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영화 이야기에 인문학을 얹었다! 한중일 횡단 토크쇼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 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1996년, 20년도 더 전에 개봉했던 영화이지만 최근 홍콩시위와 맞물려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는 영화, <첨밀밀(甜蜜蜜)>입니다.
본격적인 영화 소개를 하기 이전에 먼저 영화가 개봉된 1996년 당시 홍콩의 상황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영화가 개봉되고 이듬해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었습니다. 1996년, 홍콩에서는 중국으로 반환되는 상황에 앞서 굉장히 불안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홍콩의 역사적 배경
경제적으로는 90년대 말 우리나라의 경제상황과 마찬가지로 홍콩의 경제 상황 역시 좋지 못했습니다. 한편 1949년 사회주의 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면서, 사회주의와 뜻을 달리했던 정치적 망명자들은 홍콩과 대만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후 홍콩에는 여러 이유로 대륙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계속 섞여 살게 되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의 중국 반환은 그들에게 있어 큰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홍콩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아시다시피 홍콩은 1842년 영국과 중국 간의 아편전쟁 이후 영국에 할양된 땅이었습니다. 그 이후 홍콩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영국인이었죠. 그러던 중 1949년 중국 대륙에서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섬과 함께 이에 영향을 받아 1967년에는 홍콩 6.7폭동으로 불리기도 하는 반영(反英)폭동이 일어납니다. 매우 격렬했던 시위를 계기로 외부인인 영국인이 아닌 홍콩에서 살아온 ‘홍콩인’이라는 의식이 점차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누가 진정한 ‘홍콩인’인가에 관한 문제, 즉 거류증과 거주민 문제가 법적으로 계속 논란이 되고, 또 스스로를 홍콩인이라고 자각하는 사람들이 대륙에서 온 사람들을 타자화하는 현상도 생겼다고 합니다. 이렇듯 홍콩과 중국 대륙 간의 갈등은 최근의 일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첨밀밀>은 홍콩 역사의 기록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면, 영화는 당시 홍콩을 둘러싼 여러 상황과 인간상을 두 주인공 안에 집중시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속 ‘소군(여명 분)’과 ‘이요(장만옥 분)’의 캐릭터를 자세히 보면 홍콩에서 원래부터 살던 사람들, 꿈을 가지고 중국 대륙에서 홍콩으로 넘어온 사람들, 그리고 또다른 꿈을 가지고 홍콩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첨밀밀>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홍콩의 역사를 담고 있는 영화라는 또다른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중국 대륙에서 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홍콩으로 온 ‘소군’은 홍콩 지역에서 사용하는 광둥어(廣東語)도 영어도 전혀 하지 못해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죠. 이후 ‘소군’은 ‘이요’가 소개해준 영어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며 이요와 점차 가까워집니다. ‘이요’는 본인 역시 중국 대륙 출신이지만, 소군과 처음 이야기를 할 때는 본인이 광둥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점에서 대륙 출신임을 속이죠. 이렇게 보면 언어는 스스로를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가를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입니다. 이요의 말처럼 중국 표준어를 하는 사람이라고 모두 중국인인 것은 아니지만 광둥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확실히 다른 어디선가 홍콩으로 넘어온 사람들일 테니까요.
'투비오어낫투비(TO BE OR NOT TO BE)'
말그대로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영화 속에서 죽이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 혹은 더욱 살리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는 TO BE, 살리고 싶은 스토리로 둘의 만남이 영화 첫 장면(기차를 타고 홍콩에 도착한 소군)부터 두 주인공이 만났다면 어땠을까? 라는 새로운 설정의 스토리를 TO BE로 뽑았습니다. 중국에서 홍콩으로 기차를 타고 넘어올 때부터 서로를 마주쳤다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를 응원하는 동료이자 동지로서 또다른 방향으로 펼쳐졌을 수도 있겠죠.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맥도날드에서 이요가 본인의 정체성을 숨길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요.
