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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y 26. 2017

지중해의 길냥이들 아홉 번째 이야기

떼쟁이, 겁쟁이, 질투쟁이 플러피 

떼쟁이, 겁쟁이, 질투쟁이 플러피

건달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 재미를 주기 위해 등장하는 캐릭터가 하나쯤 있다.

때로는 주인공의 친구로, 때로는 똘마니로 과묵한 인물 옆에서 늘 말 많고 촐싹거리며 호기심 많아서 여기저기 나대는 캐릭터.

거기다 질투심 많고 변덕 심하고, 심지어는 겁까지 많아서 싸울 때는 늘 어딘가 도망가 있다가 싸움 끝나면 마치 혼자서 다 해치운 것처럼 허풍 떨며 나타나는.. 한마디로 찌질하지만 재미있는 캐릭터. 


지중해 길냥이 무리 중에 딱 그런 캐릭터를 가진 대장 길냥이의 똘마니 냥이가 한 마리 있다. 


나? 내가 뭐? 

바로 요 녀석...

까맣고 부드럽고 기다란 털을 자랑하는 녀석을 보고 있노라고 영락없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촉새형 똘마니 캐릭터가 떠오른다. 


나는야 질투쟁이 

처음 만났을 때는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한 발짝 떨어져서 탐색만 하다가 대장 길냥이와 스모키가 우리에게 이쁨을 듬뿍 받자 생각을 달리하고 불쑥 다가선 녀석이다. 


하지만 이 녀석이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올 듯 말 듯 다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자기를 만지면 약 올리듯 꼬리를 세우며 쏙 빠져나간다. 

놀자, 놀자.. 인간여자애야 좀더 재미있게 못하냐? 
어이...인간 여자애야 건드리지는 말라고...

그런 녀석을 오게 할 방법은 딱 하나..

대장과 스모키 등 다른 고양이들에게 애정을 쏟으며 질투심을 유발하는 거다. 

나, 나, 나...나도 이뻐해라 인간!! 

요 녀석의 질투심은 우주로 뻗어나갈 기세라 우리가 다른 고양이를 이뻐하면 어떻게 해서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아니, 아니.. 너는 우리가 싫다며"

"우리는 스모키만 이뻐해야지.."

슬슬 약 올리며 다른 고양이를 쓰다듬으면 녀석은 어쩔 줄 몰라하면 얼굴이건 엉덩이 건 되는대로 들이민다. 


허풍쟁이
내가 망 봐줄께. 이기는편 우리편...

대장 길냥이가 다른 고양이들과 싸움을 벌이면 스모키와 잽싸게 대장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만 보다가 싸움에 이긴 대장의 뒤를 따라 의기양양하게 돌 오는데 그 표정을 보면 자기가 일당 백으로 한판 크게 벌려서 승리한 표정이다. 


말을 할 수 있다면 "내가 말이지.. 어느 날 바닷가에서 20 마리의 집냥이들과 혼자 마주쳤는데.."라고 허풍을 떨 녀석이 분명하다

"대장... 우리 잘했지?"

"자식... 그거 한 할큄 밖에 안 되는 것이 까분단 말이야"

"내가 아까 먹은 생선 가시 빼다가 발톱만 다치지 않았어도 한 발톱으로 보내는 건데..." 

"야.. 너 나한테 걸렸으면 넌 털 하나도 안 남았어."

"대장의 할퀴기 신공... 그거 나한테 배운 거야. 알아 몰라.??"

"앗.. 대장 내가 요 녀석 한테 우리의 룰 설명 좀 하느라고... 저리 가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봤지? 암말도 안 하고 그냥 가는 거, 대장도 나한테는 꼼짝 못 한다고..."

"넌 나한테 잘 보여야 길냥이 팔자 피는 거야." 

딱 요런 식으로 촐싹거릴 녀석이다. 


호기심이 많아야 창의력이 길러지는거야옹


앗...저건 뭐지?

호기심 많아서 매사가 궁금한 녀석은 낄 곳과 안 낄곳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참견을 한다. 

여태 보아온 수많은 고양이 중에서 저렇게 온갖 고양이들 참견하고 돌아다니는 녀석은 처음 봤다. 

