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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Sep 25. 2019

독립군의 첫 승리, <봉오동전투>



영화 이야기에 인문학을 얹었다! 한중일 횡단 토크쇼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 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얼마전 개봉하여 많은 관객들을 끌어 모은 영화죠, 원신연 감독의 <봉오동전투>입니다.


영화 <봉오동 전투> 포스터


영화는 3・1 운동 이듬해 독립군의 무장 저항운동이 거세진 상황에서 만주의 봉오동에서 일어난 무장 독립군의 최초의 대규모 승리, 봉오동전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구성을 먼저 보면, 영화 제목처럼 전투 장면을 주요 장면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전투 장면은 진지하고, 전투 장면 전후로 유머러스한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었습니다. 물론 캐릭터 설정이나 촬영에 있어서는 조금의 아쉬움도 있지만요. 영화 포스터에 쓰여진 ‘마지막 조선’이라는 표현도 문제 제기가 되었죠. 1919년 3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봉오동 전투에 참여한 독립군은 당시 임시정부에게 정통성을 승인받았기 때문이죠. 물론 이렇게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2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게 본 영화, <봉오동전투>입니다.



'투비오어낫투비(TO BE OR NOT TO BE)'

말그대로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영화 속에서 스토리적 맥락에서 죽이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 혹은 더욱 살리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여자 ‘책사’는 더욱 살리고 싶은 캐릭터로 최유화 배우가 연기한 임자현 캐릭터를 뽑았습니다.


<봉오동 전투> 스틸컷


 ‘임자현’ 역은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 배우가 연기한 안옥윤 역과 비슷하죠. 이 두 캐릭터는 실제 여성 독립운동가인 ‘남자현’ 열사를 모티브로 했다고 합니다. <암살>에서는 큰 비중으로 다루어졌는데, <봉오동전투>에서는 조명받지 못한 것 같아 더욱 살리고 싶은 캐릭터로 뽑았습니다.그리고 감독이 ‘임자현’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있어 남자현 열사와 함께 참고했다는 또다른 인물이 있습니다. 유관순 열사의 친구로 알려진 남동순 열사입니다. 남동순 열사는 남편이 독립군으로 활약하던 중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생을 마감하자 독립 의병 활동을 더욱 열심히 돕고, 본인이 직접 총을 배워 암살 지령을 받아 활동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도 더욱 알리고 싶은 마음에 ‘임자현’ 캐릭터를 ‘TO BE’로 뽑았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는 살리고 싶은 장면으로 류준열 배우가 연기한 ‘이장하’가 누나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뽑았습니다. 이 장면이 <봉오동전투>에서 가장 촉촉하고, 감성적인 장면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꿈꾸미’가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 건조하지 않고 촉촉한 예술이라는 생각에 걸맞는 ‘TO BE’ 선택이었습니다. 이에 덧붙여 ‘꿈꾸미’는 이장하의 누나 캐릭터도 ‘TO BE’로 뽑았습니다. 이장하가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그 꿈을 뒷받침해주고 흔들리는 영혼을 잡아주는 사람이 결국 누나였기 때문이죠.


‘신여성’도 ‘TO BE’, 살리고 싶은 장면을 가져왔습니다. 바로 동굴에서 독립군들이 모여서 감자 한 알을 쪼개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봉오동 전투> 스틸컷


전국 팔도에서 모인 이들이 각자의 사투리로 감자를 부르는 장면은 <차이나는 무비>에서 다루기도 했던 영화 <말모이>를 떠오르게 하기도 하죠. 신여성이 이 장면을 ‘TO BE’로 뽑은 것은 바로 어제는 농부이기도 하고, 도적이기도 했던 이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모습이 이 장면에서 감동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감자는 농부와 가장 가까운 작물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 사람들은 땅에서 농사를 짓고, 그것을 나누어 먹으며 생활한, 어쩌면 그들이 지키고 싶어했던 ‘땅’의 의미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디테일하게 드러난 이 장면을 더욱 살리고 싶은 장면으로 뽑았습니다.


