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의 스모키 - 아마도 집 고양이었을 거야.
버려진다는 건
작년 이맘때쯤 한국의 일간지에서 전국 길냥이가 100만에 달한다는 기사를 읽었었다. 매년 2만에서 3만 마리 정도가 버려지는데 언급한 숫자는 집계된 숫자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거라는 것이다.
스페인도 예외는 아니라 지난해 여름을 기준으로 1년간 버려진 고양이가 3만에서 4만 사이일 거라고 한다. 그나마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인해서 줄어든 숫자가 그 정도다.
우리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바르셀로나 외곽의 바닷가 타운에는 우리가 먹이를 주는 길냥이들 외에도 수십 곳의 길냥이 서식지가 존재한다. 처음부터 길냥이로 태어나 그곳에 사는 녀석들도 있지만, 주인에 의해 버려져서 서식지로 찾아드는 고양이도 있다.
그나마 서식지에 찾아들어 길냥이 먹이를 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행운이고, 그렇지 못하면 식당 주변을 뒤져가며 어렵게 삶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봄 러시아의 벨고로드 오블라스트에서는 주인이 버리고 간 자리에서 꼼짝 않고 주인만을 기다리는 고양이가 화제가 되었었다. 자신을 버리고 가는 주인의 차를 따라가다 놓치자 주인이 버리고 간 자리로 돌아와 주인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버려진다는 것... 아무리 동물이라도 자기가 버려졌다는 것을 알고, 그 아픈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먹이를 주는 고양이들 중에도 처음부터 길냥이로 태어난 것이 아닌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양이들이 여러 마리 있다. 네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한 대장 길냥이가 그렇고, 앞으로 언급될 플러피가 그렇고, 또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 스모키가 그렇다. 그리고 그 외 여러 마리가 주인에게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
스모키는 길냥이들을 알기 전부터 가끔씩 산책로에서 보고는 했던 고양이다.
예쁘장한 고양이 한 마리가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너무도 당당하게 활보해서 길냥이라는 생각은 결코 하지를 못했었다.
스모키는 길냥이 무리 속에 있지만 다른 길냥이들과는 늘 비교가 되었다.
대장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깨끗하고 윤기가 흐르는 건강한 털을 가지고 있으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우호적이고 다정하다. 그리고 길냥이 같지 않게 차분하고 조용하다.
때로는 자기 기분이 내키면 수돗가 위로 뛰어 올라와 손등에 몸을 문지르거나 다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애정표현을 하는데.. 그러다 어느 순간 휙 토라져 가버리기도 하는... 사람과의 밀당을 즐기기도 한다.
여러모로 길냥이의 습성보다는 사람과 함께 살았던 습성이 많은 녀석이다.
하지만 가끔씩 멀리서 물끄러미 관찰하듯 바라볼 때면 "저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일까?"라는 생각으로 보는 듯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거기 어린 녀석들... 사람들 다니는 길에서는 위험하니까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 어서 내려와."
길냥이 무리에 속해있는 새끼 고양이들이 멀어지면 쫓아가 저렇게 훈계(?)를 한다.
자... 애들은 이렇게 우리 경계 구역 안에서만 노는 거라고. 저 사람들 많은 곳은 나중에 크면 데려가 줄게.
유일하게 대장 길냥이의 먹이를 자기 것처럼 뺏어먹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냥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스모키가 유일하다. 다른 길냥이에게 한 카리스마 하는 대장 길냥이도 스모키에게는 늘 부드럽고 다정한 것이 마치 연인이라도 되는 것일까?
대장 길냥이 음식은 뺏어먹지만 다른 고양이들에게는 양보의 미덕이라는 것도 보여주는 녀석.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서 어디선가 음식을 얻어먹고 다니는지 다른 길냥이처럼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법이 없다.
귀찮은 것은 싫어하는 성격이라 가끔씩 무리에서 떨어져서 저렇게 먼산을 바라보며 서있기도 하는데 요 녀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플러피가 도저히 혼자 놔두지를 않는다.
헤이... 어깨동무하자고.
늘 대장 고양이와 스모키에게 애정을 구걸하는 플러피!!
차가운 대장 길냥이에 비해 스모키는 플러피의 어리광을 다 받아주고는 한다.
그만 좀 찍지? 참.. 내.. 이쁜 것도 불편하다니까....
하지만 이 모두 과거형이 되었다.
대장 길냥이가 떠나고 한동안 무리를 이끄는가 싶더니 스모키도 어느 날 훌쩍 떠나버렸다. 대장 길냥이가 떠나서 가버린 건지, 이제 때가 되어서 가버린 건지, 어느 집에 안주를 한 건지... 두 번째로 떠나버린 녀석이 어딘가에 잘 정착해서 살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