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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자책하는 대신 성장시키는 법

가장 좋은 길을 알려줄 멘토

by Itz토퍼


몇 년 전 겨울, 한 학생이 커피 한 잔을 사겠다고 말했습니다. 캠퍼스 카페에 도착하자, 그녀는 한쪽 구석 자리로 가려 했죠. 하지만 저는 언제나처럼 햇살이 좋은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습니다.


“웬일로 오늘은 커피를 마시니? 커피는 내가 킬러니까 오늘만 내가 살게.”


그리고 학생에게는 따뜻한 녹차 라테 한 잔을 주문해 주었습니다. 평소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진 커피 타임. 그녀가 지친 표정을 풀면서 불쑥 꺼낸 첫마디.


“저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될까요?”


사실, 이 학생은 성적은 물론이고 모든 면에서 우수한 모범생이며, 외모로도 많은 남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많이 속상한 듯, 탄식까지 토해내며 왜 이런 말을 할까요?


사실 요즘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 안에는 약간의 탄식과 누적된 스트레스가 섞여 있죠. 타인의 시선과 유행에 너무 민감하다고 할까요? 남들과 비교하면 아무리 앞서 있어도 누군가 새로운 한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초라해 보이고, 미래를 떠올리면 더 나은 장면이 스쳐 지나가면서 갑자기 막막해져 한숨이 나옵니다. 타인이 보기엔 작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쫓기는 느낌 때문이죠.


이럴 때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찾습니다. 더 현명한 사람, 더 경험 많은 사람, 나를 이끌어 줄 멘토를요. 그래서 저는 커피를 리필할 정도로 듣고 또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아는 ‘한 사람’에 비하면 멘토로서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 ‘한 사람’을 소개하며 대화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그녀와 나누었던 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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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그 ‘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우리 삶의 가장 훌륭한 멘토는 나 아닌 누군가가 아니라, 내 안에 있습니다. 바로 ‘나’입니다.


스스로의 멘토가 된다는 건 단순히 ‘나 자신을 위로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것은 나의 부족함을 바라보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족함을 발견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왜 나는 이럴까?”


하지만 스스로 멘토가 된 사람은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말 한마디를 바꿨을 뿐인데, 삶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첫 번째 질문은 우리를 자책과 후회의 늪으로 끌고 갑니다. 반면 두 번째 질문은 행동과 변화를 향한 문을 열어줍니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해 볼까요?


여행 중 낯선 길을 갈 때, 대부분 내비게이션을 켭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길을 묻기도 하죠. 누군가는 자신이 다녀온 길을 친절히 알려주고, 또 어떤 이는 지름길을 추천해 줍니다.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앱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가장 빠른 길이 나에게도 맞는 길일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관심사도 다르고, 그 길을 가고자 하는 목적도 다르니까요.


저는 운전을 한다면, 고속도로보다는 로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국도나 지방도를 선호합니다. 만일 걸어서 간다면, 빨리 갈 수 있는 대로변보다는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골목길을 좋아하죠.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나 시간을 요하는 경우엔 가장 빠른 길을 택합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필요한 건 누군가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상황에 따라 나만의 경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내비게이션이 다양한 경로를 추천할 때, 그 길을 선택하는 건 나의 몫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가장 빠른 길, 때로는 더 빠른 길보다 내 취향과 관심에 맞는 길을 택하게 되죠.


스스로 멘토가 된다는 건 바로 이 선택을 스스로 하는 일입니다.


남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대신, 내 상황과 목적을 고려해 경로를 정하는 거죠. 신호에 걸려도, 돌아가는 길이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가야 할 방향과 경로를 스스로 정했다는 사실입니다.


혹시 지금 ‘왜’라는 질문에 갇혀 있나요? 그렇다면 오늘부터 바꿔보세요.


“어떻게 하면 다음 걸음을 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나의 시선을 과거가 아닌 미래로 돌려줍니다. 가능성을 향한 길을 열어줍니다.


물론, 스스로 멘토가 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외롭고 버겁게 느껴질 겁니다. 또 때로는 타인이 이해하지 못해 고집불통처럼 보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작은 목표부터 하나씩 해내는 거죠. 그리고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세요.


“잘했어,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해.”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변합니다. 한탄을 실행으로 바꾸고, 탄식을 희망으로 바꾸면서요. 그리고 마침내 깨닫게 됩니다.


가장 나다운 길을 안내하는 사람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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