자막달린 중국영화는 필요없는 '자영업'은 TO BE, 살리고 싶은 캐릭터로 영어 강사 제레미(크리스토퍼 도일 분)입니다. 영화 속에서 영어 강사 제레미는 소군과 함께 살던 성매매 여성과 사랑에 빠지죠. 그리고 에이즈에 걸려 고향(태국)으로 돌아가는 그녀를 따라 태국까지 가게 됩니다. 에이즈라는 사실을 알고도 초월적인 사랑으로 그녀를 따라간 제레미의 사랑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성매매업소라는 공간이기 때문에 ‘진실한 사랑’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영화 속에서는 이 공간이 조금 다르게 비추어집니다. 소군의 고모인 로즈 역시 이 곳에서 한때 아주 짧게 또 강렬하게 만난 미국 영화 배우를 여전히 그리워하며 살고 있죠. <첨밀밀>의 주인공은 분명 소군과 이요이지만, 주변의 인물들 모두 입체적으로 또 섬세하게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주변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어 보는 것도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소군과 이요의 사랑 외 다른 사랑을 찾아보는 재미죠.
책을 사랑하는 여자 '책사' 역시 영화 속 주변 인물, 표 아저씨(증지위 분)를 살리고 싶은 캐릭터로 골랐습니다. 가지고 있던 주식이 폭락을 해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게 된 이요가 첫 손님으로 마주하게 된 인물이죠. 이후에는 이요와 또다른 사랑을 하게 됩니다. 조직 보스인 표 아저씨는 험상궂게 생긴 외모와 달리 ‘츤데레’ 면모를 소유한 의외의 인물입니다.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고, ‘세상에서 무서운 건 쥐 밖에 없다’고 말한 이요 때문에 용이 가득한 등에 미키마우스 문신을 하기도 하죠. 미국으로 가서는 이요와 새로운 생활을 꿈꾸기도 하죠.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미국으로 넘어갔지만, 결국 미국에는 흡수되지 못한 표 아저씨를 TO BE로 선정합니다.
지갑은 텅 비었지만 지식은 충만한 '신여성'도 사랑과 관련된 TO BE, 로즈 고모의 사랑을 살리고 싶은 이야기로 뽑았습니다. 단 한번 만난 미국인을 평생 그리워하며, 재회를 희망하며 살았지만,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로즈 고모의 사랑을 살리고 싶은 ‘TO BE’로 골랐습니다.오늘의 '투비오어낫투비(TO BE OR NOT TO BE)'에서는 모두 사랑과 관련된 스토리와 인물들을 살리고 싶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첨밀밀> 속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은 결국 세상은 우리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만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불법적이고 은밀한 곳에서도 진실한 사랑이 일어나고 인생의 희망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인문학 드레싱’
영화를 보고 떠오른 역사, 문학, 음악, 철학 등 인문학적 영감을 더하는 시간, ‘인문학 드레싱’입니다.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 멤버들은 오늘은 어떤 드레싱을 가져왔을까요?
‘꿈꾸미’가 <첨밀밀>에 얹을 드레싱은 <첨밀밀>하면 떠오르는 노래! 우리에게는 등려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고, 영화 속에서는 테레사 텅으로 나온 덩리쥔(鄧麗君·등려군)의 ‘첨밀밀’입니다.
사실 노래의 원곡은 인도네시아 민요입니다. ‘다융산빤’ -‘배를 저어가요’라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역의 민요를 1979년에 등려군이 중국 표준어로 된 곡으로 다시 부른 것이죠. ‘중국 노래’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노래! ‘첨밀밀’을 드레싱으로 얹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책사는 역시 책을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첨밀밀’을 부른 덩리쥔과 관련된 책, <등려군>과 <가희 등려군>입니다. <등려군>은 대만에서 출판되고, 최근에 국내에 번역이 되었고, <가희 등려군>은 국내에서 출판된 책입니다. 책과 관련하여 등려군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드리면, 등려군은 국민당 장교출신의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국의 민주화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평생 중국 땅을 밟지 못하고, 일본과 대만, 홍콩 등을 오가며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95년,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기관지천식으로 인한 발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실 그녀의 죽음을 둘러싸고는 꾸준히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자영업이 가져온 드레싱은 홍콩과 관련된 책, 류영하 교수님이 쓴 <홍콩 산책>입니다. 사실 여행 가이드 북을 제외하면 홍콩에 관한 책은 많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산책>은 홍콩의 역사와 언어, 문화까지 쉽게 설명해주는 입문서라고 생각되어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홍콩인의 정체성, 중국 대륙과의 오래된 갈등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류영하 교수님의 다른 책, <중국 민족주의와 홍콩 본토주의>를 추천해드립니다!
