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길: 문학적 예술인가, 실존적 사유의 도구인가

디지털 시대, 당신의 글쓰기 방향을 스스로 정의하는 법

by Itz토퍼

요즘 우리는 누구나 작가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브런치, 인스타그램, 블로그, 뉴스레터. 누구나 글을 쓰고, 누구나 읽히기를 원하죠.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나는 문학을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글을 쓰는 사람일까?”


디지털 플랫폼에서 쓰는 글은 때로 문학처럼 서정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정보 전달이나 자기표현에 가까운 실용적 글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그 경계에서 망설입니다.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문학도 아니고 단순한 글쓰기만도 아닌 어중간한 자리에서 말이죠.


물론, 디지털 공간을 통해 정식으로 문학에 등단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브런치나 블로그를 시작으로 글을 작품으로 완성하고 평가를 받는 사람들처럼 말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글쓰기는 훨씬 개인적이고 즉각적이며, 현실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우리 삶과 밀접한 행위입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나는 지금 문학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글을 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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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은 단순히 형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글을 왜 쓰는가, 어디로 향하는가를 묻는 것이죠.

문학과 글쓰기는 같은 글이라는 매체를 쓰지만, 그 본질은 다릅니다.

문학이 ‘글(文)’을 통해 ‘배움(學)’을 추구하고 삶을 해석하는 예술적 결과물이라면, 글쓰기는 삶 속에서 작동하는 도구이자 실존적 행위입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문학이라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 글쓰기가 우리 삶 속에서 어떤 힘을 가지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여정 속에서 ‘글무리 작가’로서 제 글쓰기 방향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글쓰기의 본질: 존재 확인, 치유, 사고의 확장


존재 확인: 삶의 증거를 기록하다


문학이 미학적 가치나 보편적 진리를 향한다면, 글쓰기의 첫 번째 목적은 ‘존재 확인’입니다.

즉, 내가 지금 여기 살아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일입니다.

글쓰기는 생각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시작됩니다.


일기, 메모, 편지, SNS 게시글 등 모든 기록은 문학적 기교보다는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붙잡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작품’이라기보다 ‘삶의 증거’입니다.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짧은 기록조차, 타인에게 읽히기 전에 스스로에게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하는 과정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가 말했듯, 사소한 일상 속 경험에도 의미와 가치가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느꼈고, 이렇게 존재했다.” 이런 단순한 선언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치유와 정화: 마음의 통풍구를 열다


글쓰기는 마음의 통풍구와 같습니다.

억눌린 감정이 쌓이면 방 안의 공기가 탁해지듯, 우리 내면도 흐려집니다.

글로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게 되고, 그 거리감이 치유의 시작이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표현적 글쓰기’라고 합니다. 트라우마나 스트레스 완화에도 활용되죠.

글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언어라는 질서 속에 자리 잡게 합니다.

문학이 감정을 다듬어 독자에게 전한다면, 글쓰기는 먼저 감정을 쏟아내고 무게를 덜어내는 정화 과정입니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타인의 공감(댓글, 좋아요)을 통해 외로움이 해소되기도 하죠.

이런 경험은 글쓰기가 단순한 혼자만의 활동이 아니라, 연결과 치유의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고를 작동시키는 알고리즘: 생각을 구조화하는 도구


글쓰기는 생각을 구조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적 도구로도 쓰입니다.

혼란스러운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은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정의, 가설, 풀이, 결론. 글쓰기도 사고를 단계적으로 배열하며 모순을 점검하고 해결책에 다다릅니다.


르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논증을 글로 남겼습니다. 추상적 사고가 글이라는 틀에 담기는 순간, 검증 가능한 논리로 변하는 것이죠.


과학 논문, 기획서, 법률 문서뿐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이메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즉, 글쓰기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사고를 작동시키는 알고리즘입니다.

문학이 질문을 던진다면, 글쓰기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글쓰기는 삶을 아우르는 기술 - 그리고 ‘글무리’


문학은 글쓰기의 도구를 예술로 끌어올린 ‘결실’입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보다 훨씬 넓은 차원의 삶의 기술입니다.

우리는 글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감정을 다스리며, 문제를 정리합니다.


그래서 저는 ‘글무리 작가’입니다.

글은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를 키우는 일입니다. 제가 쓰는 글들을 ‘글무리’라 부르며, 개인적 일기, 메모, SNS 글, 강의록, 발표 작품 등 모든 글을 포함합니다.

단순한 글의 묶음이 아니라, 유기체처럼 숨 쉬는 생명체입니다.


그 속에는 ‘글무리 작가’인 제 실체가 담겨 있습니다.

삶의 흔적이 기억 속에만 머물지 않고 글을 통해 현실 속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모든 글은 생각, 감정, 관계, 일, 자기 성찰이라는 세포들이 얽혀 하나의 유기체처럼 성장합니다.

‘글무리’는 문학적 개념이 아니라, 삶의 흔적을 담은 생태계입니다.


문학이 ‘무엇을 아름답게 말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글쓰기는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러한 글무리조차 문학으로 승화될 수 있습니다.

삶의 기록과 사유가 모여 작품으로 완성될 때, 글무리는 또 다른 생명을 얻습니다.


결국 글쓰기는 예술이기 이전에 삶을 견디는 기술이며, 자기와 세상을 이해하는 실존의 언어입니다. 그 언어들이 모여 살아 숨 쉬는 생명체, 그것이 바로 나의 ‘글무리’입니다.


저는 ‘글무리 작가’로서, 문학과 글쓰기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 생명적 기록을 이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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