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싸해지는 농담 좀 그만해
회의 시간, 어색한 침묵을 깨보려 던진 농담에 팀장의 싸늘한 한마디가 돌아옵니다. 반면, 어떤 팀에서는 리더의 재치 있는 유머 한마디가 경직된 분위기를 순식간에 녹여버립니다.
같은 유머라도 언제, 어떻게,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입니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리더의 긍정적 유머는 팀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창의성을 높이며, 동료를 돕는 행동을 촉진합니다. [1]
그런데 생성형 AI가 우리의 동료가 되어가는 지금, 이 '웃음'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가 회의록을 작성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주는 효율성의 시대에, 왜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농담과 웃음에 주목해야 할까요?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의 확장-구축 이론(Broaden-and-Build Theory)은 유머의 힘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열쇠입니다. [2] 이 이론에 따르면, 기쁨, 흥미, 감사와 같은 긍정적 정서는 우리의 사고와 행동의 폭을 '확장'시키고, 장기적으로 심리적·사회적 자원을 '구축'합니다.
AI와 함께 일하는 환경을 떠올려봅시다. AI는 놀라운 효율성으로 과업을 처리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점차 인지적으로 도전적인 과제와 멀어질 수 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2026년 주요 트렌드로 AI 장기 사용이 유발하는 '인지적 위축(cognitive atrophy)'을 지적합니다. [3] AI 결과물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우리의 뇌가 점차 생각하는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유머의 '확장-구축' 기능이 빛을 발합니다. 동료의 재치 있는 농담에 함께 웃는 순간, 우리는 AI의 효율성과 논리의 세계에서 벗어나 인간적 유대감을 느끼고,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는 AI가 줄 수 없는 창의적 자원과 사회적 자원을 구축하는 과정입니다. 유머는 AI 시대에 고갈되기 쉬운 우리의 정신적 자원을 재충전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인 셈입니다.
최근 연구는 리더의 긍정적 유머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구성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지 밝혔습니다. [1] 핵심은 긍정 정서와 긍정적 심리상태를 의미하는 심리적 자본을 거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리더의 긍정적 유머는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긍정 정서) 동료들끼리 서로 돕게 만듭니다. 동시에 팀원 개개인의 자신감과 긍정성을 높여(심리적 자본) 부정적인 행동을 줄여줍니다. 이는 AI와의 협업이 늘어날수록 발생할 수 있는 고립감과 동기 저하를 리더의 유머가 상쇄하여, 효과적인 '성과 관리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물론 모든 유머가 긍정적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비꼬거나 조롱하는 공격적 유머(Aggressive Humor)는 듣는 사람에게 모욕감을 주고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진정한 유머는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웃을 수 있는 공감대와 심리적 안전감 위에서 피어납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이 '유머'를 조직 문화의 핵심으로 삼아 성공한 것도, 유머가 구성원 간의 따뜻한 연결 위에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새로운 동료가 된 AI 앞에서, 당신과 당신의 팀은 얼마나 자주 함께 웃고 있나요? 그 웃음이 AI 시대, 우리 조직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최근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조용한 사직'이라는 현상에 대해, AI 시대의 새로운 관점을 더해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1] Kim, K., Jun, K., Song, J. et al. Examining humor’s impact on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 and deviance: the mediating role of positive affect and the moderating role of agreeableness. Curr Psychol 44, 8537–8549 (2025).
Cooper, C. D., Kong, D. T., & Crossley, C. D. (2018). Leader humor as an interpersonal resource: Integrating three theoretical perspective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1(2), 769–796
Karakowsky, L., Podolsky, M., & Elangovan, A. R. (2020). Signaling trustworthiness: The effect of leader humor on trust and employees’ psychological capital. The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60(2), 170–189.
[2] Fredrickson, B. L. (2001). The role of positive emotions in positive psychology: The broaden-and-build theory of positive emotions. American Psychologist, 56(3), 218–226.
[3] Aykens, P., Lowmaster, K., McRae, E. R., & Shepp, J. (2026, February 2). 9 Trends Shaping Work in 2026 and Beyond. Harvard Business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