"텅, 너 거기서 뭐하냐옹?"

"아.. 응가하는구나"

"그래...애기들은 먹고, 싸고, 자는 게 일이지.." 

"그런데 너 뭐 먹어서 냄새가 이러냐옹?"

"저 인간이 나 몰래 과자줬냐옹?" 

"인간아 내게도 과자를 주거라.."

"이딴 나무로 날 가지고 놀지 말고 그 가방 안에 있는 과자를 꺼내거라.."

에잇...삐뚤어질테다...

"과자 내놓으라고..."

"저 인간들이 감히 날 무시하고 과자를 안 내놔.."

"대장아 가서 저 인간들 좀 혼내고 와라옹..."

"어... 저기 스모키 과자 먹는다"

"어? 어디 어디?"

"어젯밤 꿈속에서.."

"헐... 그렇게 놀리지 말자옹."

"대장 저 인간들 가방 좀 뒤져보자." 

"저기서 과자가 쉬지 않고 나와."

"저거 뺏으면 우리가 평생 누워서 배 두드리며 살 거야...."


하지만 겁쟁이 

활력 있고, 촐싹거리며 온갖 참견 다하는 길냥이 플러피 

질투심만큼이나 호기심도 많아서 호기심을 조금만 자극하면 가장 먼저 놀자고 달려드는 녀석이지만 겁도 무척이나 많은 녀석이다. 


모든 길냥이들이 그렇듯이 조금만 요란한 소리가 나거나 길가던 사람들이 다가서면 후다다닥 철망 안으로 도망을 친다. 도망친 와중에도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서 강백호 눈을 뜨고 상황 파악에 나선다. 


영국의 한 내셔널 캣 센터 관리자에 의하면 이런 성격의 고양이들은 대부분 사람의 손에 길러지다 버려진 고양이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사람과의 관계가 없던 고양이들은 사람들과 장난을 치거나 밀당을 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영국의 내셔널 캣 센터에 대한 이야기는 번외 편으로 다루어볼까 한다.)


그리고 이런 장모종의 고양이들은 털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우선 기다란 털이 잘 뭉쳐서 진드기가 생기기 때문에 수시로 빗질을 해주는 어려움이 있어서 입양되어 갔다가 힘들다고 되돌려지는 장모종의 고양이가 많다고 한다. 


플러피도 그런 이유로 버려진 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람도 고양이도 무척이나 좋아해서 여기저기 치대고 문지르며 애정을 나타내고 다닌다. 

녀석의 호기심과 참견은 한마디로 애정의 표현이다. 

또 버려졌나? 왜? 왜? 

그러던 녀석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늘 붙어 다니던 대장 길냥이와 스모키가 사라지자 활기를 잃기 시작했다. 

먹이를 먹은 뒤에는 우리에게 다가와 몸을 비비기는 하지만 이전처럼 장난을 걸어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의기소침한 모습에 마음에 걸려서 많이 챙겨주려 노력을 했는데 이 녀석도 어느 순간부터 모습을 감췄다.  


길냥이들은 길냥이의 무리 안에서 살아가면서도 그 안에서 또 다른 작은 무리로 짝을 지어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어간다. 사람들이 친한 친구를 만드는 것처럼 길냥이들도 무리 안에서 저마다의 유대관계를 갖는다. 대장과 스모키 그리고 플러피가 한 무리, 터과 귀염둥이, 스릴러와 오스카가 각각 짝을 지어 붙어 다니는데 그들의 유대관계는 무리 안의 다른 고양이들과의 유대관계보다 훨씬 강한 것을 볼 수 있다.  


플러피의 짝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후  서열에서 밀렸거나 자신의 영역을 빼앗겼거나 하는 등의..  사건이 녀석에게 생겼을 수도 있다. 결국 녀석은 자신의 친구들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감추었다. 


앞서 떠난 다른 두 마리에 비해 녀석이 더 생각나는 것은 촐싹거리고 방정맞지만 녀석의 특별한 캐릭터 덕분에 늘 웃을 수 있었기 때문이고, 장난은 심하지만 마음 약하고 겁이 많은 녀석이기 때문다. 

이 녀석... 어디선가 정말로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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