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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Oct 31. 2019

봉준호 감독의 대표 영화 <살인의 추억>

영화 이야기에 인문학을 얹었다! 한중일 횡단 토크쇼 <차이나는무비 플러스> 입니다. 얼마전 한국 영화의 큰 축제,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막을 내렸습니다. <차이나는무비 플러스> 멤버들도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한국 영화사에서 의미 있는 영화 10편을 선정해 야외 특별 상영전을 개최했습니다.


1919년 단성사 상영 <의리적 구토>


1919년 10월 27일, 당시 종로 3가에 위치했던 한국 최초의 상설 영화관인 ‘단성사’에서 <의리적 구토>라는 작품이 상영되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의 모습과는 조금 다릅니다. 배우들이 연극을 하는 중간에 무대 위 스크린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연쇄극’이라는 장르였습니다. 


단성사 전경(1962), 사진 출처 : 국가기록원


<의리적 구토>는 필름으로 남아있지는 않지만, 지난 100년 동안 한국 영화가 걸어온 길은‘한국영상자료원’ 같은 곳을 통해서 볼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오늘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100년, 위대한 정전 10선’으로 뽑힌 영화 중 영화가 소재로 한 실제 사건의 범인이 최근에 잡혀 다시 회자되고 있는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 포스터


화성연쇄살인 사건이 모티브였던 <살인의 추억>


잘 알려졌듯이 2003년 개봉한 이 영화는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화상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합니다. 개봉 당시에도 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박두만(송강호 분)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은 많은 영화 관람객들이 뽑는 명장면이기도 하죠.


 그런데 영화의 제목을 다시 살펴보면, ‘살인’이라는 단어와 ‘추억’이라는 단어가 함께 있는 것이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추억이라는 말은 무언가 아련하고, 그리운 대상 혹은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과 함께 자주 쓰이기 때문이죠.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와는 이질적인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사실 영화는 다른 제목으로 개봉될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같은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의 원작, 연극 <날 보러와요>의 제목을 그대로 따라갈 수도 있었습니다. 또 실제 담당 형사들이 자신들의 심정을 담아 허수아비에 남긴 글, “너는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을 것이다” 역시 제목의 후보였다고 합니다. 많은 고민을 거쳐 결국 지금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진 것이죠. 오히려 살인과 추억이라는 이질적 표현이 영화가 더 회자되고, 이 사건이 오랜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습니다.


'투비오어낫투비(TO BE OR NOT TO BE)'

말그대로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영화 속에서 죽이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 혹은 더욱 살리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는 NOT TO BE, 죽이고 싶은 캐릭터로 박현규(박해일 분)을 골랐습니다. 유력한 용의자인 박현규는 영화상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놔줄 수 밖에 없었던 캐릭터였죠. 영화 속에서라도 범인을 잡는 통쾌함을 느끼기 위해서 박현규를 잡는 스토리는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책사는 TO BE, 살리고 싶은 캐릭터로 백광호(박노식 분)을 골랐습니다. 백광호 캐릭터는 “향숙이 이쁘지”라는 대사로 유명하기도 하죠. 영화 초반부터 형사들에게 폭력을 당하고 마지막에는 열차에 치여 죽는, 너무나도 억울한 이 캐릭터를 꼭 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TO BE로 뽑았습니다. 영화는 이렇게 아무 죄가 없음에도 조사받는 과정에서 무수한 폭력에 노출되는 등 다양한 피해를 입었던 인물들과 또 그것이 가능했던 시대를 낯낯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동원된 경찰 인원만 205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고, 수사대상자만 2만128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백광호와 같은 인물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있었을지 생각하면, 억울한 백광호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기도 합니다. 최근 과거 용의자 중 일부가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언론을 통해 이야기하는 일들이 보이는데요, 이 문제 역시 함께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자막달린 중국 영화는 필요 없는 자영업은 숨겨진 한 장면을 소개했습니다. 아주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이라 많은 분들이 놓칠 수 있는 한 장면입니다. 영화 시작 47분에 피해 여성이 논두렁을 지나가던 중 이상함을 느끼고 가지고 있던 손전등으로 주변을 훑어봅니다. 적막 뿐인 이 장면에서 스크린 왼쪽 상단을 자세히 보면 마치 두더지처럼 범인이 잠깐 고개를 듭니다. 정말 작게 지나가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어두운 실루엣을 마주하게 되면 소름이 끼칩니다. 영화 화면 전체를 디테일하게 활용하는 봉준호 감독다운 장면입니다.


‘인문학 드레싱’

영화를 보고 떠오른 역사, 문학, 음악, 철학 등 인문학적 영감을 더하는 시간, ‘인문학 드레싱’입니다.


지갑은 텅 비었지만 지식은 충만한 '신여성'은 <살인의 추억>에 얹을 드레싱으로 드라마 한 편을 가져왔습니다. OCN에서 영국 드라마 <Life on Mars?>를 리메이크 제작한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입니다. 이 드라마는 영화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시기, 80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1988년으로 돌아가 <살인의 추억>에서 나오는 폭력적인 형사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물론 끝까지 사건을 놓치지 않고 해결하려는 형사들도 나옵니다.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공식 포스터


앞서 말했듯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나온 폭력적인 형사들의 모습과 그로 인한 무고한 피해들이 창작된 것이 아니라 이 역시도 실제 사건들을 배경으로 합니다. 두 콘텐츠를 통해 폭력적인 모습이 당연시되었던 혹은 올림픽에 들떠 미처 일어나는 폭력을 살피지 못했던 당시의 모습을 반성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사실 비극적인 상황이나 사건을 드라마 혹은 영화로 담아내는 것은 희생자들에게 또다른 고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위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콘텐츠들은 많은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을 꺼내어 알린다는 점에서 또 의의가 있겠죠. 80년대 후반, 폭력적인 국가 권력의 민낯을 보여주는 <살인의 추억>과 <라이프 온 마스>입니다.

 영화 이야기에 인문학을 얹었다! 한중일 횡단 토크쇼 <차이나는무비 플러스>는 다음에 다시 좋은 영화, 좋은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ㅣ팟캐스트ㅣ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시려면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podbbang.com/ch/13254        

또 있습니다.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podty.me/cast/182234 

ㅣ네이버 오디오 클립ㅣ

오디오클립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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