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선을 긋고, 상상력은 선을 넘는다
“새로운 상상과 현실은 질문을 불러오고, 질문은 사유를 통해 통찰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 공상과학 영화를 볼 때면 가슴 한편이 설레곤 했다. 그 시절에는 영화 한 편 접하기가 참 어려웠기에, 대부분은 TV 채널에서 방영해 주는 외화 시리즈를 통해 미지의 세계를 만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600만 불의 사나이》다. 지금 돌아봐도 그 당시에 어떻게 그런 파격적인 상상을 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사람들은 그 영상을 보며 막연한 기대감에 젖어 묻곤 했다. "언젠가 정말 저런 세상이 올까?" 기발한 상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창작자들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경외심을 느끼면서 말이다. 과학자들은 말한다. 영화 속 상상력은 결코 무(無)에서 탄생한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과학적 이론이라는 토대 위에, 인간의 질문과 갈망을 덧입혀 확장해 낸 결과물이다.
"과학은 경계선을 긋고, 상상력은 그 선을 밀어낸다."
참 멋진 말이지만, 요즘은 그 설렘 뒤로 낯선 감각 하나가 따라붙는 것을 느낀다. 가슴이 뛰는 동시에 어딘가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 미래를 향한 흥분과 그것이 몰고 올 거대한 변화에 대한 불안이 뒤섞인 이 감각을 가장 선명하게 촉발하는 존재, 바로 ‘뉴럴링크(Neuralink)’다.
'매트릭스'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는 철학적 사유와 시각적 혁신이 결합한 걸작이다. 특히 주인공 네오가 뇌 뒤쪽 단자에 케이블을 연결해 단 몇 초 만에 헬기 조종법과 쿵후를 습득하는 장면은 여전히 상징적이다. 학습의 고통스러운 과정 없이 지식을 뇌에 직접 '주입'하는 이 기술은 오랫동안 먼 미래의 허구로만 여겨졌다.
그런데 만일, 머지않은 '내일'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할까.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 열리는 걸까. 무엇보다 아찔한 건, 만약 악당들이 이 기술을 먼저 손에 넣는 상황이다. AI를 통해 검색한 지식을 뇌로 직접 전송받게 될 때, 인간 고유의 사고력에는 어떤 혼란이 찾아올까. 결국 우리는 ‘스스로 사유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은 아닐까.
2016년,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신경기술 기업 뉴럴링크는 이 해묵은 허구를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인류의 인지 능력을 근본적으로 확장하겠다는 대담한 목표 아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연마하고 있는 것이다. 근육이라는 물리적 매개 없이 오직 '생각'만으로 기계와 소통하는 시대, 그 서막은 이미 올랐다.
뉴럴링크, 인류의 뇌에 칩을 심는 이유
뉴럴링크의 지향점은 단순한 기계 제어를 넘어, 생물학적 뇌와 인공지능(AI) 사이의 '초고속 통신 채널'을 구축하는 데 있다. 머스크는 AI가 머지않아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것이라 예견하며, 그 격차 속에서 인류가 도태되지 않으려면 인간의 지능 또한 공학적으로 증강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이를 위한 뉴럴링크의 계획은 정말 치밀하다. 우선 사지 마비나 시각 장애 같은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의료적 성취'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고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다. 그 뒤, 최종적으로는 일반인의 능력을 강화하는 '범용 인터페이스'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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