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중경삼림>
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 의 한중일 횡단토크쇼!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목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는 아름다운 영화 <중경삼림>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1994년에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이자 사랑 영화의 대명사 <중경삼림>! 사랑에 대한 찰떡같은(!) 비유와 감성적인 대사들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긴 여운으로 남아있는 영화이기도 하죠.
“그녀가 떠난 뒤로 집안의 모든 물건이 슬퍼 보였다. 나는 이 물건들을 위로한 후에 잠이 든다. 얘 수건아 너는 왜 이렇게 슬퍼하니.” 실연 후의 양조위가 집 안에서 읊조리는 혼잣말입니다. 이 장면은 신여성이 꼽은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인데요. 곰 인형과 금붕어, 비누 그리고 젖은 옷에 대고 중얼거리는 양조위의 모습은 몹시 우스꽝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집에도 감정이 있나?”라는 양조위의 표현에서 드러나듯, 공간을 자신과 교감할 수 있는 존재로 치환하여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은 또한 무척 시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꿈꾸미는 다른 어떤 씬보다 영화의 첫 장면이 가장 압권이었다고 합니다. 노란가발을 쓴 채 바바리리코트를 걸치고 있는 임청하! 거기다 화룡점정 선글라스까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총을 난사한 후 뒤돌아설 때의 그녀 모습은 쉽게 잊을 수 없는 이미지임이 분명합니다. 또 이 장면에서는 ‘스텝 프린팅’이라는 편집 기술이 사용되었는데요. 이 기술은 의도적으로 프레임 중 일부를 삭제하여 동작이 끊어지는 듯한 효과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임청하의 비주얼과 편집 기술의 콜라보로 <중경삼림>의 이 첫 장면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하죠!
자영업에게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사실 ‘중경삼림’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청킹멘션을 뜻하는 중경과 삼림의 합성어인데요. 청킹은 중경을 홍콩 광둥어로 발음한 것이에요. 자영업은 이 제목을 보고 청킹멘션이라는 곳이 ‘사람들의 숲’같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청킹멘션이 마약과 각종 범죄가 뒤섞여 있는 미로 같은 공간이라는 점이 사람들이 나무가 빽빽한 숲에서 길을 잃는 것으로도 비슷하게 보였다고 합니다. 자영업은 청킹멘션 건물의 협소함과 그런 좁은 공간에 공존하는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이 조성하는 인간성이 흥미로웠다고 합니다.
중경삼림의 메인곡 몽중인을 들어보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LX1TYJaN9n4
책사는 왕페이가 ‘몽중인’을 부르는 장면과 '캘리포니아 드림’을 크게 틀어 놓은 채 일 하는 장면을 꼽았습니다.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하는데요. 책사에게 이 두 장면은 ‘중경삼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라고 합니다. 신여성은 왕가위가 영상을 시적으로 풀어내는 데에 재주가 있는 감독임과 동시에 음악의 사용에서도 탁월함을 드러낸다고 덧붙였습니다.
잠시 캘리포니아 드림을 감상해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He-wDTFVkdU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은 <화양연화>와 더불어 그의 필모그래피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파격적이고 다소 불친절한 서사 전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게 하기도 하지만, 감각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와 음악은 그 자체로 충분히 영화의 맛을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유통기한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만일 기한을 적는다면 만 년 후로 해야겠다” 같은 멋진 대사들도 잊지 말아야겠죠?
중국 영화를 만나는 색다른 시선, 영화 속에 숨겨진 중국의 매력과 마력에 빠지는 시간. 지금까지 <차이나는 무비>였습니다.
ㅣ팟캐스트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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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oradio.co.kr/pod7_player.php?chid=zurGiUQJ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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