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
영화 이야기에 인문학을 얹었다! 한중일 횡단 토크쇼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 입니다. 영화 속에 숨겨진 중국의 매력과 마력의 빠지는 시간, 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가 시즌 2 로 돌아왔습니다!
시즌2에서 처음으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2019년 8월 7일 개봉한, 미키 데자키 감독의 <주전장 >입니다.
<주전장>이라는 영화 제목만 보고는 어떤 뜻인지 단번에 알아차리가 쉽지 않죠.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 쓰는 표현이지만, 한자를 보면 뜻을 알아차릴 수가 있어요.
主(주인 주), 戰(싸움 전), 場(마당 장)
이제 제목의 의미가 보이시나요? 주전장은 주된 싸움터 혹은 전략적 요충지를 둘러싼 전쟁 터를 의미합니다. 포스터에서도 보이듯이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전장(戰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은 원래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생활을 하면서 일본 사람들의 차별을 경험하고, 그 차별의 뿌리를 파헤쳐 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때 한일간의 갈등, 그리고 일본 우익들의 활동에서 주요 격전지인 혐오 감정, 특히 한국인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를 발견하고 이것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 든 것이죠. 그런데 영화를 보시면 일본 우익들의 차별과 증오는 단지 한일간의 문제가 아니 라 일본과 중국, 일본과 미국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결국 영화는 한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감독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일본 우익들이 가 지고 있는 아시아 패권에 관한 문제로 이어집니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기본인 공정성과 신뢰도를 지키면서 두가지 반대 입장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주기 때문이죠.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여주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관객에게 맡기는 것이죠. 2019년 여름, 아베 퇴진, 일본 불매운동을 둘러싼 이슈가 점차 확산되는 이 시기에 시의적절하게 이야기를 나눠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투비오어낫투비(TO BE OR NOT TO BE)'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의 새로운 코너 ‘TO BE OR NOT TO BE’ 차례입니다! 말그대로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영화 속에서 스토리적 맥락에서 죽이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 혹은 더 욱 살리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다뤄보는 코너이죠. 이번 영화 <주전장>에서는 ‘NOT TO BE’, 죽이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선정해보았습니다. 참고로 이번에 ‘Not To Be’로 선정된 인물들은 모두 한국의 위안부 문제를 자발적이고 상업 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중국의 난징대학살은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역사수정주의자 혹은 역사부정주의자입니다.
신여성이 뽑은 첫번째 ‘NOT TO BE’의 주인공(?)은 아베 총리입니다. 영화를 보면 아베 총리의 계보도가 소개되는데요, 아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부터 우리나라와는 악연이 시작되었죠. 기시 노부스케는 태평양 전쟁의 A 급 전범이었다고 합니다. 석방된 이후에는 패전국이었던 일본의 군비 확장을 이끌었던 인물이죠. 외조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베는 교과서에 서 위안부를 지우고, 방송사와 신문사를 통제하면서 역사를 수정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꿈꾸미는 일본 자민당 중의원인 스키타 미호를 ‘NOT TO BE’로 뽑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미호는 ‘절대 일본은 그런 적이 없다’, ‘일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과연 그는 진실을 일부러 외면하는 것인지 혹은 자신이 믿는 것이 진정한 진실이라고 생각 하는 것이지 의문이 듭니다.
책사와 자영업은 영화 <주전장> 속 ‘Not To Be’로 ‘가세 히데아키’를 뽑았습니다. 1993년 출판된『추한 한국인』이라는 책의 실질적인 감수자로 알려져 있는 그는 일본회의의 대표이며, 이 영화에서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합니다.
"중국이 옛 소련처럼 붕괴하면 한국은 일본에 의지 할 수 밖 에 없다 . 그러면 한국은 가장 친일적인 훌륭한 나라가 된다. 한국은 시끄럽게 구는, 버릇없 는 꼬마처럼 귀여운 나라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나라다."
본인이 쓴 책 외에는 읽지 않는다는 가세 히데아키. <주전장>의 ‘Not To Be’로 선정되셨습니다! 물론 일본 안에서도 ‘NOT TO BE’ 로 뽑힌 인물들과는 달리 일본 우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일본 우익들 사이사이에 풀처럼 살아있는 분들의 인터뷰를 보다보면, 정의(正義)라는 것이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 대해서 혹은 한국에 대해서 일방적인 혐오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 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하는 노력이 정의(正義)이지 않을까 하고요.
‘인문학 드레싱’
이번에는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의 두번째 새 코너. ‘인문학 드레싱’입니다. 이 코너는 영 화를 보고 떠오른 역사, 문학, 음악, 철학 등 인문학적 영감을 더하는 시간입니다. 과연 영화 에 어떤 드레싱을 곁들이면 좋을까요?
