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자폐래요 28

(26.01.06)

by 우리 아빠


예상했지만, 일주일에 총 네 번.

우리의 발달센터 수업으로 지출이 꽤 커졌다.


아직 심각한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늘어날 비용들까지 생각하면

녹아내릴 통장 잔고가 가끔씩 걱정이 된다.


그래서 내 밥 벌이에 대한 고민을

이따금씩 하게 된다.


난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로 살고 있다.


현재는 게임에 들어가는 음악을,

과거에는 드라마나 각종 콘텐츠에 들어가는 음악들을 만들며

삶을 지탱할 돈을 벌어 왔다.


전 국민이 다 아는 히트곡은 없지만,

우리 회사의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알 만한 음악들과

그래도 월급을 받기에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로

하루하루 커리어를 쌓는 중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이라던데,


그렇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적어도 내 마음엔 쏙 들어맞는 것 같다.


10년이 넘게 해왔지만

아직 이 일이 너무나도 재밌으니까.


앞으로가 문제이지 않을까.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어린 작곡가들.


나보다 높은 곳, 그 어딘가에서

날카롭고 커다란 작업물을 펼쳐 놓는 사람들.


정돈된 스크립트 하나로

순식간에 고퀄리티 작업물을 몇 개씩 쏟아내는 AI.


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니, 그냥.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기적 같은데,

그저 주어진 만큼에 열심을 쏟다 보면

그래도 그 신기한 순간들이

조금은 더 길어질 수 있으려나.


아무튼,

오래 하고 싶다. 이 일을.


우리 아기 센터 수업료,

식비, 장난감.


조금 더 크면


맛있는 음식, 핸드폰, 게임기,

느낌있는 브랜드 옷과 신발, 교육비.


이런 거 다 해주고 싶다.

오래도록.


그런데,

지금 써야 할 곡은

몇 시간째 시작조차 못 하고 있는 나.


10년을 훌쩍 넘게 해온 음악은

이토록 아직도 모르겠다.


여전히 음알못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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