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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un 12. 2017

지중해의 길냥이들 열 번째 이야기

Trap-Neuter-Return (TNR)

TNR
Trap 포획 -Neuter 중성화 -Return 방사


길냥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세계 각국에서 TNR을 이용한 관리를 하고 있다. TNR이란 길냥이를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을 한 뒤에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 방법이다. TNR의 목적은 길냥이의 개체수 조절과 발정기 울음소리를 줄여 사람들의 불만도 줄이는 것에 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고양이들의 중성화를 사람들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가 없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그렇게라도 서로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TNR은 1950년대 영국의 동물 운동가 Ruth Plant 에 의해서 처음 소개되었다.

그 후 이태리, 덴마크, 미국 등의 국가에서 도입을 하며 국제적 길냥이 개체수 조절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스페인도 늘어나는 길냥이의 개체를 줄이기 위해 길냥이들을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다시 풀어주고 있다.


어느 날 저녁 일 때문에 늦어지는 신랑을 제외하고 딸아이와 둘이서 길냥이들 먹이를 주러 바닷가로 나갔다. 그런데 길냥이 먹이를 주는 수돗가에 스페인 할아버지 한분이 서성거리고 있고 그 주변에 길냥이들이 몰려있었다. 할아버지 손에는 냥이들의 먹이가 들려있었고 그 옆에는 시커먼 물체 두 개가 놓여있었다.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길냥이 포획용 덫과 운반 상자다.


느릿느릿 냥이들에게 먹이를 준 뒤 덫으로 유도를 하지만 냥이들이 덫 안으로 들어갈 리 없다. 덫 주변에서 먹이를 먹다가도 할아버지가 근처에 오면 휙 하고 달아나고는 한다. 계속 반복되는 잡기 놀이(?)에 할아버지도 냥이들도 지친 모습이다.




우리가 길냥이 먹이를 주려고 온 것을 알아챈 그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길냥이들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한다. 다짜고짜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는 이유를 물으니 그제야 자기가 수의사인데 오늘 한 마리를 데려가 중성화 수술을 시키려고 한다고 답을 한다. 이곳의 길냥이들 대부분을 자기가 데려다 수술했고, 이제 아기 고양이 몇 마리만 수술하면 이곳 길냥이들 수술은 끝난다고 한다.


우리가 먹이를 줄 것을 기대하고 우리 주변을 맴돌던 길냥이들은 우리가 먹이를 꺼내지 않자 실망한 모습이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찔끔찔끔 내려놓은 음식을 먹다가 잡으려면 달아나고 또 잡으려면 달아나서 나와 딸아이 주변으로 몰려든다.


덫 안을 들여다보니 할아버지가 가져온 냥이들 먹이가 놓여있지만 냥이들이 좋아하는 먹이도 아니고, 무엇보다 할아버지가 주변을 서성거리니 냥이들이 경계를 하고 있다.  





결국 할아버지가 도움을 청해왔다.

우리가 가지고 간 고양이용 파테를 작은 접시에 올린 뒤 미끼용으로 덫 안에 집어넣은 뒤 한 발짝 뒤로 물러나자 냥이들이 냄새를 맡으며 덫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파테는 길냥이들 먹이를 준 뒤에 마지막에 디저트처럼 주는 고양이 먹이로 녀석들이 파테 켄을 따는 소리만 들어도 흥분을 한다.


"아하... 그런 음식이 필요하구나" 스페인 할아버지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싸구려 고양이 비스킷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이미 중성화된 고양이들이 파테 냄새를 맡고 덫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걸러내고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아기 고양이가 덫 안으로 들어선 순간 덫의 고리를 풀었다.  


철컹...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자 철망 안의 아기 고양이는 놀란 눈으로 어쩔 줄 몰라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 사이 할아버지는 휴대용 나무 상자를 반대편 문에 연결시킨 뒤 덫의 문을 열고 기다란 막대로 작은 냥이를 콕콕 찔러 그  상자 안으로 밀어 넣었다.



덫보다 더 좁고 사방이 막힌 상자에 갇힌 아기 고양이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양이 한 마리를 포획한 할아버지가 떠나 주면 좋겠는데 때마침 할아버지가 고양이를 데려가는 것을 도와주러 온 중년 사내와 주절주절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고...  또 스페인 사람들 수다가 시작됐구나"

딸아이와 서로 얼굴 쳐다보며 저 두 사람이 떠나 주기를 바라는 건 무리라는 것에 무언의 동의를 했다.

할아버지가 깔고 앉은 상자 안의 아기 고양이는 계속 울어대고, 덫의 문이 닫히며 후다닥 몸을 숨겼던 길냥이들이 빼꼼 빼꼼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배가 고프니 우리가 주는 음식은 먹어야겠고, 할아버지는 여전히 상자위에 위협적으로 앉아있고.. 냥이들은 우리 주변에 몰려 먹이를 먹으면서도 할아버지를 향한 경계심을 멈추지 않는다.



며칠후 포획되어 갔던 아기 고양이가 돌아왔다.

수술을 받은 냥이에게 표식을 남기기 위해  사진 속의 냥이처럼 귀의 한쪽 끝을 잘라 낸다.

그날 포획되어 갔던 아기 고양이도 귀가 살짝 잘린 채로 돌아왔다.

수술을 받고 풀려난 길냥이들이 감염으로 죽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해서 며칠간 녀석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는데 다행히도 감염의 징조는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도 몇 차례 아기 고양이들이 사라졌다 돌아왔고, 그때마다 저렇게 귀가 살짝 잘려서 돌아왔다. 이 녀석들을 끝으로 우리가 먹이를 주는 바닷가에 사는 길냥이들의 TNR 이 모두 끝나서 그곳에는 더 이상 새끼 고양이들이 생겨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새끼 고양이만 생겨나지 않을 뿐 중간중간 사라진 녀석들 자리에 어디 선간 나타난 새로운 길냥이들로 채워져 여전히 10마리 안팎의 고양이들이 서로 비비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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