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 태어나는 감정의 존재론
슬픔이란, 눈물보다 먼저 드러날 수 없었답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터져버리는 감정도 아니었지요.
언제나처럼 한 걸음 늦게 찾아와 더 큰 아픔을 잠시 동안 잊게 만들 뿐이었답니다.
'나'를 만나는 날, 영혼 깊숙한 어둠 속에서 조용히 고여있던 눈물이 깨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자신들의 갈 길을 찾은 듯, 천천히 혈관을 부여잡고 흐르기 시작했답니다.
너무나 오래 갇혀 있었던 나머지 어디로 가야 할지, 갈 바를 알지 못한 채 온몸의 혈관을 조용히 훑고 지나다니기만 합니다. 그들이 스쳐 가는 순간, 혈관의 울림에 살갗들은 작은 떨림으로 파르르 진동하고. 그렇게 시간을 따라 흐르고 흐르다 마침내 심장에 다다르는 순간, 그때서야 비로소 눈물은 서서히 자신들의 얼굴을 드러냅니다.
그 순간 갑작스레 나타난 그들 모습에 놀란 가슴이 벅찬 한숨을 내뱉으며 막혔던 목구멍을 열어젖힙니다. 이제야 눈물들이 이때를 기회 삼아 밀물처럼 위로, 또 위로 향합니다. 뜨거웠던 심장에서 폐부를 지나고, 열린 목구멍을 빠르게 지나 맑은 호수가 있는 눈동자로 달려갑니다.
눈물이 떠나자 말라가는 심장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눈물이 가는 길을 재촉합니다.
이제는 망설이지 말고, 어서 가라고. 지금이 밖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라고.
그들이 마침내 갈 곳을 찾아 모이기 시작하나 봅니다.
지친 눈물들이 눈망울 바닥부터 조금씩 고개를 내밀며 차오릅니다.
어떤 눈물들은 너무 지쳐버린 나머지, 다시 목구멍으로 하나 둘 떨어져 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눈물들은 기나긴 여정 끝에 다다른 눈망울을 가득 채우며, 이제 한 방울 한 방울 세상 밖으로 흘러내립니다. 이제야 삶의 무게에 녹아버린 눈물들이 세상 밖으로......
식어지는 눈물은 마지막 열정을 품고서 붉어진 뺨을 만지며 아픔을 함께 나누자고 속삭입니다.
바닥으로 떨어지며 찰나의 울림을 남기는 마지막 순간을 함께 아파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바닥으로 기어가며 부르짖는 고요하고도 격렬한 소리는 이제야 외칩니다.
그러자 심장도 함께 외치며, 확 트인 목구멍으로 화산처럼 뜨거운 열기를 토해냅니다.
이 외침은 단순한 외침이 아니랍니다.
이것이 바로 이제야 그 얼굴을 드러내는 슬픔이랍니다.
긴 세월 동안 ‘나’를 만나기 위해 참고 기다려온 끝에서, 마침내 쏟아낸 슬픔입니다.
그래서 이 눈물은 덧없는 비애가 결코 아니랍니다.
이는 세상과 싸우느라 지쳐버린 내 안의 ‘나’를 이제야 토해내는 깊은 '해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