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ris송호연 Jan 09. 2018

권력과 자유의 다툼에 대하여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나는 이 책에서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성질과 그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그다지 제기되지 않았고, 이를 둘러싼 이론적 차원의 토론은 더구나 없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모습을 아직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런 종류의 문제가 오늘날의 실천적 담론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것이 미래의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


자유와 권력의 다툼은 역사가 시작된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하다.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영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특히 그렇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런 다툼이 백성, 또는 백성 가운데서도 일부 계급과 정부 사이에서 일어났다. 이때 자유는 정치 지배자의 압제에서 보호받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스의 일부 민주 정부를 제외하면) 당시에는 지배자와 일반 인민이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불가피한 것처럼 인식되었다. 이때는 한 사람이나 한 부족 또는 한 계급이 지배 권력을 장악했다. 이들은 세습 또는 정복을 통해 권력을 잡았는데, 어떤 경우에도 피지배자들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리고 권력의 폭압적 행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취해진다 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은 그들의 지배에 감히 도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마 도전하고 싶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대단히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그 힘을 외적의 침입을 막는 데 쓸 수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백성들을 억누르는 데 사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 나라 안에서 약자들이 이런저런 강자들의 침탈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 모두를 제압할 수 있을만큼 힘이 센 최고 강자가 하나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다른 소소한 강자들보다 덜 괴롭히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약자들로서는 한시도 그 발톱과 부리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온전히 지탱하기 위해, 최고 권력자가 행사할 수 있는 힘의 한계를 규정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권력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을 바로
자유 liberty라고 불렀다.


권력을 제한하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 정치적 자유 또는 권리라고 하는 어떤 불가침 영역을 설정한 뒤, 권력자가 이를 침범하면 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서, 피지배자들의 국지적 저항이나 전면적 반란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한다. 


둘째,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통용된 것이지만, 국가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구성원 또는 그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기관의 동의를 얻도록 헌법으로 규정한다.


- 20p,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책세상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On Liberty)를 읽었다. 나는 책의 가장 앞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존은 인류 역사 가운데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자유라는 단어를 정의한다. 


권력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을 바로
자유 liberty라고 불렀다.
- 존 스튜어트 밀


생각해보면, 인류는 진정한 자유라는 것을 얻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겐 추상적이었던 자유라는 개념을 "권력에 대한 제한"으로 정의한 것이 새로웠다. 그리고, 우리의 세대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 가지, 더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이 있다. 바로 토론에 임하는 자세다. 우리는 대부분 마음을 한번 정하면 토론을 생략하고, 상대방을 비방하는 데에 집중하곤 한다. 마음이 이미 닫혔기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곤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존이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자.




왜 다른 주장이 진리가 될 수 없는지 증명해 보여야 한다. 이것이 증명되고 그 증명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는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의 근거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도덕이나 종교, 정치, 사회관계, 그리고 삶에 관한 문제 등 무한히 복잡한 주제를 다룰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문제가 되는 주장을 지지하는 논거의 4분의 3은 자신과 입장이 다른 의견을 비판하는 데 집중된다. 


한 사람 다음으로 고대의 가장 위대한 웅변가라고 할 수 있는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는
 자기 문제에 대해 아는 것만큼이나(그 이상은 아닐지라도)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이해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진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변론술을 연마하기 위해 사용했던 바법을 꼭 따라야 한다. 


그저 자기가 전공하는 분야에 대해서만 아는 사람은 실은 그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사람이 제시하는 논거가 탄탄하고 따라서 다른 사람이 쉽게 공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사람도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자세히 알고 그 장단점을 꿰고 있지 않으면 왜 자신의 주장이 더 타당한지 설명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 아무 판단도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더 합리적이다. 


- 76p,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책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