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빵의 두 번째 생, 알트브로트

버려진 기억의 조각들이 향긋한 존재가 되기까지

by Itz토퍼

외로움마저 잊게 한 독일 쓰레기빵과의 만남


독일에 머무는 동안, 나는 빵과 소시지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물론 지인들이 권하는 맥주는 고산 생활 가운데 얻은 통풍을 앓고 있는 내게 달콤한 고통 그 자체였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은 건 빵에 대한 기억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빵돌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아온 나였으니, 독일의 빵 앞에서 무너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독일 빵을 모두 좋아한 건 아니었다. 특별한 한 종류의 빵이 있었는데, 나는 그 빵을 속으로 '쓰레기빵'이라고 불렀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재활용'이라는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고 싶어 일기장에만 조용히 적어두었던 이름이다.


비록 유럽에서의 기억은 인종차별이라는 아픈 경험 때문에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 시절의 특별한 장면들이 기억 속에서 아련히 떠오르곤 한다. 마치 거친 껍질 속에서 고소한 속살이 드러나듯, 그 씁쓸했던 시간 곁에는 ‘쓰레기’라 불렸던 그 ‘재활용’ 빵의 온기도 함께 남아 있다.



자투리 조각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지혜, 알트브로트


이 빵의 본명은 'Altbrot(알트브로트)'다.

Altbrot는 독일어로 "오래된 빵"을 뜻한다. (alt = 오래된, Brot = 빵).

by Gemini

그래서 겉보기에는 조금 투박하고, 딱히 신선해 보이지도 않는다. 표면은 짙은 갈색으로 그을려 있고, 마치 오래된 나무껍질처럼 거칠게 갈라진 외양을 하고 있다. 손으로 들어보면 벽돌처럼 묵직하고, 칼을 넣어 자르면 예상보다 촘촘하고 깊은 속살이 드러나면서 다양한 향기가 피어오른다.


이 빵은 처음부터 매끈하고 깔끔한 반죽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하루의 끝에 남겨진 자투리들, 팔리지 못한 조각들, 그리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빵들이 한데 모여 다시 물을 만나고, 약간의 밀가루를 덧대어 치대어짐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결과물이다. 말하자면 남은 빵과 굳은 빵, 심지어 부스러기들까지 다시 구워져 하나의 온전한 빵으로 거듭난 셈이다. 때로는 그 안에 초콜릿이나 건포도, 견과류가 더해져 원래의 맛보다 한층 더 풍부하고 깊은 풍미를 내기도 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Itz토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도 작은 위로와 사유의 빛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 내려갑니다.

27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4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3화기억의 실루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