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고통을 축제로 바꾸는 법
미국 메이저리그를 거쳐 한화 이글스로 돌아온 류현진 선수의 이름을 내건 '제1회 류현진배 중학야구대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류 선수는 야구 꿈나무들에게 성적이나 기술보다 '즐기는 야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평소 같으면 그냥 흘려들었을 말이었다. 그런데 문득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최고가 되려면 결국 이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운동선수들이 인터뷰 끝에 관용구처럼 붙이는 말이다. 하지만 수만 번의 반복 훈련과 피 말리는 경쟁을 버텨온 베테랑이 어린 학생들에게 건네는 그 담백한 한마디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었다. 외부의 보상이 아니라 내면의 즐거움만이 자신을 끝까지 지탱해 준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왠지 그 말은 야구선수가 아닌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과연 글을 쓰는 나도 그러한가?"
이 질문은 경기장 위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모니터 앞에 앉아 깜빡이는 커서를 마주한 작가에게도 '즐거움'이라는 태도는 생존을 위한 가장 절실한 도구다. 오늘날 글을 쓰는 풍경은 원고지에 펜을 꾹꾹 눌러쓰던 시절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은 경쾌해 보일지 몰라도, 그 이면에 고된 노동의 얼굴이 숨어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무엇을 하든, 중압감에 눌리면 '즐긴다'는 감각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마감에 쫓기고 조회수와 좋아요 같은 숫자에 매몰되다 보면 자판을 누르는 손끝은 어느새 돌덩이처럼 무거워진다. '더 잘 써야 한다'는 압박과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은 글쓰기를 자유로운 유영이 아니라, 반드시 채워야만 하는 고역스러운 빈칸으로 만들어버린다.
솔직히 그 밑에는 더 많은 독자가 내 책을 사줘야 한다는 욕심도 깔려 있다. 즐거움을 잃어버린 타이핑은 생기를 잃고, 화면 위에는 영혼 없이 나열된 텍스트의 파편만 남는다.
잠시 숨을 고르고, 처음 자판 위에 손을 올렸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그때도 이랬을까?
그때는 분명 투명한 즐거움이 넘쳤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말로는 다 못 해 문장으로라도 쏟아내야 했던 벅찬 감정, 혹은 빈 화면이 내 리듬에 맞춰 하나씩 채워지는 그 감각 자체에서 오는 순수한 기쁨. 그 몰입이 있었기에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을 지새우며 화면을 밝혔고, 그때의 글들은 화려한 수식 없이도 그 자체로 빛났다. 무엇보다 그렇게 쓴 글은, 쓴 사람이 읽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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