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길냥이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
호텔 같은 영국의 길냥이 보호소
영국인들은 동물을 무척 사랑한다.
아니 영국인들의 동물 사랑은 정말 유별나다.
동물 보호 기금을 위한 바자회, 카부트 세일, 동물 보호소 자원봉사 등 수많은 동물보호 행사가 열리고, 동물 쇼가 열리고 동물 보호에 온 정성을 쏟는다.
때로는 동물 보호를 위해 법을 어기는 사람들도 있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런던시가 시의 위생을 위해 비둘기 모이 주는 것을 금지하자 동물 보호단체에서 항의 시위를 하며 여전히 광장에서 모이를 주는 것은 애교이고, 때때로 동물 권리 보호를 외치는 사람들 중 과격론자들이 무기나 사제 폭탄을 만들어 동물 실험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공격해 커다란 상해를 입히기도 한다.
세계 동물 보호 협회 연합과 영국 지부는 과격론자들에게 사람들이나 남의 재산에 피해를 입히지 말고 평화롭게 운동을 벌여나가자고 호소하고 있지만 과격론자들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들이다.
이렇듯 동물에 대한 유별난 사랑을 자랑하는 영국에는 동물 보호 단체도 많고, 보호소도 많다.
대부분의 보호소는 일반인들의 후원금과 입양비를 받아서 운영되는데 그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키워줄 사람에게 전 재산을 남기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가 어쩌면 과장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게 동물 보호소에 엄청난 금액을 기부하고 죽는 노인들이 상당수다.
런던에서 대표적인 보호소는 Battersea Dogs & Cats Home을 들 수 있겠다.
오늘 필자가 소개할 곳은 영국의 남쪽 East Sussex 지역에 자리한 National Cat Centre 다.
National Cat Centre
Chelwood Gate
Haywards Heath
East Sussex
RH17 7TT
시골에 위치한 관계로 자동차로만 가야 하는 단점이 있는 대신 주차장은 참 넓다.
주차장의 표시판을 보면 방문하는 이들을 위하여 센터만이 아닌 자연학습을 위한 공원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6만 2천5백 평에 달하는 대지에 생태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산책을 하고 피크닉을 즐기고는 한다.
Cat Centre 안에는 Adoption Centre 도 함께 있어서 고양이 입양을 주선하고 있다.
가끔씩 홀에 풀어놓은 고양이들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하는 기특한 녀석이다.
정문을 들어서면 안내데스크가 있는 홀이 있고.. 그 옆으로 카페와 선물의 집 그리고 어린이 놀이방이 있다.
조금의 장난감과 책, 그리고 그림 그리는 도구가 있는데 장난감 기증을 받기도 해서 가끔씩 아이들이 더 이상 놀지 않는 장난감을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서있는 미니어처 2층 집에는 뜨개질하는 아줌마와 수많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집안 여기저기 가득 찬 고양이 인형들을 보면 아... 여기가 고양이 보호소구나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홀 안쪽으로는 3개의 문이 나있다.
각각의 문을 통과하면 이렇게 기다란 복도로 된 고양이들의 쉼터가 나타난다.
양쪽으로 늘어선 유리문 하나하나가 고양이들의 집이다.
고양이들은 한 마리씩 자기 방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족일 경우에는 이렇게 같은 방에 넣어준다고 한다.
유리창문 안쪽으로 보이는 여기는 침실...
그리고 고양이들 뒤쪽으로 작은 문이 보이는데.. 저 뒤쪽으로 내려가면 침실보다 몇 배 큰 공간이 있다.
고양이들이 좁은 곳에서 심심하지 않게 나가서 놀도록 커다란 놀이 공간이 만들어져 있고 밥 먹는 곳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 보호소에는 여러 팀이 있어서 고양이 보호뿐 아니라 고양이 구조도 함께한다.
구조팀은 고양이가 버려졌다거나 다친 것 같다는 제보를 받으면 바로 현장으로 달려간다.
위의 새끼 고양들이 그 제보로 인해 살아난 고양이들이다.
구조팀이 시민의 제보를 받고 비 오는 저녁길을 한 시간 이상 달려갔더니...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고양이 8마리가 비를 맞으며 종이 상자 안에서 떨고 있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그 고양이들은 이곳에서 안정을 취한 뒤 모두 입양되었고 이 두 마리도 입양 날짜를 받아두었다고 한다.
보호소는 되도록이면 형제들을 같이 입양하도록 권하고 있고, 이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들도 한 가정으로 함께 가기로 되어있다.
새끼 고양이들은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사람들이 나타나면 문가로 조르륵 달려와 고양이들이 사람을 구경한다.
새끼 고양이들은 빠르게 입양이 되어서 이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태어난 지 수주 이내에 사람과 접촉을 하지 않으면 사람의 손길을 타는 것을 무서워한다.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버려져서 사람과 접촉 없이 몇 주를 보낸 고양이들이 가장 돌보기 어렵다고 한다.
"와... 물고기가 움직인다.
놀이시간이다.
야 꼬마야 좀 더 재미있게 움직여봐.
그렇게 중구난방으로 말고... 그러면 재미없어.
조금씩 조금씩 감질나게 움직이는 척하다가... 다가가면 잽싸게 도망가고... 그렇게 말이야.
너... 고양이 모르니?"
누가 놀아? 나도 같이 놀자. 응?? 꼬마야 여기도 와봐.
그 장난감은 지겨워... 다른 것을 좀 줘봐.
확실히 나이 든 고양이들은 어지간해서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나이 든 고양이들은 길에서 찾아낸 것들이 아니라 병이 들어 고양이를 돌보지 못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곳에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사람 손길을 좋아는 하지만 주인을 잃었다는 슬픔이 느껴져 온다.
센터에 익숙해지고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들은 가끔씩 홀에 풀어놓기도 하는데 요 녀석들이 가끔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밖에는 앞의 사진에 있는 견공이 지키고 서있다.
이곳에서는 입양 센터도 함께 운영하는데 아무리 고양이가 마음에 들어도 원하는 고양이를 무조건 입양할 수는 없다.
보호소 측에서 고양이의 상태와 사람과 어울리는 상황을 고려해서 입양을 결정한다.
입양이 결정되면 주인이 될 사람이나 가족들이 따로 마련된 방에서 고양이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렇게 여러 차례 고양이가 새로운 주인들과 시간을 갖고 서로 친해지는 상태를 확인한 후 보호소 측에서 입양해도 좋다는 허락을 하게 되면 그때서야 고양이를 데려갈 수 있다.
순간의 기분으로 고양이를 덜컥 입양했다가 자기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다시 데려오는 불행한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입양이 되고 싶기는 한 건가?
이곳이 너무도 편해 보이고 보호소에서 돌봐주는 분들과도 끈끈한 정으로 이어진 느낌이라 오히려 입양되어
가는 것이 더 불행해 보일 지경이다.
메인 홀에 놓여있는 고양이 소파에서 사람들을 맞이하는 이 녀석은 입양할 날짜가 며칠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보호소들은 시와 동물 협회의 보조금과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으로 운영이 된다. 기부는 한 달에 5파운드를 시작으로 자기가 원하는 만큼을 기부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고양이를 정해서 그 고양이의 후원금을 낼 수도 있다.
이렇듯 고양이 보호가 잘 되어있으니 영국에서 길냥이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간혹 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를 보더라도 길냥이일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말자.
다음 편 에서는 다시 지중해의 길냥이 이야기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