신여성은 사랑과 관련된 시 한편을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윤제림 시인의 <사랑을 놓치다>입니다. 시를 감상하면서 오늘의 인문학 드레싱 마무리하겠습니다.
윤제림, <사랑을 놓치다>
…내 한때 곳집 앞 도라지 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 여자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소북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 여자가 바로 옆 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영화 <첨밀밀>에서 볼 수 있는 사랑들은 연결될 듯하면서 자꾸 어긋나고, 그래서 더 아련함을 느끼게 하죠. 이 시에서 ‘달빛’ 역시 그런 아련함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차이나는 한마디
영화 속 이요와 소군이 한 마디씩, 마치 끝말잇기 하듯이 말을 주고 받는 장면이 있죠. 자세히 들으면 모두 사자성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상호 간의 인사를 사자성어로 혹은 성어가 아니더라도 네 글자로 된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오늘은 네 글자로 된 인사말들을 차이나는 한마디로 배워보겠습니다.
恭喜发财gōngxǐ fācái 부자 되세요!
一帆风顺 yìfānfēngshùn 순풍에 돛을 올리다. 하는 일들이 순조롭길 바랍니다!
大吉大利 dàjídàlì 크게 길하고 크게 이롭길 바랍니다!
友谊万岁 yǒuyì wànsuì (우리의) 우정만세!
오늘은 최근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일들을 보다 깊이 있게 보기 위해서 영화 <첨밀밀>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글 앞에서 짧게나마 이야기해 본 홍콩과 중국의 뿌리 깊은 갈등에서도 살필 수 있듯이 홍콩 사람의 정체성은 계속해서 변화해왔고 지금, 다시 한번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첨밀밀> 영화 주제곡(月亮代表我的心)을 소개하겠습니다. 번역하면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해줘요'가 되지요.
你問我愛你有多深,我愛你有幾分。
당신은 나에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었습니다.
我的情也真,我的愛也真, 月亮代表我的心。
나의 마음도 진짜입니다. 나의 사랑도 진짜입니다.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합니다.
你問我愛你有多深,我愛你有幾分。
당신이 나에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었습니다.
我的情不移,我的愛不變,月亮代表我的心。
나의 마음은 떠나지 않습니다. 나의 사랑은 떠나지 않습니다.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합니다.
輕輕的一個吻,已經打動我的心。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이미 내 마음은 열렸습니다.
深深的一段情,叫我思念到如今。
깊고 깊은 마음에, 날 지금까지 그리워하게 만들었습니다.
你問我愛你有多深,我愛你有幾分。
당신은 나에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었습니다.
你去想一想,你去看一看,月亮代表我的心。
저 달빛을 보며 한 번 생각해보세요. 달이 내 마음을 보여줍니다.
輕輕的一個吻,已經打動我的心。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이미 내 마음은 열렸습니다.
深深的一段情,叫我思念到如今。
깊고 깊은 마음에, 날 지금까지 그리워하게 만들었습니다.
你問我愛你有多深,我愛你有幾分。
당신은 나에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었습니다.
你去想一想,你去看一看,月亮代表我的心。
저 달빛을 보며 한 번 생각해보세요. 달이 내 마음을 보여줍니다.
你去想一想,你去看一看,月亮代表我的心。
저 달빛을 보며 한 번 생각해보세요. 달이 내 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