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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기의 재발견: 조용한 인정의 기술

아는 것이 아닌, 해보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힘

by Itz토퍼

오늘은 숫기와의 동행을 위해 꼭 필요한 ‘인정의 기술’을 살펴보려 합니다.

뭘 인정해야 할까요? 지난 연재에서 함께 나누었던 ‘숫기’의 존재를 인정해야겠죠.


누군가와 동행한다는 건 설레는 일입니다. 하지만 설렘도 잠깐, 동행하는 사이엔 이런 게 반드시 필요할 것 같군요. 믿음, 공감과 이해, 그리고 동일한 목표와 가치입니다. 숫기와 동행하기 위해서도 앞서 말한 세 가지 조건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먼저 믿음입니다. 기본적으로 내 안에 숫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없다고 단정하는 순간, 동행이란 성립될 수 없으니까요.


둘째는 공감과 이해입니다. 내향성으로 살아온 스스로를 탓하지 않고, 그동안 숫기가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숫기가 얼굴을 내밀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동일한 목표와 가치입니다. 필요한 것은 숫기를 억지로 만들려는 노력이 아닙니다. 핵심은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내향성과 숫기는 서로를 방해하는 성향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른 힘을 보태는 두 개의 자원이 됩니다.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이죠.


어릴 적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숫기란, 남자다움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물론 틀린 것 아니죠. 남존여비의 유교사상이 강한 대한민국에선 이 냄새가 아주 진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항상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여자가 여자답지 못하면, ‘암기 없다’라고 하나?”


그래서 누가 숫기 타량을 하면, 입버릇처럼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장비가 뜨개질하면 숫기 없고, 백성공주가 발차기하면 암기 없는 거냐!”

뭔가 모순적이고 아주 불공평하고 차별적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gh5kcjgh5kcjgh5k.jpg 숫기 없는 장비, 암기 없는 백설공주? / by ChatGPT


그리고 이런 생각이 항상 들었죠. “내 속에도 분명히 숫기가 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잠자던 숫기와 제대로 만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과거 국민학교(초등학교) 운동회는 그야말로 그 지역의 잔치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운동장에 둥글게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가져온 각종 음식과 과일, 과자를 늘어놓고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응원하는 잔치판이었죠.


이른 아침, 청백띠를 이마에 두르고 운동장에 집합해 운동회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 제 뒤에서 옆구리를 장난 삼아 툭툭 차던 녀석이 있었죠. 평소에도 반 친구들을 자주 괴롭히던 놈입니다. 싸움은 피하고 싶은 마음에 참고만 있었지만, 그때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한번 붙으면 내가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그래도 참자, 참자’라고 되뇌며 버티고 있었죠. 그러나 그때, 제 속에서 그동안 잠만 자던 숫기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부터 배운 태권도, 아버지에게 배운 유도와 TV에서 본 프로레슬링 기술을 떠올리며 종합격투기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 작전, ‘선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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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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