴 유자음(游子吟)이고, 다른 하나는 이백이 쓴 정야사(静夜思)입니다.

중국에서는 시를 외우는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초등학생이 외워야야 할 당시(唐詩)가 무려 300수나 된다고 하죠. 이렇게나 많은 시를 외운다는 것은 300개의 새로운 세계를 가진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오늘은 이 중 맹교가 쓴 유자음을 들려들게요.


慈母手中线 címǔ shǒuzhōng xiàn 자모수중선

자상하신 어머니 손에 실을 드시고


游子身上衣 yóuzi shēn shàngyī   유자신상의

길 떠나는 아들의 옷을 지으시네


临行密密缝 línxíng mìmìféng    임행밀밀봉

먼길에 해질까 촘촘히 기우시며


意恐迟迟归 yìkǒng chíchí guī    의공지지귀

돌아옴이 늦어질까 걱정이시네


谁言寸草心 shuí yáncùn cǎoxīn  수언촌초심

한 마디 풀같은 아들의 마음으로


报得三春晖 bào dé sān chūnhuī  보득삼춘휘

봄볕같은 사랑을 어이 갚으랴

 

사실 당시(唐詩)는 장률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개봉한 <군산>의 부제 ‘거위를 노래하다’ 역시 당시(唐詩)의 제목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천재 시인 낙빈왕이 일곱 살 때 쓴 영아(咏鹅)라는 시로 중국인이라면 유치원 때부터 모두 배운다는 뜻의 시입니다. 이렇게 시를 자주 사용하는 것은 중국 문학을 전공한 장률 감독의 영화가 지니는 특색이기도 하겠지요. 장률 감독의 다른 영화에서 나타나는 중국 시는 다음 기회에 더 다뤄보겠습니다. 


신여성이 꼽은 차이나는 한 장면은 색과 관련이 있습니다. <망종>을 보면 파란색이 계속 나옵니다. 첫 장면은 파란색 창문 틀이 있는 방 안 에서 밖을 내다보며 커튼을 닫는 장면입니다. 순희가 생계를 위해 매일 끌고다니는 삼륜차도 파란색이죠. 영화 중간에 아이들이 낙서를 하는 색도 파란 색, 아들 창호가 만든 잉어연의 색도 파란색이죠. 영화의 마지막에도 파란색이 한 번 더 나오게 되죠. 

이렇게 파란색이 계속 쓰이는 것이 우연이었을까요? 차이나는 무비는 파란색이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영화 속 파란색에 대해서 여러분이 직접 영화를 보면서 고민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영화 관람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한편 영화 속 매춘부들은 결국 단속에 걸려 그 집을 떠나게 됩니다. 조선김치를 팔며 겨우겨우 버티며 설아가는 순희 역시 매춘부로 몰려 조사를 받게 되고, 이제 순희도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결국 순희의 집은 빈집이 되죠. 원래는 일곱 명이 같이 살았던 주택인데, 그 집이 빈집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누가 그 사람의 삶을 위협하고, 누가 자기자신을 잃게 되고, 누가 이 사람을 집에서 끌어내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죠. 영화 속에서 순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민족이나 성별같은 구분과 소속에도 상관없이 있으니까요.


같은 동포라고 친근하게 다가온 유부남 김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씨가 순희에게 접근하자 순희의 옆집에 사는 매춘부는 순희에게 그 사람을 조심하라고 충고합니다. 자신들에게 오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죠. 그러자 순희가 매우 솔직하게 또 너무도 슬프게 대답하죠. “나도 별로 좋은 여자는 아니야”


바로 이 대사가 오늘의 중국어 한마디입니다.

 

“나도 별로 좋은 여자는 아니야”,


“我也不一定是一个好女人”

 

我wǒ 也yě 不bù一定yídìng 是shì 一个yíge 好hǎo 女人 nǔrén

 

그럼 다음에 또 좋은 영화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再见~



ㅣ팟캐스트ㅣ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시려면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podbbang.com/ch/13254        


또 있습니다.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podty.me/cast/18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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