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자폐래요 19

(25.12.10)

by 우리 아빠


“최근에 우리가 많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어요.”

“오늘은 친구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의사소통은 안 되지만 옆에 앉아 있으며 놀이하는 모습을 지켜보더라고요.”


어린이집 선생님은 요즘 부쩍 우리 아기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많이 주신다.

와이프도 역시 마찬가지다.


“오빠! 우리가 친구들하고 더 놀고 싶다고 얘기했어.

친구들과 낮잠 자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어.”


‘좋아지고 있다.’

너무 기분 좋은 말이다.

당연히 우리 아기가 오늘보다 내일 더 좋아졌으면 좋겠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정말 좋겠다.


“별문제 없어."

“좋아질 거야.”


요즘 우리 아기의 상태를 주위 사람들에게 공유하면,

그 얘기를 듣는 분들의 입에서 거의 빠짐없이 듣게 되는 말들이다.


분병한 사실을 전하기보다는 위로가 섞인 말일 테고,

진심에서 나온 바람일 수도 있지만,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말이기도 할 것이다.


한 달 남짓 우리 아기의 자폐 스펙트럼을 받아들이며

나 역시 수도없이 되뇌었던 말이기도 하다.


“우리 아기는 분명히 좋아질 거야.”


하지만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이 말은 내가 현재 적절한 태도로 받아들이기엔 조금 맞지 않다는 것이다.


희망은 좋지만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게 만들고,

기대는 가치 있지만 실망을 더욱 부풀린다.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하는 나는,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 맨 채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하는 나에게는,

“좋아질 거야.”라는 말이 그런말인 것만 같다.


너무 먹고 싶지만 그러기엔 몸에 좋지 않은

초코크림 듬뿍 바른 예쁜 케이크 같은 말이다.


그래서 한 달의 고민 끝에

내가 정한 마음 깊이 기본으로 새기고 가야 할 문장이 있다.


“우리가 어떤 모습이든 행복하게 살 거야.”


어떤 모습이어도,

상황일지라도,

그래서 전혀 예상하지 못할 난감함과 당황,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이 찾아와도,


나는 우리 가족과 행복해야지.


숨을 길게 쉬고

다시 한번 적어놔야겠다.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도

행복하게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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