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내어준 그루터기가 띄우는 편지
평생 육체노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탓에, 심야 청소 일은 생각보다 깊게 몸에 남고 있습니다. 주말이었던 어제, 라이딩 팀원들과 왕복 50km 남짓한 거리를 달렸습니다. 돌아오는 길, 난생처음으로 몸이 ‘퍼지고’ 말았습니다.
저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달리던 이들 모두가 놀랐습니다. 체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처진 적 없었는데, 오르막길에서 갑자기 허벅지에 힘이 도무지 실리지 않더군요. 결국 다리에 쥐가 나 비명이 터져 나올 즈음에야, 저는 멈춰 설 수 있었습니다.
밤낮이 바뀐 일상, 대낮의 소음 속에서 얕은 잠을 보충해야 하는 수면 부족, 그리고 어느덧 부정할 수 없게 된 나이라는 숫자가 복합적으로 제 몸을 누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며,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일도 포함되어 있지요. 그중 하나가 바로 ‘해야만 하는 일’, 즉 직업이라는 형태의 ‘노동’입니다.
누군가는 차가운 모니터 앞에서 숫자와 씨름하며 밤을 지새우고, 누군가는 뜨거운 햇볕 아래서 흙을 일구며 정직한 땀을 흘립니다. 또 누군가는 낯선 이들의 시선 속에서 거리를 정돈하고, 누군가는 흰 종이 위에 고독한 문장을 채워 넣기도 합니다.
형태는 저마다 다르지만, 살아있다는 존재의 확인 과정 중 아마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는 증명이 바로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 현장에 당당히 머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생의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가져봅니다.
어린 시절, 공부에 지쳐 있던 저를 앉혀 두시고 아버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요즘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지? 하지만 아들아, 배움이란 게 그렇단다. 어느 쪽을 택하든 삶의 무게는 매한가지란다. 몸이 편하면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기다리고, 정신이 편하면 그만큼 몸이 고된 법이지. 결국 살아가는 한 어느 쪽이든 고단함은 피할 수 없단다. 하지만 우리에겐 의지와 인내가 있기에, 이 둘을 잘 조절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 힘겨움을 이겨낼 수 있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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