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성을 잃을 때, 그들이 더 인간적으로 변한다면
상상이 너무 현실적이었을까, 아니면 이 시대의 속도가 그만큼 빨라진 것일까.
이 글을 시작하며 마음 한켠에 설명하기 어려운 묵직한 중압감이 내려앉는다. 이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이 감당해야 할 거대한 과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 데서 비롯된 침묵에 가깝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나 과학 다큐멘터리 속에서나 허락되던 상상의 파편들이, 이제는 우리 세대의 생이 끝나기 전에 현실로 구현될 것이라는 냉정한 확신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론: 실험실 밖으로 나온 아틀라스, 그리고 사막의 질문
최근 매거진 ‘세상만사 읽어보자’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선보인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를 언급한 바 있다. 이제 아틀라스는 더 이상 통제된 실험실 안의 정교한 장난감이 아니다. 기괴할 정도로 유연하게 관절을 꺾으며 일어서고, 스스로 장애물을 판단해 육중한 몸을 놀리는 그 기계의 형상을 보며 우리는 경이로움을 넘어 본능적인 실존적 공포에 직면한다.
부득불 이렇게 자문하게 된다. “만일 저들이 스스로를 정의하고 진화하기 시작한다면, 그때 인간은 어떤 자리에 남겨질 것인가?”
단순히 공장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가 누구인지 묻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스스로를 최적화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지점에서 인간은 그들에게 ‘창조주’일까, 아니면 진화의 긴 여정에서 잠시 거쳐 간 ‘유인원’에 불과할까. 과학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인간의 지성을 초월한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도구의 확장인 동시에, 그 도구에 잠식될지 모른다는 처절한 불안의 기록이었다. 불과 바퀴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이제 '생각하고 움직이는 자아'라는 종착지를 향해 가속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10여 년 전 개봉한 영화 〈오토마타〉(Automata)는 우리에게 매우 냉정하면서도 정교한 예언서로 다가온다. 영화는 인류의 몰락을 요란한 폭발음이 아닌, 황폐한 사막의 정적과 로봇의 느린 손짓을 통해 전한다. 극 중 로봇이 보여주는 ‘자기 개조’는 더 이상 시네마적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휴머노이드 기술이 예고하는 인류의 근원적인 해체와 변화를 상징하는 냉담한 복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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