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어’에 숨은 사랑

방관과 배려 사이, 우리가 놓친 말의 온도

by Itz토퍼

일주일에 한 번, 매주 금요일 저녁은 딸 보배단지가 음악 교실에서 노래 연습을 하는 시간입니다. 유치원 때 시작한 이후로 보배단지는 수많은 대회에 입상하며, 학교 행사 때마다 무대 위에서 멋진 실력을 선보이곤 합니다. 아비로서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겠지요. 그래서 연습이 끝난 뒤에는, 아빠와 딸만의 특별한 ‘배려 타임’이 이어집니다.


이 시간만큼은 딱 두 가지를 딸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를 고르거나, 평소 갖고 싶던 액세서리 혹은 문구류를 구입하는 것이죠. 이때 아빠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오직 "상관없어"뿐입니다. 만약 아무것도 고르지 않는다면 그만큼의 금액을 용돈으로 대체해 주기도 합니다. 제가 야간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시간을 지켜주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딸에게 이 날은 아주 설레고 기쁜 날이며, 우리 부녀에게는 서로의 '배려와 여유'를 나누는 소중한 의식이기도 합니다.


혹시 최근에 누군가에게 "상관없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나요?


사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이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메뉴를 고를 때나 누군가의 제안 앞에서 가볍게 내뱉는 한마디. 그러나 이 짧은 표현 하나에도 저마다의 '온도'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삽니다.


언어의 결에 담긴 태도의 차이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라 해도, 언어마다 그 결은 조금씩 다릅니다.


한국어의 "상관없어", 중국어의 “无所谓(wu-suowei)”, 일본어의 “どちらでもいい(도치라 데모 이이요)”, 그리고 영어의 “I don’t mind”는 모두 선택을 상대에게 맡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태도는 미묘하게 갈립니다.


어떤 말은 부드러운 존중으로 다가오고, 어떤 말은 무심하게 들립니다.


예를 들어 일본어의 “どちらでもいいよ”는 "어느 쪽이든 네가 좋은 쪽이면 나도 괜찮다"는 긍정적인 여백이 녹아 있습니다. 영어의 “I don’t mind” 역시 내 입장을 고집하기보다 상대의 선택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수용의 태도가 중심에 있습니다. 중국어의 “都可以(dou-keyi)”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열린 여유를 보여줍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Itz토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도 작은 위로와 사유의 빛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 내려갑니다.

27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4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1화손 잡았던 찰나, 놓쳐버린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