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려다 천사를 잃었다」

고대의 제단에서 현대의 전장까지

by Itz토퍼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새벽, 눈을 뜨자마자 열어젖힌 노트북. 마음이 차갑다 못해 큰 얼음덩어리처럼 너무나 무거워졌다. 시선을 두고 바라보는 것 하나만으로 느껴지는 그 미안함과 참담함은 과연 누구의 몫일까?


하나의 장면, 그리고 귀에 울려 퍼지는 처참한 비명. 그 장소와 고대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인간의 선택이 결국 같은 제단을 만들고, 또 다른 희생양을 그곳에 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창작을 하는 이의 마음에 내려앉은 '나의 작품'이 아닌, 내면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신음과 같은 비명을 글로 남길 수밖에 없었다.



‘희생양’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인류의 냉혈한 역사와 비겁한 심리를 동시에 품고 있다. 본래 이 표현은 고대 공동체가 위기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행하던 상징적 제사의식에서 비롯되었다.


고대 유대 문헌에 따르면, 대제사장은 두 마리의 염소를 준비하여 한 마리는 신에게 바치고, 다른 한 마리에는 공동체의 온갖 죄와 불운을 전가했다. ‘아사셀을 위한 염소(Scape-goat)’라 불린 이 짐승은 사람들의 저주를 짊어진 채 끝없는 광야로 내몰려 사라졌다.


이 의례의 본질은 책임의 분산이 아니라 ‘응집’에 있다.


공동체 내부에 쌓인 갈등과 공포가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사람들은 그 모든 부정적인 에너지를 단 하나의 무력한 존재에게 투사함으로써 일시적인 평화를 얻었다. 죄를 전가받은 존재가 멀리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남겨진 이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정결해졌다는 집단적 착각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의식을 통한 인간의 비겁함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행위였다.


오늘날 우리가 ‘희생양’이라는 말을 쓸 때, 그것은 더 이상 비유나 은유에 머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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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도 작은 위로와 사유의 빛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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