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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y 15. 2017

지중해의 길냥이들 다섯 번째 이야기

길냥이들 밥 주는 건 재미가 아니야

길냥이들 밥 주는 건 재미가 아니야


바르셀로나 외곽 바닷가에 살고 있는 길냥이들을 만난 지 몇 달 후 어느 이른 저녁, 일 때문에 바쁜 신랑을 뒤로하고 딸아이와 둘이서만 길냥이들 먹이를 주러 나갔다. 언제나처럼 우리가 "나비야" 하고 부르면 길냥이들이 야아아아아아옹... 하고 뛰어나오며 반갑게 맞아줄 것을 기대하며 즐겁게 도착을 했다. 


그런데 길냥이들 먹이를 주는 해변 수돗가에 성인 남자 한 명과 두 명의 아이들이 서있고 길냥이들이 울어대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그 아이들이 뭔가를 던지는데 길냥이들이 그것을 따라다니면서 바닥을 핥아가며 우는 것이다. 야옹야옹... 길냥이들은 처절하게 울어대며 아이들이 던지는 것이 떨어진 장소를 찾아 뛰어다녔다.

딸아이와 급한 걸음으로 다가가 보니 한 아이의 손에 작은 참치캔 하나가 들려있고, 그 캔 안에 든 참치를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콩알만큼씩 아니 그보다 더 작게 아주 조금씩 집어서 바닥에 던지면 배고픈 길냥이들이 그 냄새를 맡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이다. 


큰아이는 여자아이로 당시 만 9살이던 딸아이와 같은 나이로 보였으며, 작은 아이는 남자아이인데 한두 살 정도 어려 보였다.  아이들은 길냥이들이 이리저리 뛰는 것을 보며 조금 흥분한 듯 계속 이리저리 참치를 뜯어 던지고 아이들의 아버지는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스페인 가족인데 그 이전에 우리가 길냥이들 먹이 주는 것을 보고서는 길냥이들을 만지려고 다가와 길냥이들을 혼비백산 달아나게 만든 가족이다. 우리가 먹이를 주며 고양이들을 돌보는 모습이 부러웠던 게다. 하지만 겨우 작디작은 참치캔 한통으로 열댓 마리의 길냥이들을 먹이겠다고 온건가 하는 생각에 속이 상했다.

그런 식으로 길냥이들 약 올리지 말라고 한소리 하고 싶지만 애써 참고 수돗가에 우리가 가져간 먹이를 풀며 길냥이들을 불렀다. 


"나비야~~" 우리가 부르자 길냥이들이 "야아아아옹..." 울며 수돗가로 모여들었다. 

야옹, 야오옹, 야아아옹... 울음소리는 저마다 다르지만 자신들에게 참치 냄새만 맡게 한 사람들이 있다고, 그 사람들 때문에 배고파 죽겠다고 이르듯 울며 우리 발밑으로 모여들었다. 


평소에 가까이 오지 않던 녀석들도 발밑으로 모여들어 아우성을 치며 먹이를 갈구하고, 내가 먹이를 준비하는 동안 딸아이가 녀석들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시키려 노력을 했다.




딸아이가 고양이들을 쓰다듬는 것을 본 스페인 가족의 아이들이 우리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고양이를 쓰다듬는 딸아이가 부러웠던 게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자 길냥이들이 경계를 하며 우리 뒤쪽으로 숨듯이 물러났다. 


"고양이가 무서워하니까 다가오지 말라"는 우리말에 어깨 한번 으쓱하는 제스처를 보이더니 계속 다가오며 자기들도 만져보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밥을 주니까 만질 수 있는 거야. 만지려고 하면 할퀼지도 몰라" 딸아이가 다시 나서서 설명을 하자 아이들이 어정쩡 뒤로 물러섰다.   

 

길냥이들 먹이를 담은 접시들을 길냥이들 사이에 내려놓은 뒤에  아이들의 아버지라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아직 스페인어가 한창 서투른 때라 영어가 가능하냐고 물으니 잘하지는 못하지만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참치를 콩알만큼씩 띄어서 던져주면 길냥이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앞으로 길냥이들 먹이를 주고 싶으면 차라리 그 돈으로 싸구려 햄이라도 잔뜩 사서 가져다주는 게 더 낫다."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먹이를 먹는 고양이들을 힐끔 보더니 아이들을 불러 몇 마디 나누고 자리를 떠났다. 혹시나 내 말대로 싸구려 햄이라도 사서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보았는데 그 이후로는 본 적이 없다. 


"그 사람들은 생각이 없나 봐. 그건 고양이들을 고문하는 거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딸아이의 표정이 무겁다. 

참치 냄새를 맡고 이리저리 뛰며 울던 길냥이들의 모습이 생각난 것이다. 


간혹 길냥이들에게 먹이를 주겠다고 조막만큼의 햄이나 캔을 들고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열댓 마리가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 그 사람들이 먹이를 주고 간 수돗가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고 우는 길냥이들은 보면 안쓰럽다. 

"그러게 차라리 주지를 말던가..." 

한순간의 호기심은 상처가 될 뿐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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