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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기자의 긁적끄적 Mar 06. 2020

그냥 '조금 독한 감기'라니요

코로나를 이야기하는 일

이 글을 쓰는 지금 코로나19로 600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42명이 사망했다. 전염성은 높지만 치사율은 1% 미만이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그거, 조금 독한 감기 수준이라던데?" 모든 것이 정치가 된 지금, 그 말은 때로 이렇게 변주되기도 한다. "우리 정부가 얼마나 대응 잘 하고 있는데. 고작 감기인 코로나 과장해서 지지율 흔들려는 작전이지?"


정부의 대응 능력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스크 수급이 조금 아슬아슬하지만, 바이러스 자체에 대해서만큼은 잘 대응하고 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의 살신성인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신천지와 31번 환자라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불행만 없었더라면 코로나는 잘 잡혔을지도 모른다. 세계 각국도 한국의 대응을 주목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코로나의 위험성을 낮춰 말해도 되는 걸까. 정부 대응을 추켜세우며 코로나의 심각성을 낮춰보는 그 많은 말들은 어딘가 불편하다. 다른 게 아니다. 42명이 죽었기 때문이다. 치사율 1% 미만이라는 그 낮은 수치 밑에 42명의 생명이 깔려 있다. 대부분 고령자고, 기저질환이 있는 아픈 사람들이다. 좁은 정신병동에 갇혀 지내던 이들은 몸을 피할 새도 없이 감염됐다.


코로나가 '조금 독한 감기 수준'일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면역력을 갖출 만큼 평소에 잘 먹고, 건강관리를 할 여유가 있고, 젊고, 병원이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그렇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코로나는 호환마마보다 무섭다. 건강은 불공평하고 바이러스는 가장 약한 곳부터 무너뜨린다. "코로나 그거 별 것 아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딘가 얹힌 기분이 드는 이유다.


호들갑은 물론 지양해야겠지만, '별 거 아냐'라고 말하지도 말자. 건강한 우리에게나 별 거 아니지 누군가에겐 신종 재난이다. 특히 어떤 '목적'을 갖고 그런 말을 하지는 더더욱 말자. 어떤 목숨도 수단일 수 없다. 42명의 목숨은 1%가 아니라 하나하나가 100%다. 우리가 할 일은 차분히 정부를 믿고, 스스로 방역주체가 돼 빨리 이 신종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일이다. 나도 당신도, 손 잘 씻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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