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무리 작가의 딸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이 담긴 편지
본 스토리랩(Story Lab)은 음악이 영화의 감정적 연결고리를 완성했다면, 글이 그 여운을 성찰로 확장시키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의 창작적 실험입니다.
오늘은 스토리랩 마무리를 통해, 사랑하는 보배단지에게 편지를 썼답니다. 물론 이렇게 공개적으로요. 독자들이 먼저 읽겠죠. 하지만 언젠가 이 편지를 보배단지도 읽을 날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보물'을 숨기듯, 이곳에 남깁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어쩌면 곁에서 이 편지를 읽는 딸의 눈빛 하나하나를 읽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깨를 토닥이며, 제 손마디를 만지작거리는 딸의 향긋한 머릿결 냄새를 맡고 있을지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작곡가 한스 짐머가 빚어낸 2014년의 명작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차가운 우주를 배경 삼아 가장 뜨거운 인간의 마음을 관통하는 서사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멸망을 향해 가는 지구, 황폐한 현실 속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생존의 문제를 넘어, 시간과 중력이라는 거대한 물리적 장벽 앞에서 인간의 사랑과 의지가 얼마나 숭고하게 빛날 수 있는지 질문합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의 핵심 줄거리와 메시지를 서정적으로 재해석하고,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서사에 부여하는 감정적 무게와 외적인 울림을 탐미하면서, 아버지와 딸에 대한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합니다.
가까운 미래, 지구는 '블라이트'라는 절망적인 병해에 잠식되어 가고, 인류는 시한부 삶을 살아갑니다. 전직 조종사이자 딸 머피의 아버지인 쿠퍼는, 시간과 중력의 미스터리한 속삭임이 담긴 딸의 방에서 비밀리에 인류의 마지막 계획을 수행하는 NASA 기지를 발견합니다. 그는 머피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맹세이자 절규를 남기고,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토성 궤도의 웜홀을 향해 인듀어런스호에 몸을 싣습니다.
첫 번째 행성인 밀러 행성에서 쿠퍼 일행은 블랙홀 '가르강튀아'의 막대한 중력장으로 인해 극심한 시간의 왜곡을 겪습니다. 그곳에서의 3시간 23분은 지구에서의 23년과 맞바꾸는, 너무나 가혹한 대가였습니다. 우주에서 홀로 흘린 눈물은, 지구에 두고 온 딸 머피가 자신보다 더 나이가 들어버렸을 거라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아버지의 사무치는 고독과 비극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아픔으로 나타나죠.
여정 중 만 박사의 배신과 희생이라는 쓰라린 대가를 치른 후, 쿠퍼는 마지막 희망을 위해 스스로 블랙홀로 뛰어듭니다. 이 순간, 영화는 물리학의 경계를 넘어 인류를 구원할 기적의 공간을 펼쳐냅니다. 쿠퍼가 진입한 곳은 미래의 인류가 만든 테서랙트라는 5차원의 공간이었습니다.
우리가 4차원(시간)을 미래로만 흘러가는 강물처럼 경험하는 것과 달리, 5차원은 이 시공간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고 중력을 통해 조작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쿠퍼는 테서랙트 안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나열된, 과거부터 미래까지 모든 순간의 딸 방을 목격합니다.
"사랑"이라는 측정 불가능하고 비물질적인 힘이, 블랙홀의 절대적 중력이라는 5차원의 언어를 통해 현실과 연결됩니다. 쿠퍼는 이 사랑을 매개로 과거의 머피에게 인류 구원의 열쇠인 양자 데이터를 모스 부호 형태로 시계에 새겨 넣고, 이로써 머피는 아버지의 약속과 중력의 암호를 해독해 인류의 구원자가 됩니다.
'인터스텔라'의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는 "사랑이야말로 측정 가능한, 어쩌면 유일무이한 우주적 힘의 근원"이라는 선언입니다. 모든 과학적 지식과 논리가 파국을 예고했을 때, 오직 쿠퍼와 머피의 부녀 간의 사랑만이 시공간을 이어주는 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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