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초 헌책방거리는 100년 전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오랫동안 지속, 유지되고 있다. 진보초 서점거리가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될 수 있는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진보초 서점거리에는 오래된 축제가 있다. 대표적인 행사가 매년 10월 말에 개최되는 ‘간다 헌책 축제(神田古本まつり)’다. 장기적인 출판 경기 불황을 겪어 오던 많은 서점과 출판사가 1955년에 ‘이대로 가다가는 위기를 맞는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헌책 축제이다. 무려 100만 권이 넘는 서적을 선보이며 일주일간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평소의 절반 가격으로 책을 구입하고 희귀본 경매에도 참가한다. 또한 가을 독서 주간과 맞물려 헌책 축제와 같은 시기에 열리는 ‘진보초 북페스티벌’은 책과 길거리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행사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편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여름에 열렸던 ‘도쿄 도서전’이 없어지면서 진보초 북페스티벌이 개최되는 시기에 도서판권 설명회가 열리기도 한다.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리던 도서전 행사의 뒤를 이어 진보초에서 판권 설명회를 열면서 서점거리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도서판권 설명회는 도서저작권 설명회로 진보초에서 2017년부터 열리고 있다.
둘째, 헌책방거리라고 하면 직접 찾아가서 책을 골라야 되는 곳으로만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진보초 헌책방 거리에는 웹도 존재한다. 최근에 웹을 중심으로 진보초 서점거리를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진보초 서점거리의 공식 사이트 ‘BOOK TOWN JIMBOU’를 확대한 것이다.
스즈란 거리 안에 소학관 건물이 있는데 이곳에 가면 진보초 헌책방거리에 있는 모든 책을 안내하는 ‘진보 내비’ 서비스 담당 직원이 상주해 있다. 헌책방의 재고를 일괄 검색할 수 있는 ‘헌책 데이터베이스’도 있으며, 기타 서점거리 이벤트 안내 등의 내용이 게재되어 있다. 덧붙여 일반서점의 재고 정보와 지역 대학 도서관, 그리고 공공 도서관의 각종 정보 게시까지 담은 새로운 버전을 계획하면서 거리 정보의 핵심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또한 사이트에는 책 관련 정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식, 책, 스포츠, 문화, 관광 등의 엔터테인먼트 정보도 있는데, 어플을 따로 다운받으면 활용할 수 있다. (진보초에 유명한 음식문화로 카레가 있다. 음식은 나중 따로 소개해보겠다.)
셋째, 진보초의 복합화 시도가 진행중이다. 헌책방거리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초의 ‘북하우스’를 방문해보면 전혀 다른 인상을 받을 것이다. 이곳은 서점이라기보다 북카페다. 그리고 안쪽에 들어가면 일정 금액을 내고 집필이나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대여가 가능하다. 대운당 서점 오쿠모 대표의 말처럼 도쿄 고서점가에 다가오는 위기를, 이를테면 ‘서점의 복합화’로 극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스터디카페 등 공간이 많이 생겼지만 2019년 당시에는 서점에서 공간을 대여하는 일이 흔치 않았다.)
우리가 잘 아는 김승복 대표도 이곳 진보초에서 한국 서적을 출간하는 쿠온출판사 대표이자 북카페 겸 ‘책거리’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책거리 서점은 한국 책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화 이벤트도 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한일 문화교류의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넷째, 진보초 지역에서 2007년 3월부터 ‘마을 만들기’ 도시재생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NPO간다학회와 진보초 주변 5개 대학(메이지, 니혼, 호세이, 공립, 도쿄전기)이 협업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 활동은 2007년도 전국도시재생모델 조사의 대상이 된 책마을 간다 진보초 ‘마을도서관’ 구상에 근거하여 9개월에 걸쳐 진보초 및 주변 지역의 마을 만들기에 대해 조사하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보초에서는 지역과 연계하여 서점가의 전문성을 살린 ‘북센터’를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아트센터가 미술관과 극장, 뮤지엄 숍, 레지던스를 포함하듯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북센터라고 부른다. 표면상의 간판은 서점이어도 좋고, 도서관이어도 좋고, 광의의 라이브러리라도 좋다. 북카페와 찻집, 책이 있는 코워킹 공간, 숙박 시설이 있어도 좋다. 진보초는 서점거리일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몇 안 되는 비즈니스 거리이고, 아직도 학술이나 문화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거리이다.
다섯째, 또 하나의 큰 특징은 도서관과의 연계이다.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단말기가 ‘간다고서점연맹’이 만든 도서목록 데이터베이스에도 연결되어 있어 도서관에 있는 장서와 함께 검색할 수 있다. 또한 진보초의 헌책방과 음식점, 찻집을 안내해주는 컨시어지가 도서관 내에 있다. 컨시어지는 진보초를 잘 아는 거리의 안내인으로서 데이터베이스 검색으로 나오지 않는 책이라도 헌책방 안의 모습이나 상품 진열, 서점 주인의 얼굴까지 기억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안내가 가능하다. 진보초의 방대한 책이 모두 도서관의 장서인 셈이다. 한편 진보초 서점거리 안에는 ‘책과 거리의 안내소’가 있어서 그곳의 안내인을 치요다 도서관의 컨시어지가 교대로 겸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지역 도서관과 연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온라인상에서 도서를 열람할 수 있는 ‘치요다web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 관내 단말기는 물론, 가정에 있는 노트북으로도 접속이 가능하다. 카드의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어디에서든 무료로 전자책을 빌릴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진보초 서점거리가 오랫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네를 연계한 온오프라인의 힘이라고 본다.
최준란 (2020). <진보초 서점거리의 지속 요인 연구>. 한국출판학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