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순이가 남긴 이름

떠나간 것들의 자리, 가슴속에 남은 울림

by Itz토퍼



“동이 트는 새벽꿈에…”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이 노래를 기억하실 겁니다. 이른 아침, 훈련병들을 인솔해 훈련장으로 행진할 때 부르던 군가입니다.


그날도 훈련장에 도착하여 총과 교보재를 정리한 뒤, 나무 그늘에 앉아 물 한 모금을 들이켜고 있는데 어디선가 날카로운 새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숲을 헤치고 들어가 보니,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 까치 한 마리가 어미를 찾아 울고 있었습니다. 어미는 보이지 않고, 둥지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죠. 갓 태어난 아기는 아니어서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점심시간에 몰래 부대로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까치와의 비밀 동거가 시작되었죠. 주방 조리병에게 부탁해 보급 창고 뒤, 쥐 나 고양이가 드나들지 않는 곳에 작은 둥지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틈만 나면 먹을 것을 가져다주며 돌봐주었지요.


주말엔 소대장실 침대 곁에서 함께 했는데, 녀석은 어느새 나를 어미로 여기는 듯 어디든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조금씩 날기 시작하자 내 식판 위 고기까지 탐내기 시작했고, 병영에선 ‘까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어깨 위에 앉아 머리를 쪼고, 내가 “까순아” 하고 부르면 어디서든 날아와 깍깍거렸습니다. 마치 제 분신처럼요.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야생 까치 무리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식당 근처의 짭방장 무리들, 보급창고 뒤의 특공 무리들, 그리고 관사 쪽에서 내려온 사회물 좀 먹은 무리들까지... 까순이는 조금씩 그들과 어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이면 함께 날아갔다가, 점심 무렵 돌아와 나를 기다렸다가, 저녁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어디선가 나타나 어깨 위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하루는 외박까지 하고, 이윽고 며칠씩 보이지 않는 날이 늘었습니다. 때가 된 것이지요.


“사랑하는 까순아, 이제는 내가 더 돌볼 수 없구나. 친구들과 어울리고, 짝도 만나렴.”


그날부터 마음을 굳혔습니다. 까순이가 식판 위의 고기를 먹으려 해도 주지 않았고, 어깨 위에 앉아도 슬며시 떼어냈습니다. 까순이는 서운했는지 며칠간 나타나지 않았고, 간혹 찾아와도 금세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허전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어디선가 까치 소리만 나도 두리번거리며 까순인가 해서 찾아봅니다. 저녁이면 침대 곁에서 깍깍거리던 어리광도 그리워지더군요. 그래서 틈만 나면 주방 뒤, 보급창고 뒤, 관사 쪽을 찾아 헤맸지만 까순이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까순이는 자기 길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결국, 떠났구나.”


수십 년이란 세월이 흘러, 어느 간이역에서 여우비를 피하던 날이었습니다. 전신줄 위에 작은 까마귀 한 마리가 비을 맞으며 날아가지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가슴 아래에 하얀 깃털이 보입니다.


"설마...? 아냐, 까마귀야."


그래서 가까이 가서 보니 분명, 하얀 깃털이 보입니다.

순간 가슴속에서 오래된 이름이 튀어나왔습니다.


“까순아~! 까순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기억도 이제 까순이로 겹쳐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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