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마리 길냥이들의 가족이 되다
12마리 길냥이들의 가족이 되다
길냥이들과의 만남.
신랑과 나, 그리고 딸아이 이렇게 3명이 신랑의 발령지를 따라 바르셀로나로 이사와 바르셀로나 외곽 바닷가에 자리를 잡은 지 벌써 만 4년이 훌쩍 지났다. 타지에 사는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그 사이에 좋은 일 궂은일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새롭게 정드는 것들도 생겨났다.
그중 우연히 만나 깊게 정들어 버린 녀석들이 있다. 바로 12마리의 길 고양이들이다.
우리가 바닷가에 자리를 잡은 지 1년 반이 지난 2014년 여름, 노을이 아름다웠던 어느 날 저녁이다. 우리 가족이 오랜만에 집 근처 바닷가 야외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식당 옆 풀밭에서 고양이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 인가 싶더니 꽤 여러 마리가 나타나고, 유리로 만들어진 파티션 밖에서 음식 냄새를 맡으며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신랑이 시켰던 꽁치구이의 냄새가 그들을 자극한 듯하다. 바닥과 유리 파티션 사이로 틈이 있어서 신랑이 자기가 시킨 꽁치를 그 사이로 조금 떨구어주었다. 순식간에 고양이들이 달려들어 그 작은 조각을 낚아채갔다.
한번, 또 한 번.. 녀석들은 신랑이 틈새로 내주는 생선을 먹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당시 초등생이었던) 딸아이도 자기 식사에서 고기만 떼어 틈새로 내주었다. 동물이란 동물은 무조건 이쁘고 귀여운 딸아이에게는 자신의 저녁식사보다 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더 보람된 일이었을 것이다.
신랑의 꽁치구이가 담겨있던 접시는 어느 순간 바닥을 보이고 말았다. 신랑이 더 이상 음식을 주지 않자 잠시 잠잠해졌는가 싶었는데 녀석들이 파티션 주변을 돌아서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다른 자리에 앉은 손님들을 애걸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손님들이 고양이들을 귀찮아하고, 화를 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식탁 밑을 돌아다니는 고양이들 때문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없었다. 더러는 쳐다만 보고, 더러는 조금씩 자신들의 음식을 던져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접시에서 고기를 떼어주면 크고 힘센 녀석이 잽싸게 낚아채어 사라지고, 작고 힘없는 녀석들은 눈을 크게 뜨고 애걸을 한다. 고양이들에게 생선을 모두 주어버린 신랑이 다시 생선을 시켰는데 그 냄새에 녀석들이 우리 테이블로 몰려들었다. 결국 신랑이 시킨 생선 요리의 절반이 다시 고양이들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식당 종업원에게 어디서 온 고양이들 이냐고 물으니 바로 옆에 있는 세일링 클럽을 가리켰다. 철조망 안쪽의 해변가에 세일링과 카타마란 보트들이 늘어서있는데 그곳에서 서식하는 길고양이들이라는 것이다.
다음날 오후 우리는 값싸고 커다란 햄 뭉치를 사다가 잘게 잘라서 바닷가 세일링 클럽으로 나갔다. 준비해 간 플라스틱 접시에 잘게 자른 햄들을 올려놓으니 냄새를 맡고 한두 마리가 다가오고, 뒤를 이어 조심스럽게 몇 마리가 다가왔다.
더러는 가깝게 더러는 경계의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허겁지겁 먹이를 삼키는 길냥이들, 그중에 한때는 사람에게 길러진 듯 우리의 다리 사이를 오가며 몸을 비비는 녀석들이 있었고, 사람들에게 나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듯 경계심이 심한 녀석들도 있었다.
그날 처음 먹이를 주고, 또 다음날, 그리고 그다음 날도 우리는 녀석들을 찾아가 먹이를 주었고, 그렇게 시작한 녀석들과의 인연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