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자폐래요 27

(26.01.02)

by 우리 아빠



새해가 되었다.


나는 이제 38살.

우리 아기도 어느덧 4살.


“실내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르던 우리의 요청에 따라

옆 동네에 있는 키즈카페를 방문하고 돌아오던 중

와이프에게 문득 얘기했다.


“작년 이 맘 땐 우리가 ‘엄마, 아빠’만 하지 않았었나?”


생각해 보면 정말 그랬다.

‘엄마, 아빠’만 겨우 하던 우리 아기였는데

1년 새 정말 많이 컸다.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잘 되는 건 아니지만

본인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ㅇㅇ 먹고 싶어.”

“교회 가고 싶어.”

“숫자 놀이 하고 싶어.”

“베베랑 집에서 놀고 싶어.”

“노래 틀어줘.”

“어부바 해 주세요.”

“계산 해 주세요.”

.

.

.



등등.


확실한 자발어로 할 수 있는 말들이

정말 많아졌다.


할 수 있는 것 역시 다양해졌다.


키즈카페에선 혼자서 경사진 미끄럼틀을 척척 오르고

수저와 포크에 익숙해졌으며

요즘은 젓가락도 조금씩 사용하게 됐다.


숫자를 어느정도 읽을 수 있게 됐고

ㄱ,ㄴ,ㄷ…ㅎ 한글 자음을 구분할 수 있다.


간단한 지시 수행들이 가능해졌고

수용 언어의 범위도 많이 넓어졌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늘고

제일 중요한 건

이뻐졌다.


우리 딸은 오늘보다 내일 더 이뻐.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단 하나, 요즘 걱정이 드는건

지연반향어가 조금 더 심해졌다는 점이다.


아기가 말하는 내용중 반 정도는

책 내용을 줄줄 외우는 지연 반향어다.


특히 베베책을 많이 외우는데

30권도 넘는 그 많은 양을 시시때때로 중얼거린다.


지금 내가 그렇게 외우라면

절대 하지 못할 것 같은데,

걱정스럽다가도 ‘우리 아기 대단하다.’며

가끔 감탄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기는

본인을 ‘베베’로 알고 있는 것 같다.


“베베가 불 끌래.”

“베베가 하고 싶어.”

“엄마, 아빠, 베베!!”


이름을 아예 베베로 개명해 버리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 문제이려나...


그래도 심각해지진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2025년 1월1일의 우리 아기와

2026년, 지금의 우리 아기는 많이 다르다.


그렇듯 2027년의 우리 아기 역시

지금과는 또 다르게 성장해 있지 않을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우리 아기만큼 나 역시 성장해

올해의 나보단 내년의 내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


그러고 싶고,

그럴 거다.


그래야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가족,

새해 복 많이 받자.


우리 아기는

아빠 복까지 모두 가져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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