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평의 성소, 그리고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은 경건하게 먹어야 한다?

by Itz토퍼

아내는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딸에게도 늘 아이스크림은 금기시된다. 하지만 딸 보배단지와 나는 다르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아이스크림 한 통쯤은 순식간에 비워버리는, ‘냉동 디저트계의 포식자’다.


나른한 주말 오후, 아내가 잠시 외출한 사이 우리 부녀는 편의점 아이스크림을 신나게 공략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딸이 물었다.


“아빠, 지난번 일본 교토 갔을 때 기억나?”


그 짧은 질문에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의 기억은 우리 부녀에게 일종의 '성스러운 농담'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의 교토였다. 어느 작은 도로변, 이름도 생경한 아이스크림 가게 칸미도코로(甘味処; かんみどころ)에는 딱 하나의 테이블만 놓여 있었다. 가게 안을 채우고 있는 건 달콤한 향기보다도 기묘한 질서였다.


더운 날씨 탓에 밖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는데,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테이크아웃 대신 구석에 웅크리고 앉거나 선 채로 '경건하게' 아이스크림을 해치우고 있었다. 마치 그곳이 디저트 가게가 아니라, 차가운 당분을 섭취하며 고해성사를 올리는 성소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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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도 작은 위로와 사유의 빛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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