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 속 차이나는 중국 문화 이야기!
오늘 이야기할 작품은 못 하는 게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 대만의 주걸륜 각본, 감독, 주연의 <말할 수 없는 비밀>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무척 큰 사랑을 받았었죠!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피아노배틀 장면은 당시 유튜브를 통해 입소문, 아니 귓소문을 타면서 국내 흥행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요. 음악영화이면서 로맨스 학원물로 서스펜스와 스릴도 느낄 수 있는 미스테리 영화! 첫사랑의 아련함과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 또한 녹아있는 영화지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각본, 감독, 주연을 총망라한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능력남 주걸륜! 사실 그는 영화의 제작 전부터도 아시아권 최고의 스타였죠. 중화권 최고의 인기가수이자 만능 엔터테이너였던 주걸륜은 이미 장이머우감독의 <황후화>와 <이니셜 D>에 출연하여 국내에 얼굴을 알린 바 있었습니다. 그의 첫 연출작인 <말할 수 없는 비밀>은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만나는 샹륜과 샤오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샹륜 시점의 배경이 되는 1999년은 감독 주걸륜의 고등학생 시절과 맞닿아 있습니다. 추후 인터뷰에서 주걸륜은 자신의 학창시절 에피소드들이 각본의 바탕이 되었다고 밝힌 적도 있는데요. 영화 촬영 장소 중 하나인 담강중학교는 실제로 주걸륜이 나온 학교입니다. (이제 주걸륜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지만요.ㅠㅠ)
주걸륜의 개인적 향수가 흠뻑 담겨있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사실 음악영화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예술 고등학교이다보니 피아노를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주인공들이 20년이라는 시간적 장벽을 뛰어 넘어 서로 만나게 되는 결정적 계기도 악보이고 후에 재회하게 하는 매개 역시 피아노 연주이기에 영화 속에서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도 샹륜과 피아노 왕자라 불리는 선배가 벌이는 피아노 배틀 장면은 아마 한 번쯤은 클립영상으로 보셨을 것 같은데요. 쇼팽의 흑건을 백건으로 바꾸어 연주하고, 빠른 속도로 왈츠를 치는 주걸륜의 테크닉은 정말 신기에 가깝다는 인상마저 줍니다(저만 그런가요?ㅎㅎ). 샹륜과 샤오위가 손을 포개어 치는 연탄곡도 아주 인기가 많았죠? 경쾌하고 빠른 멜로디에 달달함까지… 두 사람의 애틋함과 설렘이 가득 묻어나는 장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쇼팽, 라흐마니노프, 생상스 등의 주옥같은 클래식 연주곡들도 영화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어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듣는 즐거움까지 느끼실 수 있습니다.
(연탄곡 링크합니다. 감상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JyfSbe6vMeg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가장 큰 특징은 음악영화라는 점을 들 수 있겠지만 구성적인 면에서 본다면 20년이라는 시간을 오가는 ‘타임슬립 영화’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실 시공간을 뛰어넘는 타임슬립은 중국에서는 꽤나 역사가 깊은(?) 장르라고 하는데요. 중국어로는 ‘천월급(天越級)’ 이라고 합니다. 직역하면 '하늘을 뛰어넘는다’ 정도가 될까요? 고전적인 예시로는 진나라 시절의 병마용 이야기를 다룬 <진용>이라는 영화를 들 수 있는데요. 이 영화에는 수천 년을 왔다 갔다하는 주인공들이 나옵니다. 헐리웃 영화로는 조셉고든레빗 주연의 <루퍼>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겠구요. 그러고보니 최근 한국 드라마 중 <별에서 온 그대>, <시그널>, <나인> 등도 타임슬립 장치를 이용한 구성이었네요!
이런 판타지적 분위기에 더해서 <말할 수 없는 비밀>에는 서스펜스적인 요소들도 들어가 있는데요. ‘비밀의 누설’이라는 소재를 통해 등장인물 사이의 긴장감을 유발하고 영화 뒷부분에 반전 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보다 스릴 넘치는 로맨스 영화가 되지 않았나, 출연진들은 모두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니까 만화 <명탐정 코난>을 보는 것처럼 사건을 계속 추리하며 영화를 보게 되었다는 자영업의 말처럼 단순히 유쾌하고 달달한 청춘영화는 아니라는 말씀!
그렇지만 첫사랑의 아련함에 대한 얘기를 빼놓으면 아쉽겠죠? 샤오위가 그리워 둘이 같이 갔던 레코드가게에서 혼자 헤드셋을 낀 채 멍하니 음악을 듣는 샹륜의 모습이 인상깊었다는 신여성. 그 장면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도 참 좋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을 추억하며, 같이 시간을 보냈던 장소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아련함…
우리의 끝이 어떻든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 10년도 충분히 긴 시간이라는 샤오위의 말에서 이별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사랑에 집중하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국 영화를 만나는 색다른 시선, 영화 속에 숨겨진 중국의 매력과 마력에 빠지는 시간. <차이나는 무비> 팟캐스트에서 확인해주세요.
여기서 잠깐! -책사의 대만 역사 공부!!
주걸륜이 실제 다녔다는 담강중학교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궁금했는데요. 단수이(淡水)라는 곳이었습니다. 단수이는 타이베이 북서쪽에 위치한, 타이베이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40분 거리다. 단수이 강이 흐르는 이 지역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예전에는 외국 상인이 드나들던 무역 중심지였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무역이 이뤄지고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면서 19세기 후반까지 번영을 누렸던 국제무역항구 도시로 과거 스페인과 네덜란드 식민시대의 건축물이 남아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바로 이곳 단수이의 대표적인 건물이 담강중학교와 그 옆의 홍모성(紅毛城)입니다.
홍모성은 스페인에 의해 처음 세워졌고, 1642년부터는 네덜란드가 홍모성을 지배했습니다. 이후에는 영국 영사관, 미국 영사관으로 사용되었지요. 1980년이 되어서야 대만 정부에 반환되어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되었다. 여러 나라가 거쳐간 사연 많은 건축물로 대만의 슬픈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홍모성이라는 이름은 네덜란드인들의 ‘붉은 머리’를 뜻하는 홍모(紅毛)에서 유래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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