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고 자세 연습을 한다. 앞으로 이동하면서 원투 펀치를 날린다. 처음 복싱을 배울 때보다 확실히 원투 펀치가 좋아졌다. 거울을 보고 쨉과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내 모습이 처음보다 안정적이다. 펀치를 날리고 마지막에 주먹이 정확하게 거울을 보고 있으면 희열을 느낀다. 내 주먹이 정말 멋져 보인다. 오! 자세 좋았었는데. 혼자서 정말 뿌듯해한다. 자신감이 붙은 펀치다. 이제 앞으로 이동하면서 원투-원투 연습을 한다. 어? 뭔가 이상하다. 삐그덕 삐그덕 거리는 내 몸이 보인다.
어디선가 관장님이 나타난다. "가드 올리세요." 네?" "가드 내리면 안 되죠! 계속 올리세요." "아!" 자꾸 가드가 내려간다. 이래서 어색했겠구나. 거울을 보고 다시 연습한다. 이번엔 가드를 정확히 올렸다. "오른손은 턱옆에 올려야죠." 이놈의 가드는 도대체 왜 자꾸 내려가는 걸까? 정신 차리고, 다시 가드를 올리고 연습을 한다. 이 정도면 더 이상 가드 올리라는 얘기는 안 나오겠지. 그런데 아니었다.
링 위에 올라가서 미트 연습을 한다. 처음엔 자세가 좋다. 살짝 구부린 무릎. 코어를 잡고, 등을 살짝 구부린다. 제일 중요한 가드도 정확히 올렸다. 하지만 1세트, 2세트. 시간이 흐를수록 가드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사실은 어디로 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숨을 헐떡이기 바쁘다. 관장님을 따라가기 바쁘다. 아니지 관장님은 멀리 가고 내 발은 거의 멈춰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드를 챙길 여력이 없다. 이때 '툭'하고 들어오는 관장님의 하얀 미트. 툭툭. 멀뚱멀뚱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도대체 이거는 어떤 펀치를 날리라는 거지? 싸인을 못 알아듣는 나. 그때 '가드 올리세요.' 하-. 이놈의 가드! 글로브를 낀 두 주먹으로 머리를 툭툭 친다. 정신 차리고 가드 올렷.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제발 좀 정신차렷!
가드는 복싱에서 나를 안전하게 방어해 주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다. 펀치를 아무리 잘 날려봤자. 가드를 올리지 않으면 한방에 훅 간다. K.O. 를 먹는 것이다. 누구나 가드가 중요한 걸 안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은 소용없다. 내 몸이 가드를 올릴 때까지 익혀야 한다. 공격만큼 방어도 중요한 것이다. 이쯤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어 연습을 하면 결국 중요한 순간에 나의 노력이 다 사라지고 만다. 거품처럼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공격만큼 방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니 다시 정신줄 잡고 가드를 올리고 연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