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이브.
너무 정신이 없었다.
마침 휴가를 앞두고 있었고 밀려있는 일들을 닥치는 대로 처리해냈다.
그러고 보니 퇴근시간이 다 되어 갔다. 그런데 여전히 할 일은 남아있었다.
일을 다 처리하고 휴가를 떠나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늦게까지 남아 일을 했고
일을 다 처리하니 어느덧 시계는 밤 10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내가 말하길
"나도 망했어 ㅠㅠ 나도 일 다 끝내려면 새벽은 돼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거였다.
그 당시엔 어쩔 수 없었다. 휴가를 맘 편히 즐기려면 책임을 졌어야 하니까.
서로 일을 다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여행 갈 짐을 다 싸고 나니 새벽 3시가 되었고 우리는 겨우 2시간 남짓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그러고선 아침에 출발하는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난 아내에게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참 휴가 한 번 가기 힘드네..ㅠ
그렇다. 항상 휴가를 가려면 휴가기간까지 해야 할 일들을 다 끝내 놓아야 갈 수 있었다. 그래서 항상 휴가 전날엔 너무너무 바빴다.
왜 휴가기간에 해야 할 일까지 내 몫인 걸까? 그러면 그건 엄밀히 따져서 휴가기간에 할 일을 미리 당겨서 하는 거고 휴가 시간을 뺏어가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걸 너무 당연시 여기는 것도 문제이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여전히 많은 회사에서는 야근수당, 잔업수당을 주지 않는다. (필자의 회사는 그래도 야근 수당이 나온다.) 우리는 야근을 하고 야근수당을 주지 않는 문화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지 일하는 입장에서도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당연히 여기는 것 같다.
예전에 내가 다른 회사를 다닐 땐 더 심각했다. 그곳에서는 9시가 공식 출근 시간인데 한 직장상사가 이렇게 말했다.
“너 20분 일찍 출근해.”
그리고 그 회사는 너무 딱딱한 꼰대 문화가 남아 있어서 제일 윗 상사가 퇴근을 안 하면 퇴근을 못하는 구조라 퇴근시간이 지나고도 한 시간 여동 안 퇴근을 못했다. 그러고서 상사가 하는 말이
그냥 눈치 안 보고 칼퇴하는 문화는 아직 우리나라 정서에 안 맞지 않나?
라고..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 일찍 출근하는 사람이 성실하게 보이는 사원으로 추대받는 문화
늦게 퇴근하는데 야근수당을 못 받는 문화
그것을 당연시 여기는 문화는 빨리 없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퇴사를 하겠다는 열풍은 식지 않을 것이다.
P.S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