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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y 04. 2017

지중해의 길냥이들 두 번째 이야기

바닷가 길냥이들을 쫓는 개들..

바닷가 길냥이들을 쫓는 개들..


바닷가 길냥이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한 후 우리 가족에게는 매일 저녁 길냥이 먹이를 주기 위해 바닷가로 나가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처음에는 경계심을 갖고 멀리 떨어져 있던 길냥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먹이를 먹은 뒤 떠나지 않고 우리 근처를 맴돌기 시작했다. 그런 우리를 보며 손을 흔들어 주고, 웃어주는 사람들도 생기고, 딸아이에게 "좋은 일 한다"며 칭찬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늘 그런 칭찬과 환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많지는 않지만 왜 먹이를 주냐며 화를 내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런 시선이야 적당히 웃어넘길 수 있지만 먹이 주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들과 마주치면 속상한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반려견을 키우는 집이 아주 많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에게 목줄을 하지 않고 산책을 나오고는 한다. 지금은 시에서 벌이는 캠페인 덕분에 목줄도 많이 하고, 배설물을 치우는 사람들도 생겨났지만 우리가 처음 길냥이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을 때는 개 배설물이 길가에 굴러다니고, 목줄을 하지 않은 개들이 산책로를 뛰어다니고는 했었다. 그중 몇 마리의 개가 늘 우리가 길냥이들에게 밥을 줄 때 문제를 일으키고는 했다.




어느 이른 저녁에 신랑, 딸아이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길냥이들의 먹이를 주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길냥이들이 털을 곤두세우더니 세일링 클럽 마당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나타난 크고 까만 개가 달려들어 먹이가 담겨있던 접시들을 뒤엎어 버리고는 길냥이들을 따라서 구멍 뚫린 철망 안으로 내달렸다.

컹컹 짖으며 한참을 이리저리 날뛰던 개는 근처 풀숲에 크게 볼일을 보고 이리저리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녔다.


주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두리번두리번 살피다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개줄을 장식품처럼 들고 서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엎어진 길냥이들의 먹이를 주워 담고, 개를 쫓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흘깃 보더니 멀리 떨어져서 전화기에만 매달려있을 뿐이었다. 개가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배설물을 싸지른 뒤 그 남자에게 돌아가자 그는 여전히 전화기에 매달려 개와 함께 멀어져 갔다. 개가 싸지른 배설물은 물론 치우지 않았다.


목줄 없이 뛰어다니는 개들과, 가끔씩 관심을 보이며 달려드는 작은 아이들 때문에 길냥이들 먹이를 주는 것이 쉽지 않아서 먹이 주는 시간을 조금 늦은 저녁 시간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시간을 바꾸었다고 모든 방해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늦은 시간에 개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오는 사람들 중에도 목줄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했고, 주인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길냥이들을 쫓아다니는 개들도 여전히 존재했다.

개들은 길냥이들이 서식하는 곳에 가까워지면 온 힘을 다해 내달려 길냥이들에게 덤벼들었고, 늘 긴장상태에 있는 길냥이들은 개가 멀리서 달려오는 소리만 듣고도 혼비백산하여 철망 안으로 숨어버렸다. 더러의 개 주인들은 당황하여 개들을 불러댔지만, 더러는 우리가 항의를 해야만 못 들은 척 자신의 개만 불러 유유히 사라질 뿐이었다.


개가 이리저리 날뛸 때 길냥이들의 밥그릇도 함께 널을 뛰어서 길냥이들의 먹이가 이리저리 바닥에 흩어지면 딸아이는 속상해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 먹이를 주워 담고는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속이 상해서 나도 모르게 그들을 비난하게 된다.

매일매일 바닷가를 산책하는 개들은 길냥이가 서식하는 세일링 클럽 앞을 지날 때면 본능적으로 길냥이들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서성거린다. 그런 개들의 목줄을 힘주어 잡아끌며 단속하는 주인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자신들의 개가 길냥이들의 보금자리를 휘젓고 다니는 것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동물을 이뻐하는 우리 가족이라도 그런 개들을 이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개들을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개들이 날뛰는 것은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는 주인들 잘못”이라는 어린 딸아이의 말처럼 잘못은 그 개들을 풀어놓는 주인들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혹 이런 풍경을 보게 되면 기분이 좋다.

사진 속의 할아버지는 우리가 길냥이 먹이 주는 것을 자신의 반려견과 앉아서 기분 좋게 바라보다손을 흔들며 사라지고는 한다. 저 커다란 개도 길냥이들의 노는 모습을 바라만 볼뿐 결코 가까이 다가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애써 먹이를 주려고 노력할 필요도, 저 고양이들을  도우려고 할 필요도 없다. 다만 한 공간에서 서로 공존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편하게 바라봐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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