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의 책문화공간 이야기
일본 도쿄도 무사시노 시에 위치한 '무사시노 플레이스'를 다녀왔다. 서점에서《日本の最もしい圖書館(일본의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책이 눈에 띄어 샀다. 표지에 있는 문귀도 감동이었다. 직역하면 '한 번은 방문하고 싶은 일본의 너무 아름다운 도서관'이다. 이 책에는 총 40개의 도서관을 소개하고 있는데, 첫 번째 페이지가 '무사시노 플레이스' 였다. 보통 도서관은 '@@도서관'이라 하는데 이곳은 시민 공모를 통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사람·거리·정보창조관 무사시노 플레이스’(이하 ‘무사시노 플레이스’)는 건물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무사시노시에 2011년 개관한 이 도서관은 주변에 작은 공원이 있고, 도서관 건물에는 타원형 모양의 커다란 창이 나 있어서 건물 밖에서도 내부를 슬쩍 들여다볼 수 있다. 건물은 지상 4층과 지하 3층 총 7층짜리 건물이다. 지하 3층은 주차장, 지하 2층은 10대들의 장소(Teen's studio)가 있고 지하 1층이 메인라이브러리다. 전체도서 17만 권 중에 9만 권이 비치되어 있다. 1층은 카페가 있고, 한편에는 개인이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잡지코너가 있었다. 1층에는 각종 생활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거기엔 또 지역에 있는 시민단체의 활동 안내서도 있었다. 2층에는 아이들용 도서관이 있고 놀이공간이 있다. 3층은 시민활동단체를 위한 회의 공간이 있고, 4층에는 대회의실이 있다.
도서관 시설이 마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생활 속 문화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무엇보다 10대들을 위한 공간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더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독서실같은 분위기에서 공부를 했다면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다. 1층에서 도서의 대출과 반납도 개인이 직접 할 수 있다.
무사시노 플레이스는 거버넌스를 잘 활용한 마을 만들기라고 볼 수 있다. 지정관리자를 지정하여 도서관과 평생학습, 청소년 활동 등 지역 커뮤니티 기능을 가능하게 했다. 일본은 도서관을 비롯한 도로, 공원 등 공공시설을 운영하는 데 민간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지정관리자제도를 2003년 도입하였다.
지정관리자제도가 생겨난 배경은 이렇다. 2001년부터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 노선을 채택하여 행정기관 규제완화 및 민영화를 추진하였고, 특히 지방자치단체 조직․업무의 다운사이징과 민간개방, 민간참여 방안을 적극 강구하였다. 그 법적 근거가 2003년 6월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244조의2 제3항(공공시설의 설치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 다고 인정할 때는 지자체가 지정하는 단체에 해당 공공시설을 관리하게 할 수 있다)이다. 지금까지 공공단체(공공조합, 영조물법인, 독립 행정법인), 공공적 단체(협동조합, 산업경제단 체, 사회복지단체, 문화사업단체, 서점 등), 지방공공단체(지방자치단체)가 1/2 이상을 출자한 법인에 공공시설 운영관리를 맡기는 관리위탁제도(Management Outsourcing System) 를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민간사업자도 대행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다. (<-윤희윤, <일본 공립도서관 지정관리자제도 연구>, 2021.)
한편 무사시노 플레이스는 도서관 서비스뿐만 아니라 평생학습과 시민단체 활동도 지원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그래서인지 같은 규모의 도서관에 비해 장서 규모는 총 14만여 권으로 그 수가 적은 편인데, 잡지는 600여 종을 갖추고 있다.
무사시노 플레이스의 특징은 청소년 공간이 많다는 점이다. Teen's studio라고 되어 있는 지하 2층의 청소년 공간은 기억에 남는다. 음악·춤·공작·요리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으며, 탁구하는 공간도 있었다. 커다란 홀 안에 청소년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책도 읽고 게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민간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카페, 노인홈, 상점 등 일부 공간을 할애하여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고, 운영자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컨셉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도서관의 형태와 역할도 바뀌고 있다.
무사시노 플레이스를 보면서 느낀 점은 도서관의 패러다임도 변하는구나 싶다. 도서관이 책을 매개로 모이는 곳이지만 그 안에 모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모이는 사람들의 원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책을 읽는 10대도 있고, 공부하는 10대도 있고, 게임하거나 운동하는 10대도 있다. 도서관은 이제 단순히 책의 정보를 얻기 위한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엮는 공간(spac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