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길을 걷는 창작자에게

크리스토퍼 놀란이 보여준 ‘방식의 신뢰’

by Itz토퍼


Gemini가 본문을 읽고 그린 추상화입니다.


백일맞이 준비 중인 글무리 작가


며칠 전, 작가가 되겠다고 말한 제게 친구가 물었습니다.

“이제 얼마나 갔어?”


그래서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시작한 지 아직 백일(94일 차)도 안 됐으니,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아. 지금은 실험 단계라서... 아마 내년부터는 '나만의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거야. 나는 ‘나’라고 항상 고집하는 사람이 ‘나만의 글쓰기’를 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군. 내년에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소개할 수 있으려나."


스토리랩으로 이끈 크리스토퍼 놀란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사람, 만약 영화감독이 아니었다면 어떤 일을 했을까?”


가끔 이렇게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영화감독으로서 이만한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죠. 그래서 그의 영화는 무조건 챙겨 보게 됩니다. 조금 짓궂은 마음도 섞여 있습니다. ‘한 번쯤은 나무에서 떨어지며 찍은 영화’도 있을 것 같다는 상상 때문이죠.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 하나. 저와 영문 이름이 같습니다. ‘Christopher’. 제 브런치 작가명이 ‘Itz토퍼’이고, 브런치 주소가 ‘Chrisgazette’인 이유를 아신다면, 지금 제가 올리는 글의 ‘이 모양’이 왜 그런지 감이 잡히실 겁니다. 사실 이미 올린 글 중에 설명한 내용이지만, 짜집기를 하시려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셔야만 ‘아, 그렇구나’ 하고 이마를 탁 칠 일이 생길 겁니다. 이미 글무리 중에 설명한 부분이니까요.


얼마 전 제 글을 읽은 지인이 물었습니다.

"글쓰기는 어디서 어떻게 배우셨어요?"


물론 잘 쓰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사실 저는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습니다. 대학 시절 교양과목으로 국문학개론을 수박 겉핧기식으로 배운 ‘기억’은 있지만, 별도로 배운 적도, 앞으로 배울 계획도 없습니다. 강단에서의 경험과 지식이 전부입니다. 이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 즉 새로운 도전을 '저만의 방식'으로 고집불통답게 나아가려는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고집을 먹기까지 저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도전이라는 마지막 과제를 던져 준 인물은 있습니다.

바로 앞서 언급한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입니다.


시간과 현실의 건축, 그리고 창작의 태도


그는 시간과 현실의 건축가입니다. 그는 우리 시대의 시각 예술가들 중, 가장 관객의 시간 감각과 현실 인식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감독입니다.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넘어, 스크린 위에 하나의 거대한 개념을 펼쳐 보이며 관객을 그 중심에 던져 넣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죠.


1970년 런던에서 태어난 이 영국계 미국인 감독은, 저예산 흑백 영화였던 《미행》(Following)에서 이미 시간 순서를 뒤섞는 서사적 특징을 선보였고, 《메멘토》(Memento)의 혁명적인 역순 구성으로 '플롯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의 창조적인 집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로 히어로 영화에 깊이 있는 윤리적 질문을 던졌고, 《인셉션》에서는 꿈의 건축학을, 《인터스텔라》에서는 중력과 시간의 상대성을 우주적 규모로 탐험했습니다.


제가 놀란 감독의 작품을 보며 느낀 가장 큰 깨달음은 '타협하지 않는 방법론'의 힘입니다. 그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저항하며 필름 촬영(특히 IMAX)과 실제적인 시각 효과(Practical Effects)를 고집하는 고전적인 장인의 태도를 유지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길을 선택함으로써 그의 영화는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경이로운 현실감을 확보합니다. 이처럼 가장 어려운 길을 택하고 그 방식을 관철하는 놀란의 태도는, 정식 교육 없이 저만의 글쓰기 방식을 고집하는 저에게 가장 큰 용기와 명분을 주었습니다.


복잡한 서사와 윤리적 질문


놀란 감독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시간의 조작과 서사의 복잡성입니다. 《메멘토》의 역순 구성이나 《인셉션》의 다층 구조를 넘어, 《테넷》(Tenet)에 이르러서는 시간의 순행과 역행이 공존하는 인과율을 실험합니다. 이러한 시간의 왜곡은 단순히 관객을 현혹하는 트릭이 아니라, 캐릭터의 정체성, 선택의 무게, 그리고 현실의 본질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탐구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합니다.


또한, 그는 블록버스터의 외피 속에 깊이 있는 윤리적, 과학적 고찰을 담아내는 데 능합니다. 《다크 나이트》에서 영웅과 악당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사회적 혼돈 속 인간의 본성을 묻거나, 《오펜하이머》에서 한 과학자의 고뇌를 통해 핵 시대의 도래가 가져온 문명적 책임을 던지는 방식은,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가장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놀란은 관객의 지성을 신뢰하고 그들을 사유의 영역으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결론: 창작자를 위한 웅대한 비전


결론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필모그래피는 단순한 오락 영화의 집합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간, 기억, 그리고 현실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는 치밀하게 설계된 건축물입니다. 우리가 놀란 감독에게서 배워야 할 창작 정신은 바로 '타협하지 않는 웅대한 비전'에 대한 헌신입니다.


저 또한 글쓰기를 '배우는' 쉬운 길 대신, 스스로 부딪히고 깨지며 저만의 방식을 확립하는 어려운 길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대세 속에서도 아날로그적 미학을 지키는 놀란 감독의 '고집'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도구와 방식에 대한 확고한 믿음, 그리고 대중의 기대를 끊임없이 초월하려는 그의 도전이야말로 오늘날 모든 창작자들이 본받아야 할 진정한 창조 정신일 것입니다.


[덧붙임] 놀란 감독의 영화는 조만간 스토리랩에서 다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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