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11)
평일은 우리가 일어나기 전에 출근하고
잠들 즈음에야 돌아오는 날들의 반복이라
아기의 얼굴과 목소리를 보고 듣지 못하는 날이 많다.
그래서 요즘 찾아오는 주말은
육아의 굴레로 끊임없이 피곤하지만,
우리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되고
모습들을 더 많이 담게 되고
더 안아주고
더 소중하게 보내는 것 같다.
이번 주말,
내 눈에 비친 우리 아기의 모습들.
* 말이 늘었다.
할 수 있는 언어들이 조금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느낌.
자신이 느낀 것들과 생각하는 바를
조금 더 정확하고 명료하게 표현하게 된 것 같다.
- 구름이 움직이고 있어.
- 햇님이랑 놀고 싶어.
- 햇님이 집으로 들어갔어.
- 졸립긴 하지만 아직 더 놀고 싶어.
- 베베가 많이 화가 났어. (아직 본인을 베베라고 생각한다.)
- 엄마한테 혼났어.
- 아빠가 하품했어.
- 아빠가 웃고 있어.
- 실내 동물원에 가고 싶어. (실내 놀이터와 동물원 중에서 직접 우리가 선택했다.)
- 물고기는 있었지만 사자는 없어. (실내 동물원에 다녀온 후.)
- 앵무새 무서워.
-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어가.
-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어.
(목욕하던 욕조에서 이제 나가자는 아내의 말에 우리가 한 말.)
셀 수 없이 많아진 문장들.
너무 많아 지금 당장 모두 기억나진 않는다.
* 하지만 여전한 지연 반향어.
- 여전히 암기하는 베베 책의 내용들.
- 하지만 최근 베베 책을 모두 치운 후에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느낌.
- 그래도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을 하기도 한다.
- 특별한 상동행동이 보이지 않는 우리는 이것이 음성으로 나타나는 걸까? 고민하게 되는 부분.
* 이것은 단순한 '떼'인가, '텐트럼'인가.
- 고집을 부리는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다.
- 단순한 어린아이의 '떼'같다가도 극심한 감정의 변화를 보인다는 '텐트럼' 같기도 하다.
- 강렬하게 울다가 금방 꺄르르 웃는다.
- 감정의 폭발 시간이 길지는 않아 더 헷갈린다.
* 우리의 개인적 성향? 자폐의 특성?
- 식탐이 많다.
집에서는 눈에 보이는 간식이 없어 크게 체감하지 못했는데,
같은 또래 아기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교회에선
눈에 보이는 간식마다 달려들어 애를 먹었다.
- 밖에서는 잘 걷지 않는다.
특히 낯선 곳에선 '안아줘'라는 말과 함께
잘 걷지 않으려 한다.
'저기까지 걸으면 젤리줄게.' 라는 말에 잠깐씩 걷긴 하지만,
대부분은 안아 달라 조르는 경우가 많다.
- 차 안에서는 노래를 계속 듣고 싶어 한다.
차에서는 본인이 듣고 싶은 노래를 틀어주지 않으면
심하게 떼를 부리고 크게 운다.
그저 노래를 좋아하는 것인지,
청각 추구인지 헷갈린다.
- 엄마 아빠의 대화와 웃음소리에 화를 낸다.
아기를 가운데 두고 엄마와 아빠가 조금이라도 담소를 나누며 웃을 때,
아기는 화를 낸다.
'베베랑 놀고 싶어.' 라는 말과 함께.
* 그러나 늘어난 상호작용.
- 거실 한가운데 의자를 놓고 '아빠한테 점프' 놀이를 좋아한다.
- 평소엔 엄마와 병원 소꿉놀이를 매일 한다. (요즘은 역할 바꾸기도 가능.)
- 하이파이브, 손가락 ET, 아빠와 주먹 부딪히기, 쎄쎄쎄 등
함께할 수 있는 놀이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 모든 관찰들이 무색하게
나에게 가장 깊숙이 다가오는 모습은
우리 아기의 웃음.
여전히 햇살처럼 부서지는 '꺄르르'소리.
사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진단이 아니었다면
'그저 우리 아이가 이런 모습으로 크고 있구나'
신기해하고 기뻐했을 모습들.
행여 그런 모습들이
의심과 치료의 목적성으로만 색칠되지는 않도록
매 순간 의식하고 노력 중이다.
사실 다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다.
그저 이렇게 아기의 변화하는 모습들을
있는 힘껏 안아주며 살면 될 것도 같은데,
세상의 잣대로 정해진 진단명 하나로
알 수 없는 미래를 단정하고
걱정을 끌어다 쓰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찜찜함.
그래도 이게 맞겠지.
이렇게 고민하는 게 맞겠지.
아무튼 우리 아기는
우리 아기만의 속도로 크는 중이다.
나는 그 속도를
온전히 감당해 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을 쏟으며 살아가면 될 일.
이번 주도
열심히 살아야지.