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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Jan 10. 2020

81. 윗사람의 책임감

2019년 4,5월의 이야기다.


그동안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약간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일적으로도 너무 바빴다.


일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 

내 위에 있던 상사 L 대리가 그만두었고 또 같이 일하던 신입마저 그만두고 다른 사람이 새로 일하게 되었다. 

L 대리 후임으로 오기로 했던 대리분은 출근 직전 입사가 불가하다고 연락이 와서 

결국 사람을 다시 뽑아야 했다. 그런데 다시 뽑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모두 

근무조건에 맞지 않고 같이 일하기 힘든 성격의 사람 같아서 결국 채용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 뒤로 사람이 뽑히질 않자 신입, 경력할 것 없이 면접을 한 달여째 계속 보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후보군에 올랐고 면접을 같이 보았던 소장님은 나를 부르시더니 

"여PD, 여PD는 누굴 뽑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물었다.


"아무래도 신입 한 분은 뽑았으니까 나머지 한 분은 경력직으로 뽑는 게 낫지 않을까요?"

솔직히 곧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었고 두 신입을 가르치면서 일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음.. 그러면 좋은데 우리가 9,10월 이후로는 큰 작업이 없을 거야. 그래서 경력직을 쓰면서까지 

일을 하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 돼도 또 일을 만들건 알고 있다. 이런저런 핑계로 인건비 싸게 후려치려는 것도 다 알고 있다.)


예상은 했다. 내 의견을 제시해도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건 알고 있었다. 


결국 신입 두 명을 데리고 일을 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난 팀에서 두 명의 신입을 이끌고 가야 하는 

자리를 맡았다. 주위에서는 '촬영팀에서 이제 최고 짬이네. 짱이네' 이런 말을 했지만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만큼 부담이 컸다. 내가 한 팀을 이끄는 직책을 맡은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입으로서, 낮은 직책으로만 일을 했는데 

한 팀을 이끌게 되니 책임감이 나를 짓눌렀고 걱정이 많이 되었다. 


L 대리가 퇴사한 4,5월은 그만큼 잔인했다. 

나는 신입에게 일을 계속 가르치면서 내 일을 또 해야 했다. 거기다가 촬영 아르바이트생 두 명까지 들어왔다.

거의 20분에 한 번꼴로 나에게 질문이 들어왔다. 


"여PD님 이거 어떻게 해야 해요?"

"여PD님 이게 잘 안되어요."


결국 내 일은 점점 밀리게 되었고 나는 매일 밥 먹듯 야근을 했다. 


"여PD님 주말에 죄송한데..ㅠㅠ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PD님 연차에 정말 죄송한데.."


주말에도 연차에도 온전히 쉬질 못했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단체 카톡으로는 쉼 없이 알람이 울려댔고 촬영해주시는 선생님에게서도 전화도 끊임없이 왔다.

4,5월은 촬영이 한참 많을 시기였기 때문에 촬영 스케줄을 짧은 기간 안에 온전히 조율해야 했다.

"여PD님, 화요일 목요일에는 촬영이 안될까요?"

"아 그때는 이미 스케줄이 차있어서.." 

"아 저 주말에 촬영 나오기 싫은데.. 저 스케줄 원하는 시간에 다 못 맞췄어요. 이번 달 내내.."

촬영할 건 많은데 선생님 하나하나 편의를 봐드리면서 촬영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고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책임님께서 수시로 "주임님 잠시 내 자리로 와보세요."라고 불러놓고선 


"이거 촬영한 거 왜 이래요?" 

"이거 뭔가 일이 매끄럽게 안 흘러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나도 우왕좌왕을 한 게 맞았다. 반박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밑의 사람들이 한 실수는 곧 나의 책임으로 이어졌다.

그제야 느꼈다. 회사에서 윗사람의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얼마나 큰지를

회사에서의 책임감이 이렇게나 큰데 자영업자들이나 프리랜서, 기타 CEO들의 책임감은 얼마나 클까?

그렇게 4,5월이 훌쩍 지나갔다.  

출처 : pxfu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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