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이 잊힌 시대의 역설에 대하여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강타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딱지치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단순하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놀이가, 드라마 속에서는 생존이 걸린 잔혹한 경쟁의 장으로 변모합니다. 이 이야기는 기성세대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과 동시에 극단적인 계층 격차와 경쟁 논리가 지배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반영했기에 모두가 몰두했던 것입니다.
현대사회를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수많은 역설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역설(Paradox)이란 ‘모순처럼 보이는 진리’를 말합니다. 즉, “겉은 반대지만 속은 진실”이라는 뜻이지요. 과거에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일들이 이제는 현실 속에 넘쳐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발전된 시대를 살고 있는 셈입니다.
산에 올라 나무를 한 짐 해 옵니다. 그 나무를 마당 한켠, 부엌 옆에 적당한 크기로 가지런히 쌓아둡니다. 비와 햇살을 피해 적당히 말려야 하니까요. 이제 가마솥을 닦고 쌀을 씻습니다. 깨끗이 헹군 쌀을 솥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붓습니다. 그리고 아궁이에 불을 지핍니다. 솥뚜껑 사이로 김이 피어오르고, 그 뜨거운 김이 눈물이 되어 솥을 타고 찔끔 흘러내릴 때면, 뚜껑을 살짝 열어 김을 빼고 불을 다독이며 열기를 조절합니다. 뜨겁지도, 약하지도 않게. 그렇게 밥이 뜸을 들이는 동안 아궁이에는 고구마가 뛰어들어가 구수한 향기로 아이들을 유혹합니다.
잠시 후, 향긋한 밥 냄새와 군고구마 냄새가 부엌 가득 퍼집니다. 그 향기를 맡은 우리는 저절로 부엌으로 달려가죠.
“군고구마 주세요~!”
이것이 바로 가마솥밥의 역설입니다. 아이들 관심은 가마솥밥이 아닌, 군고구마입니다.
기술은 빛의 속도로 진보했고, 정보는 손끝에 있으며, 물질적 혜택은 과거 왕족조차 누리지 못했던 수준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이 찬란한 발전의 이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가질수록 더 공허해지고, 더 빨리 움직일수록 더 시간에 쫓기며, 더 많이 연결될수록 더 고독해지는 모순을 경험합니다.
글무리 작가는 《오징어 게임》이 보여준 잔혹한 경쟁 사회의 단면처럼,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세 가지 주요 역설을 조명하고, 진정한 발전의 의미를 되묻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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