또 다른 멤버 ‘자영업’ 역시 이번 영화에서는 ‘TO BE’ 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은 실존 인물을 들려줬습니다. 바로 ‘최운산 장군’입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봉오동 전투하면 ‘홍범도 장군’, 청산리 전투하면 ‘김좌진 장군’이 먼저 떠오르죠. 그러나 최운산 장군은 봉오동 전투에 숨겨진 주역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인물입니다. 최운산 장군은 당시 북만주 제일의 부자라고 불릴 정도로 간도 최고의 재벌이었습니다. 그는 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봉오동 골짜기에 마을을 만들고, 군사기지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만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독립군 세력들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었는데, 최운산 장군의 주도로 북로군정서, 의군부, 광복단 등 6개 단체가 ‘대한북로독군부’라는 이름으로 합쳐지게 됩니다. 봉오동 골짜기로의 대규모적인 통합과 최운산 장군의 경제적 지원 없이는 봉오동 전투에서의 승리는 매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인문학 드레싱’

영화를 보고 떠오른 역사, 문학, 음악, 철학 등 인문학적 영감을 더하는 시간, ‘인문학 드레싱’입니다. 과연 영화에 어떤 드레싱을 곁들이면 좋을까요?


 ‘꿈꾸미’가 <봉오동전투>에 얹을 드레싱은 가수 설운도 씨의 <누이>입니다.

언제나 내겐 오랜 친구같은


사랑스런 누이가 있어요


보면 볼 수록 매력이 넘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누이



-설운도, <누이> 중




‘꿈꾸미’는 '투비오어낫투비(TO BE OR NOT TO BE)'에서 이장하가 누나를 그리워하는 장면과 누나를 ‘TO BE’로 뽑았죠. 이와 관련된 드레싱입니다! 그리고 사실 트로트하면 조금 수준이 낮은 것 같은 이미지도 있고, 간혹 일본 ‘엔카’와 관련해 비판을 하기도 하죠. 그런데 문화라는 것은 서로 주고 받으면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서 왔는가는 사실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어쨌든 트로트 가요가 우리 대중들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장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트로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식 개선이 필요할 듯합니다.


 ‘신여성’도 자신이 뽑은 ‘TO BE’와 관련된 예술 드레싱을 가져왔습니다. 먼저 읽어볼게요.


 “나는 램프 불빛 아래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일용할 양식을 암시하고 있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가 자신의 작품 <감자 먹는 사람들>과 관련해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쓴 글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을 보면 굉장히 어두운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남루한 모습으로 감자를 먹고 있죠. 그런데 고흐가 여기서 담고 싶었던 이야기는 희망적이고, 감자 하나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 이야기라고 합니다. 영화 <봉오동전투>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이들 역시 땅의 소중함을 알고 감자 한 알의 소중함을 아는 보통의 사람들, 농부들이었죠. ‘신여성’은 어떤 순간에서도 희망을 품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고흐의 작품과 글을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책사’와 ‘자영업’은 조금 무거운(?) 드레싱을 가져왔습니다. 먼저 ‘책사’의 드레싱은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책, 『반일종족주의』입니다. 책의 집계라는 것이 판매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보니, 계속해서 내용 뿐만 아니라 판매에 있어서도 이슈가 되고 있죠. 이러한 언급이 또 다시 이슈가 될 것을 걱정하면서도 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책임감을 가지고『반일종족주의』를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또 이와 반대되는 책을 하나 더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일본의 저널리스트인 아오키 오사무가 쓴 『일본회의의 정체』입니다. 저널리스트로서 양심선언과 같은 이 책은 2년 전, 2017년에 출판된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회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프랑스 등에서 출판되었을 때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에서 위안부와 일본회의에 관련된 영화 <주전장>을 다룰 때 ‘Not To Be’로 뽑혔던 가세 히데아키에 관한 이야기도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영화 <주전장>을 보시고 ‘일본회의’에 관심을 가지게 된 분이라면 꼭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이 글입니다) 

일본회의의 정체를 밝힌 영화, <주전장> 

https://brunch.co.kr/@chran71/24#comment


 ‘자영업’은 역사와 관련된 드레싱을 소개했습니다. 봉오동 전투 이후 우리 독립 운동의 전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3・1 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하여 올해에는 <봉오동전투>를 포함하여 역사와 관련된 많은 콘텐츠들이 창작되고 있죠. 이러한 관심이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독립운동사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나고, 임시정부가 만들어진 후 민족해방운동은 크게 두 축으로 전개되었습니다. 하나는 중국 관내, 산해관 남쪽을 중심으로 한 임시정부 운동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만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무장투쟁이 있었습니다. 