‘신여성’은 『토지』의 저자 박경리 선생님이 쓰신 『일본산고(日本散考)』를 인문학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일본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라는 뜻의 이 책의 부제는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입니다. 1927 년생으로 일제강점기에 성장기를 보내신 박경리 선생님이 우리에게 전하는 일본에 대한 충고가 담긴 책입니다. 장편 소설『토지』가 워낙 길어 읽기 부담스럽기 쉬운데, 『토지』를 읽기 전에 『일본산고』를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영업’은 중국 향기가 가득한 중국 책 두 권을 드레싱으로 들고 왔습니다. 아직 번역본이 없어서 중국어를 하지 못한다면 읽을 수는 없지만, 사실 책보다는 작가 분의 이야기가 진짜 드레싱입니다. 사실 중국에서 위안부에 대한 연구는 조금 늦게 진행되었습니다. 아직도 국가 차원에서 피 해자를 찾거나 보상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죠.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중국 내에서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쑤즈량(蘇智良) 교 수와 장쑤왕빙(张双兵) 작가입니다. 상하이 사범대 사학과 교수인 쑤즈량 교수는 1992년도에 도쿄를 방문하고, 그때서야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된 것에 대한 자괴감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고 있습니 다. 중국에서 유일한 위안부 소녀상도 상하이 사범대에 설치되었죠. 쑤즈량 교수는『일군위안부연구』라는 책에서 일본 측이 주장하는 위안부의 수(20 만명)가 중국인 위안부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실제 위안부의 수는 36만에서 40만에 이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중국에서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또다른 작가 장쑤왕빙은 중국 산시성(陝西省)의 아주 작은 마을의 교사입니다. 아주 평범한 교사이지만 1982년부터 본인 스스로 위안부 문제를 조사하면서 실제 위안부 여성들의 증언을 모아 『위안부조사실록』을 써냈습니다. 장쑤왕빙은 한 신문사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 人走了理还在 , 사람은 갔어도 정의는 남아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픈 시대를 증언할 수 있는 분들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장쑤왕 빙의 인터뷰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꿈꾸미는 2017년에 국내에서 개봉한 대만 영화 <군중낙원>을 드레싱으로 소개했습니다.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초청되기도 한 영화죠.
여러분 혹시 ‘특약다실(特約茶室)’ 이라는 말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특약’은 특별한 약속, ‘다실’은 차를 마시는 방을 뜻합니다. 그런데 특약다실은 ‘831’이라는 속칭으로 불리기도 한 위안소를 부르는 말입니다. 중국 국공내전 당시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이 대만으로 내려올 때, 금문도를 전략적 요충 지로 삼고 이곳에 수많은 군인들을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1951년, 이곳에 최초로 ‘군낙원’이라는 이름의 특약다실을 만들었습니다. 참 놀랍게도 이 특약다실은 실제로 1989년도까지 유지되었다가 인권문제가 제기되어 폐지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 <군중낙원>을 ‘꿈꾸미’는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보다 폭넓게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책사’도 영화 한 편을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바로 일본 영화 <신문기자>입니다. 독특 하게도 영화 <써니>로 잘 알려진 심은경 배우가 여자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사실 아직 한 국에서는 개봉이 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이 영화는 <주전장>처럼 한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아베 총리를 둘러싼 사학 스캔들 중 하나인 ‘가케(加計) 학원’ 문제를 배경으로 하는 사회고발 영화입니다. 영화는 익명의 제보를 추적하고 파헤치는 한 여성 기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는 원작이 있습니다. 원작 작가는 기자였습니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기자로서 의 소명을 다한 모치즈키 이소코(望月衣塑子)라는 기자가 쓴 에세이를 영화로 각색한 것이죠. 그래서인지 영화 제작 당시 아베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이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선뜻 나서는 일본 여배우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배우인 심은경이 주연을 맡게 된 것이죠. 영화 <주전장>에서도 보여지는 아베 정권의 언론 통제 속에서 진정한 기자의 역할을 생각해보게 해주는 영화 <신문기자>입니다.
차이나는 한 마디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에서도 차이나는 한 마디는 이어집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차이나는 한 마디는 앞서 소개해드린 ‘자영업’이 가져온 드레싱, 장쑤왕빙 작가의 인터뷰 대사입니 다.
“사람은 갔어도 정의는 남아있다”, “人走了理还在”
人rén 走了zǒu le 理lǐ 还在hái zài
그럼 다음에 또 좋은 영화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再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