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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 Sep 14. 2020

코로나 블루는 개나 줘 버려


코로나가 유행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우리 집 고양이 오월인 그 6개월이 그리 힘들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매일 밖으로 나가던 집사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덜 심심하지 않았을까? 재택근무를 하는 집사를 가진 고양이에겐 코로나 블루란 없다.


샤워를 하는 동안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오월이도  더 이상 없다. 자신의 생각보다 오래 화장실에 머무르면 소리를 지르거나 문을 긁던 내 귀여운 고양이. 지금은 침대 위에서 뒹굴며 잠을 자거나 자기 할 일을 한다. 매번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다독이던 나였는데, 막상 이렇게 무관심 속에 방치되니 왠지 모를 섭섭함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집으로 돌아올때면 여전히 문 앞에 앉아 나를 반긴다. 계단으로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반갑게 맞이할 준비를 해주니, 늘 감동이다. 아저씨들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를 나도 알 것 같다.



본가에 있을 땐 외출을 하거나 돌아왔을 때 의무적으로 인사를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잘 다녀와~ 일찍 와~", "응~ 어서 와" 하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크게 감동하는 일은 없었다. 그냥 당연하다는 인식 때문이었을까.


나를 반기는 오월이게 나도 진심으로 인사한다. 오월아 잘 지냈어? 뭐 하고 있었어? 밥은 먹었어? 재미있었어?


그럼에도 나는 바로 오월이를 쓰다듬지 않았다. 집안에서 사는 오월이에게 바깥 병균을 묻힐까 봐서다. 그래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자다가 눌린 얼굴 그대로 마중 나오는 오월이를 보고 귀여움을 참지 못해 쓰다듬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절대 불가다.


호안 마마보다 무서운 코로나다. 동물도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는데, 내가 오월일 감염시킬까 봐 극도로 조심다. 때문에 온 마음 가득히 번진 반가움을 손 씻는 30초 동안 흘려보내야 한다. 그동안 오월이는 일방적으로 내 다리에 부비적 부비적 한다. 나는 목소리로만 "아이고 우리 오월이 잘 있었어~? 잠시만~" 하고선 호다닥 손을 씻으러 간다. 손을 씻고 나서 다시 오월이를 찾아가지만 오월이의 반가움은 지나가버린 상태다. 젠장.  


도도한 오월이는 막 잠에서 깼을 때와 바깥나들이 후 집에 들어왔을 때 나를 제일 반겨준다. 그런데 코로나가 그 골든타임 중 하나를 방해하는 것이다. 이건 분명히 우울하다. 코로나 블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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