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아주 약간은 그렇게 생각했다. 만약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기 시작하면, 지금 중국인 입국을 무조건 금지하자고 말하는 저 사람들이, '아 이거 당해보니 좀 아니구나'라고 느낄 것이라고. 그래서 그들이 자신들의 무조건적인 혐오를 한 번이라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여론도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고. 가능성이 낮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러길 바랐다. 결과는? 전혀 아니었다. "중국인 막아라" 목소리만 더 커졌다.
거의 모든 방역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중국인 입국 금지는 지금 그다지 유효하지 않다고. 사실 전문적인 설명까지도 필요없다. 질병관리본부 발표만 잘 챙겨 보면 아무리 비전문가라도 알 수 있다. 누가 누구에게 옮았는지, 경로가 어디인지 국적이 어디인지, '세계가 놀랄 만큼'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으니까.
지금 헤이트스피치에 유독 열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평소 미워해오던 중국인들을 '정당하게' 비난할 빌미를 잡은 것 같다. 욕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사실관계는 중요치 않다. 우리는 학교든 회사든 이른바 사회적 관계를 통해 알고 있지 않나. 맘에 안 드는 애 뒷담 까고 소문 퍼트리는 일에 팩트체크 따윈 필요 없다.
다른 쪽에는, 그들이 퍼트리는 혐오의 비말감염에 노출된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것도 또 다른 영역이다. 우리 모두 방심하면 언제든 여기 해당될 수 있다. 편하니까. 누구나 휴식은 필요하고 남탓은 좋은 도피처다. 세상 살기 팍팍하면 더 그렇고. 다 중국인 탓으로 돌려버리면 얼마나 편한가. 그리고 우리네 사회문제들을 다 북한 탓으로, 다 난민 탓으로, 다 노조 탓으로 다 여자 탓으로 다 조현병 탓으로 돌려버리면 얼마나 편한가.
'편한 생각'을 숙주로,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어떤 바이러스가 퍼져나간다. 코로나보다 빠르고 신천지보다 광신적이다. 사이비 신천지를 왜 믿냐고 비웃던 이들은 순식간에 중국 온라인 여론조작설의 슈퍼전파자가 됐다.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나도 여러분도, 손 잘 씻고 자가방역 잘 하자. 모든 시민이 방역주체가 돼야 한다더라.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