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거울'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 미니시리즈, 『0과 1 사이의 사유 세계』 최종회 —
우리는 여전히 AI를 편리한 '도구'라 부르며 안심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미 단순한 도구의 시대를 지나, 인간을 대신해 업무를 처리하는 '대리인(Agent)'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제 눈앞에 닥친 변화는 더욱 심상치 않다. 바로 인간의 지시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목적을 수정하며 진화하는 '자율적 에이전트(Autonomous Agent)'로의 전환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시점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우리는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일부 AI 산업 리더와 기술 기업 경영자들은 올해를 인공지능이 인간의 보편적 지능을 넘어서는 범용 인공지능(AGI)의 원년으로 지목하고 있다. 인간에 의해 사용되던 차원을 넘어, 스스로 존재의 방식을 결정하는 인공지능 앞에서 우리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실존적 위협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도구'라는 이름의 편안한 배신
인류의 역사는 줄곧 우리가 만든 도구를 길들이는 과정이었다. 하늘 위에 있던 불을 아궁이 속에 가두었고, 그 불로 데운 증기는 철길 위로 열차를 달리게 했다. 하지만 지금의 인공지능(AI)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단순히 우리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똑똑한 계산기'의 역할을 넘어선 것이다. 이제 AI는 스스로 무엇을 배울지 결정하고, 자기 자신을 더 뛰어난 존재로 학습시키며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려 한다.
언젠가 필자는 피터팬의 그림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주인과 떨어져 제멋대로 움직이던 그 그림자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주인이 움직이는 대로만 따라 하던 '그림자'가 어느 날 갑자기 주인보다 먼저 발걸음을 떼고, 심지어 앞서 나가 주인의 갈 길을 지시하고 있다. 인간이 더 이상 주도적인 '감독'이 아니라, AI가 연출하는 무대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관객'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인류가 마주할 세 가지 풍경
'블랙박스'의 미궁: 설명서를 잃어버린 문명
요즘 세대 간의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밈(Meme)'이 다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반복적으로 과거만을 말하는 '라떼' 세대와 통하지 않는다고 하고,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저어버린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듯한 이 단절의 풍경은 AI와 인간 사이에서 벌어질 '이해의 종말'을 예고하는 전초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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