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의 책문화공간 이야기
최근 들어 공유경제(共有經濟), 셰어링 이코노미(Sharing Economy) 등 많은 용어에 ‘공유’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즉 지금까지는 소비자의 흐름이 ‘소유(所有)’였다면 현재는 ‘이용(利用)’으로 바뀌었음을 나타낸다. 사전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공유경제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특징인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에 반하여 생겨난, 재화를 여럿이 공유하여 사용하는 공유소비를 기본으로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활동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마디로 ‘물품을 소유하기보다는 서로 대여해 공유하는 경제활동’이다. 우리가 아는 플랫폼 중에 에어비앤비와 우버 택시 등이 그 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공유경제를 ‘시장자본주의에서 협력적 공유사회를 토대로 나온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이것은 19세기 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출현한 이후 처음으로 세상에 뿌리내리는 경제 패러다임이다.
중국의 공향서점
그렇다면 출판업계에서는 공유경제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그 예를 우연히 중국 상하이의 공유서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중국에서 공유서점은 ‘공향(共享)서점’이라 한다. ‘공동으로 향유’한다는 의미다. 민항구(闵行区) 치바오 완커쇼핑몰(万科广场) 내에 입주한 <읽기+공유서점(阅+共享书店)>은 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아동문학, 아동회화, 동화, 백과, 두뇌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대여하고 있다. 이곳에서 책을 빌리려면 휴대폰으로 해당 서점의 앱을 다운받아 설치한 후 99위안의 보증금을 내면 된다. 한 번에 최대 2권을 빌릴 수 있으며, 빌릴 수 있는 책의 가격은 모두 150위안 미만이어야 한다. 빌려간 책의 반환 기간은 10일이다. 책을 제때 반환하면 대여 횟수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책을 빌려 볼 수 있다. 또한 보증금도 대여자의 요구에 의해 수시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 서점은 3개월 동안 12권의 책을 읽으면 보증금의 8%를 장학금으로 돌려주고, 책 한 권을 읽으면 1위안의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해 어린이들이 책을 많이 읽도록 독려하고 있다. 일종의 독서 장려를 위한 공유서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공유서점은 2017년 7월 16일 안휘성 허페이시의 <삼효구 신화서점(三孝口新华书店)>에서 유래한다. 이곳 서점에서 세계 최초의 ‘읽기+공유 서점’을 시작했다.
중국에서 공유서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새로운 문화 공간이다. 공유서점이 생겨난 후 일부 사람들은 공유서점이 책을 빌려줌으로써 출판사의 책 판매를 줄이고 이익을 희생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실제 중국의 사례에서 보면 공유서점을 운영한 지 2년 만에 총 4만 권이었던 책이 대여 횟수가 520만 권을 넘어서고, 여러 번 빌려 읽은 비율이 83%나 된다. 허페이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12.6권으로 전국 평균을 훨씬 능가했다. 공유서점이 독서량 증가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일본의 서점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가? 2018년 12월 입장료를 받는 서점이 생겨 화제를 모았다. 앞서 브런치에 <입장료 받는 일본의 분키츠서점 이야기>에 소개한 바 있다.이 서점은 1일 1,650엔이라는 입장료를 받는다. 저녁 7시 이후에 입장하면 1,000엔을 받는다. 음료가 포함된 금액이라 커피 2잔 또는 3잔으로 생각하면 꽤 괜찮은 금액이다. 8월 이후에는 월 1만 엔 정액권도 생겼다. 서점 입구에 입간판이 있는데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책과 우연한 만남을 위한 서점(本と出会うための本屋)’. 입구를 지나면 전시전이 있고, 전시전을 지나가면 90여 종의 잡지가 보인다. 그리고 서점 안에서는 진열된 책을 볼 수 있고, 차도 마시고, 업무용 미팅도 하고, 일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실제로 서점 안은 서점이라기보다는 복합 문화 공간의 기능을 하고 있다. 서점 소개 팸플릿을 보니 도서관, 열람실, 연구실, 전시실, 다실로 공간이 나뉘어 있는데 가장 안쪽에는 저자의 사인회나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 https://brunch.co.kr/@chran71/26 참고)
또 다른 사례로 후쿠오카에 <야즈(やず)책방>이 있다. 1시간 이용에 1,000엔, 3시간 이용에 3,000엔, 하루 종일 이용하면 5,000엔을 낸다. 이 책방은 야즈야라는 건강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곳에서 만든 서점이다. 지식과 발견을 채워주는 책(마음의 건강)을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풍성한 삶’을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서점을 오픈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서점에는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을 테마로 취미와 건강, 지적 호기심이나 경력 등 인생의 힌트가 될 책을 비롯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책과 잡지도 준비되어 있다. 카페에서는 핸드 드립 커피와 차, 오리지널 빵, 녹즙을 판매한다. <야즈책방> 내 ‘서재’는 단순한 서재가 아니다. 독서와 공부,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이며, 테마에 맞게 선정된 책을 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다. 이 공간은 회원, 그리고 책을 구입한 고객만 이용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공유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공유서점이 없을까? 최근 몇 가지 사례가 눈에 띈다.
경복궁 옆에 서재를 공유하는 <사유의 서재>가 있다. 서재의 일부를 공유해서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판매도 할 수 있는 곳이다.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3가지로 회원을 구분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첫째, 일반회원은 <사유의 서재>를 알고 왔든 카페로 알고 왔든 별도의 할인 혜택 없이 서재를 구경하고 카페 음료를 유료로 마신다. 둘째, 사유멤버십 회원은 월 10만 원을 내면 <사유의 서재> 팀에서 제공하는 살롱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월 15만 원을 내면 공유서재를 배정받고 그 안에서 멤버가 책을 추천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합정역에 <종이잡지클럽>이라는 회원제로 운영하는 서점이 있다. 잡지 애호가를 위한 공유서점이다. 서점 이용권은 1일권, 월간 회원권, 연간 회원권으로 구분된다. 1일권은 3,000원, 월간 회원권은 10,000원, 연간 회원권은 75,000원으로 각종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왜 이런 공유서점이 생겨날까? 그리고 앞으로 서점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IT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것들이 디지털화, 인터넷화되어가는 가운데 출판의 형태는 물론 구매의 형태까지 모두 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서점 공유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맞서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문화 산업은 소비자의 구매 방식 및 독서 방식의 변화와 과학 기술의 진보와 반복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의 출현은 문화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관리 방법 등 산업 시스템을 거의 재구성했다.
이러한 가운데 큰 흐름으로 생겨난 것이 ‘공유경제’다. 즉 ‘소유’에서 ‘이용’으로 이행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반영된 판매 방식이다. 여기에 회원제가 도입되면서 ‘소유->공유(이용)->구독(회원제)’의 형태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회원제에 공유서점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작가 아토다 다카시 씨가 ‘서점은 종이책과의 가슴 뛰는 만남의 장으로, 지식이나 교양을 키우는 문화 거점이다. IT 시대에 종이책의 감소는 피할 수 없지만 어떻게든 남겨둘 필요가 있다’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