1920년, 임시정부에서는 도산 안창호 선생을 중심으로 1920년을 ‘독립전쟁의 해’로 선포하면서 결기를 다졌습니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가 일어난 해도 1920년이었죠. 그래서 내년인 2020년은 독립전쟁 100주년입니다. 한편 청산리 전투에서 패한 일본은 ‘간도 지방 불령선인 초토 계획’을 반포합니다. 조선인을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선인, 불령선인을 토벌하겠다는 것이죠. 이후 1920년 말부터 만주지방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독립군이 아닌 민간인들까지 학살하게 됩니다. 간도참변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이에 더이상 견디기 어려웠던 독립군들은 연해주, 소련으로 이동합니다. 당시 소련은 10월 혁명 이후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기에 많은 공산주의 독립운동가들이 연해주를 기점으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하여 고려공산당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때 상하이파 고려공산당과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는 이후 자유시참변으로 이어지죠. 자유시참변은 연해주로 이동한 독립운동가들이 서로 무장 충돌하게 되면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자유시참변으로 와해된 독립군 단체들은 1923년, 만주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독립군 단체들로 이어집니다. 1923년 참의부가 만들어지고, 1924년 정의부, 1925년 신민부까지 만들어집니다. 이들은 자치행정 기관과 군시기관이 통합된 기관들로 이를 삼부 체제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1931년, 만주사변이 일어납니다.만주사변을 통해 일본이 만주를 점령하게 되면서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반경은 더욱 제한되게 됩니다. 그러면서 만주지역을 떠나 다시 관내로 돌아가게 되죠. 이때 만주 지역을 메꾼 것은 부분적으로 남아있던 조선인 항일유격대와 중국 공산당의 항일유격대가 통합을 하게 되면서 만들어진 동북인민혁명군입니다. 1936년에 이 단체는 동북항일연군으로 이어집니다. 하얼빈 지역에 가면 동북항일연군 기념관이 있습니다. 실제로 가보면, 조선족으로 표기된 열사들의 이름이 절반 가까이 될 정도로 조선인들이 매우 활발히 활약하던 단체입니다. 이후 이 연군, 연합군은 보천보 전투를 승리로 이끕니다. 보천보 전투는 독립운동사에 있어 청산리 전투, 봉오동 전투만큼 기억될만한 큰 전투임에도 우리나라의 오랜 이념 대립으로 인해 오랫동안 교과서에서 지워진 역사가 있습니다.

자영업은 이렇게 간단하게 나마 독립운동의 역사를 정리해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된 가슴 아픈 이야기 하나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게요.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의 말로(末路)입니다.


홍범도 장군 (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자유시참변 이후 실직 상태로 있던 홍범도 장군은 1937년 러시아의 고려인 강제이주에 의해서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하게 됩니다. 홍범도 장군은 그곳에서 ‘고려극장’이라는 극장의 문지기, 경비 업무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다 삶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홍범도 장군이 한국 독립 운동사에 끼친 영향력에 비해면 그 말년은 가슴아프기만 합니다. 한편 이 모습 그대로, 다시 말해 장군에서 극장 수위로 살다 돌아가신 인간 홍범도 모습 그대로를 얼마전 세종문화회관에서 <극장 앞 독립군>이라는 음악극으로 상연했지요.  (책사님은 냉큼 보고 왔습니다.) 봉오동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 홍범도 장군에서 말년의 평범한 극장 수위의 모습까지 그의 대조적인 삶을 통해 인생에 대해 다시금 되새겨보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9월 상연한 <극장 앞 독립군>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의 의미 있는 영화 <봉오동전투> 였습니다. 

누구도 강압적인 힘으로 다른 누군가를, 어떤 지역을 유린할 수 없습니다.




ㅣ팟캐스트ㅣ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시려면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podbbang.com/ch/13254        


또 있습니다.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podty.me/cast/182234 


ㅣ네이버 오디오 클립ㅣ

오디오클립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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