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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Aug 11. 2019

장률 감독의 <군산><경주> 영화의 네 가지 공통점

차이나는 무비 차이나는 중국문화!



안녕하세요! 영화 속에 숨겨진 중국의 매력과 마력의 빠른 시간 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입니다. 오늘은 영화 두 편을 묶어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군산>과 <경주>입니다. 두 작품 모두 장률 감독이 연출을 하였고, 도시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사용하는 등 여러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묶어 보았을 때 또다른 영화 속 매력들을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연변 출신으로 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장률 감독에 대해서는 지난 <망종>편에서 소개해드린 적이 있죠. 감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망종>편을 찾아 보시면 됩니다.


장률 감독의 <망종> 보셨나요?

https://brunch.co.kr/@chran71/17


그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바로 해보겠습니다. <군산>과 <경주>는 각각 2018년과 2014년에 개봉한 작품입니다.


<군산> 영화에서

 

영화 <군산>은 전직 시인이었던 ‘윤영’(박해일 분)과 윤영의 선배 아내였던 ‘송현’(문소리 분)이 군산으로 갑작스런 여행을 떠나고 어느 민박집에 머무르며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낸 영화입니다. 서로에 대한 미묘한 감정으로 함께 군산으로 오게 된 윤영과 송현이 군산에 와서는 오히려 계속 어긋나게 되는 감정과 사건들을 영화는 차분히 보여줍니다.


<경주> 영화에서


<경주>는 친한 형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북경대 교수 ‘최현’(박해일 분)의 이야기입니다. 최현은 7년 전 경주의 한 찻집에서 보았던 춘화(春畵, 남녀의 직접적인 성 풍속 장면을 소재로 한 풍속화)의 기억을 쫓아 경주로 향하게 되죠. 그리고 그 찻집의 주인 ‘윤희’(신민아 분)를 다시 만나 그녀와 경주 이곳저곳을 다니며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죠.

사실 두 영화는 이야기들의 이음새가 촘촘하고, 인과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런 식의 영화를 소설에 비유할 수 있다면, <군산>과 <경주>는 시같은 영화입니다. 한 행과 한 행의 사이가 있어 그 이음새를 관객이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채워야하는 영화이죠. 그래서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부분을 상상으로 채워본다면 장률 감독의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제 두 영화의 공통점을 살펴보면서 영화 속 숨겨진 매력을 찾아보겠습니다.


<군산> <경주> 포스터

 

 우선 포스터에서 바로 확인하실 수 있듯이 두 작품에서 모두 박해일 배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박해일 배우가 두 영화의 첫번째 공통점이라 할 수 있죠. 박해일 배우 특유의 우수에 찬 눈빛이나 문학 소년 같은 이미지가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장률 감독과 매우 잘 통했나 봅니다.


 두번째 공통점은 두 작품의 제목이 도시 이름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장률 감독은 익산의 옛이름은 <이리>, 그리고 올해 개봉 예정인 <후쿠오카> 처럼 꾸준히 도시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률 감독은 각 도시를 조금 낯설게 표현합니다. 군산이라면 일제강점기의 항구 도시로 미곡창고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고, 경주라면 신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천년고도의 모습을 흔히 생각하게 되죠.


<경주> , 한 밤 중 술에 취해 고분능 위에 올라가 서로를 마주보는 최현과 공윤희


장률 감독 역시 영화 속에서 각 도시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도시들을 보여주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그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죠. 일종의 ‘낯설게 하기’ 효과랄까요? 두 영화 모두 갑작스럽게 군산과 경주에 여행을 온 이방인(윤영과 최현)의 시선을 담고 있는 것도 각 도시를 조금 더 낯설게 느껴지게 해준다고 볼 수 있죠.


 세번째 공통점은 두 작품을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감상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도시들 중 군산과 경주를 배경으로 한 이유도 ‘시간’과 관련되어있죠. 우선 경주는 오래된 시간의 흔적들인 여러 릉과 문화 유산이 있죠. 군산 역시 우리의 근대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이렇게 거대한 역사적 시간을 담은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이 나옵니다. 바로 문득문득 등장하는 조선족이나 일본인 관광객들을 포함해서 고향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 정착한 동네 주민들처럼 말이죠.

 또한 <군산>에서는 시간적으로 나중에 일어난 일을 먼저 보여주고 영화 중반부터는 그 전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경주>에서 ‘최현’은 과거의 기억을 따라 경주를 온 것이고 또 그 곳에서 과거에 만났던 여자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윤희’는 릉 위에 올라 릉 안에 있는 이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죠. 이렇게 두 영화 모두 전체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계속해서 연결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감독은 눈 앞에 보이는 군산과 경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쌓여있고, 그 안에는 지금은 디아스포라로 흩어져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죠.


 네번째 공통점은 장률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 중국 문화와 문학와 관련된 소재들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군산>의 부제 ‘거위를 노래하다’는 중국의 천재 시인 낙빈왕이 일곱 살 때 쓴 시의 제목입니다. ‘영아(咏鹅)’라고 하는 이 시는 중국인이라면 유치원 때부터 모두 배울 정도로 매우 유명한 시라고 합니다.


<군산>에서 박해일 배우


<경주>에서는 중국 그림이 나옵니다. 바로 ‘윤희’의 집 벽에 중국 그림이 하나 나오는데, 이 그림은 ‘풍자개’(豊子慨)이라는 유명한 중국의 화가가 그린 그림입니다. 찻잔과 초승달이 그려진 이 그림 옆에는 “사람들 흩어진 후에 초승달이 뜨고 하늘은 물처럼 맑다”(人散後, 一鉤新月天如水)라는 의미의 중국어가 쓰여져 있죠. 시의 일부 이기도 한 문장이 그림과 너무도 잘 어울리죠.


<차이나는 무비>가 꼽은 네가지 공통점 외에도 여러분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또다른 공통점을 찾아 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영화 관람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이제 영화 속 중국어 대사를 통한 ‘오늘의 중국어 한마디’ 코너로 넘어가면서 <군산>, <경주>편 마무리 하겠습니다.


오늘의 중국어 한마디

 오늘의 중국어 한마디는 중국 노래입니다. <경주>에서 ‘최현’이 중국에 있는 와이프로부터 장문의 음성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그 메시지에서 아내가 불러준 노래가 있었죠. 중국어로 ‘茉莉花’mòlìhuā’ 라고 하는 노래입니다. 우리말로는 말리꽃이죠. 흔히 자스민이라 부르는 꽃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 첫마디를 오늘의 중국어 한마디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한 송이 아름다운 모리화” “好一朵美丽的茉莉花”


好hǎo 一朵yìduǒ 美丽měilì的de茉莉花mòlìhuā


好hǎo一yì朵duǒ茉莉花mòlìhuā, 好hǎo一yì朵duǒ茉莉花

 그럼 다음에 또 좋은 영화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再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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