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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y 12. 2017

지중해의 길냥이들 네 번째 이야기

대장 길냥이의 싸움

대장 길냥이의 싸움!!
길냥이 무리에도 서열과 질서가 있다.


크르르릉.... 녀석이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를 내며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자 비셔스도 몸을 낮춰 공격 자세를 취했다.  

녀석의 등 뒤로 스모키와 플러피가 뚫어져라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앞다리만 뻗으면 서로 할퀼 수 있는 거리까지 도착한 녀석은 진득하니 비셔스를 노려보고만 있다. 

두 길냥이 사이에 차가운 공기가 흐르고 지켜보는 우리도 숨을 죽였다. 

금방이라도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캬아아옹... 쇳소리를 내며 물어뜯고 싸울 기세다. 

"싸우면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밀려들었다. 

하지만 싸움은 유혈사태 없이 끝이 났다. 

잠시 두 녀석의 기싸움이 벌어지더니 비셔스가 슬그머니 몸을 낮추고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은 것이다. 


잠시 주저앉은 비셔스를 바라보던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녀석의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스모키는 싱겁다는 듯 자리를 뜨고, 플러피는 의기양양하게 녀석의 뒤를 따라 우리에게로 왔다. 

녀석을 따라다니는 "플러피"는 때때로 눈에 엄청난 힘을 주고 걷는다.  마치 형님을 따라다니는 행동대장처럼...

싸움의 발단은 길냥이 무리에 제대로 끼지 못해서 먹이를 먹지 못하는 비셔스가 다른 고양이를 공격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길냥이 무리들의 대장인 녀석이 비셔스의 행동에 제동을 걸며 무리 안의 질서를 가리키려 한 것이다. 


녀석.. 길냥이들의 대장. 


녀석은 첫날부터 다른 길냥이들과는 다르게 두려움 없이 다가와 다리사이를 오가고 손에 머리를 들이밀며 친한 척을 했다.


마치 우리와 오래전부터 같이 살았던 고양이처럼 살갑게 다가서는 녀석을 우리 가족은 "우리 고양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 고양이"라는 이름처럼 녀석은 우리에게 언제나 특별대우를 받기를 원했다. 우리가 수돗가에서 길냥이들에게 줄 먹이를 접시에 나누고 있으면 그 위로 과감하게 뛰어올라 첫 번째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고는 했다. 마치 그것이 자기 것이라도 되는 듯 자연스럽게..


녀석의 특별한 행동 때문인지 우리도 자연스럽게 첫 번째 접시는 녀석만을 위해 내버려 두었다. 

그러면 녀석은 여유롭게 먹이를 먹고는 수돗가 위에 앉아서 우리의 손길을 기다렸다. 




"우리 고양이"는 사람의 손길을 좋아하고, 함께 장난치는 것을 좋아해서 우리가 먹이를 주는 동안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고는 했는데 길냥이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면 귀를 쫑긋 세우며 그 상황을 응시하고는 했다. 


그러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 재빠르게 뛰어 내려가 고양이들을 단속하고는 했다. 




"우리 고양이"가 다른 길고양이들 단속에 나서는 때는 대체로 새끼 고양이들이 큰 고양이들에게 밀려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 할 때나 침입자 즉 어디선가 새로운 길고양이가 나타났을 때다. 

새로이 나타난 길고양이들은 무리에 끼지 못해서 주위를 맴돌다 달려들어 먹이를 뺏어먹고는 하는데 그럴 때는 "우리 고양이"가 달려 나가 그 새로운 고양이를 제압하고는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손길을 좋아하고, 영양 상태도 좋고, 길냥이 같지 않게 털에서도 윤기가 흐르는 녀석을 보면서 혹시나 집 고양이가 놀러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는 했다. 더구나 가끔씩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나고는 해서 더더욱 그런 의혹을 갖게 만들었는데 1년쯤 지난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함께 장난치기를 좋아하던 "우리 고양이"가 사라진 후 길냥이 무리들은 활기를 잃었고 (우리만의 생각 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도 녀석처럼 살갑게 다가드는 녀석이 없으니 서운함과 아쉬움이 뒤엉켜 녀석의 빈자리를 크게 느껴야 했다.  


가출했던 집으로 돌아간 것일까? 사람을 좋아하니 누군가의 집에 안착한 것일까?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우리 고양이"를 놓고 딸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어디에 있던 잘 지낼 거라는 믿음으로  갑작스레 사라진 녀석의 빈자리에 서운한 마음을 달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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